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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詩 무등의 곡선
1부 지나간 자리의 빛 무등산 연가 우체국사거리, 소년의 발자국 억새 산목련 피는 곳으로 오른다 지나간 자리의 빛 전남여고 담장, 분필의 궤적 물방울의 노래 별 장작의 불꽃 눈물 밭의 심줄 우체국 계단에서 바람에 젖은 심장 입석대 너덜겅 서석대 구름 2부 앞서가는 길 논의 근육 우리가 만나면 주걱 낙타의 길 고마리꽃 연가 못 분꽃 다리 상판 소금 빨래집게 비무장지대를 넘어서 동십자각 풍물 나는 누구의 그림자인가 허수아비가 타는 밤 비 오는 날과 맑은 날 유지 보수 3부 무등산의 기억 군인 삼촌과 대학생 조카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 광천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풍하중 연결부의 사랑 오월 장불재 붉은 꽃 규봉암의 풍경 소리 시무지기 폭포 4부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 화순 고인돌 파도-난중일기 운주사 천불천탑 택시 운전사 간호사의 일상 골목 작은 서점 주인 광주 하남공단 노동자들 편의점 아르바이트 여고생 지나가는 바람 산을 오르며 벽돌 보리밭 5부 사라지는 법 로봇이 걷는 땅 캘리퍼스와 철근의 잠언 철의 산화 일기 장작이 사라지는 법 배치된 좌표 무등으로 가는 다리 하산하는 방법 직선의 고요 사라지는 법 단면도만 존재하는 사람 ■해설 역사의식과 균형 잡힌 시적 기법/ 박몽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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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평
배정빈의 시적 관심사는 무등으로 상징되는 대동 세상, 인간다움이 넘치는 세상에 대한 열렬한 희구와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향한 그리움이다. 그는 그것을 거칠게 내뱉는 언어가 아니라 명징한 시적 이미지와 환유, 그리고 현실을 대신하는 알레고리로써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시와문화 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못」에서 시인이 ‘당신에게 끝까지 다 박히지 않도록 한 치는 남겨 둔 부족함/ 붉은 녹이 슬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망치가 되어 벼랑에라도 부딪히고, 땅땅/ 머리를 번쩍번쩍 때려 채워 주는 직립// 기다린다, 하나와 하나가 직선을 통해 만난다/ 관통하여/ 둘이 하나가 된다’고 노래한 대목은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염두에 둔 알레고리이다. 하지만 이는 때로 아픔을 안기는 것 같지만, 서로를 하나로 묶는 참음의 미학을 통해 대동 세상을 이뤄 가는 철칙을 잘 환기한다. 풍부한 이미지와 메시지가 한몸이 되는 시적 미학을 배정빈은 이번 시집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 박몽구(시인·문학평론가) 배정빈의 시는 민족적 비극인 갈등과 이를 극복하는 평화, 그리고 리얼리즘 시 정신의 핵심인 진정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때로는 자연과 함께, 또는 사람살이를 따뜻하게 해 주는 건설 일꾼으로서 올곧은 삶을 꾸려 가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그 같은 시인의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가령 ‘소금으로 서 있는 것은 모두가 다 바다다/ 바다가 흘러 흘러 마지막 이르는 길/ 모래 산을 넘어/ 맨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오는/ 가래의 땀방울 가득한/ 가냘픈 육체에 묻노니/ 짜고 짠 소금이 되려면/ 뜨거운 태양에 며칠을 말리어야 바닷물은/ 활짝 피어나는 꽃이 되는지’(「소금」)라는 대목은 자연의 섭리를 빌려 어머니의 고된 노동이 아름다운 소금꽃으로 결실되는 비밀을 담고 있다. 이번 시집은 그런 면에서 민초들의 삶과 서정을 결합한 미학의 절정을 보여 준다. 그가 이 같은 민중적 서정성을 더욱 확대하여 통일을 선도하는 서정 시인의 길에 들어서기 바란다. - 김창규(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