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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마음이 없는 게 아냐 어휘가 달린 거지
반려 단어 용기라는 단어를 주웠다 단어 탐험반 수업을 신청한 이유를 고르시오 시 준비물 문제 1번 문제 1번을 풀다가 문제 1번의 답 없어요의 속뜻 빈칸의 마음 엉뚱하지 않은 문장 여름을 집어 들었다 빌린 감자 단어 전학생 단어 고물상 단어 세탁소 숲을 주운 날 2부 널 만나고 기분이 늘었다 마주치지 않는 법 백설탕 언니가 없다는 기분 확률 친구 삭제 친구 차단 기능 업데이트 지도에 없는 것들 망가진 날 대댓글 그러는 엄마는 고작 돼지바 불행 배틀 그 뜻이 아니야 고래의 등반 엄마의 엄마 꿈 자국 3부 단어 탈출 게임 꽁해 있는 날 슬픔은 슬픙 못생긴 단어 마려운 것들 단어 흔들어 보기 오옹? 끅끅끅 급식 시간 그래서로 시작하는 시 고민 만두 삼 음절 대화 지렁이 슈퍼 사과의 맛 달걀말이 4부 엉덩이춤을 추고 나면 다정해져요 비상나 오늘은 짱구 공복 상태 제주 문신 숫자 왕국 1층 다음 분실물 내 인생 시상식 문제없는 교실 꼬시기 바늘 끝 세상을 사는 너의 바늘 끝에서 돋아났으면 하는 것들의 목록 시인의 산문 모르는 척하지 않는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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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에 따라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가게 팔지 않을 단어 하나를 내 몫으로 남겨 두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가끔 꺼내 보고 힘든 날에는 한 번씩 불러 보는 단어 마음이 없는 게 아냐 어휘가 달린 거지 내가 키울 단어 나를 키울 단어 나와 같이 클 나의 반려 단어 --- 「반려 단어」 중에서 시 선생님이 ‘없어요’를 번역해 보자고 했다 다음 중 ‘없어요’의 속뜻으로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 ) ①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②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아요 ③ 말했다가 놀릴까 봐요 ④ 나도 내가 어떤 애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⑤ 그냥 “없어요”라고 하면 안 돼요? ⑥ 직접 쓰시오 ( ) --- 「없어요의 속뜻」 중에서 달걀 + 반짝이다 = 반짝이는 달걀 별 + 까먹다 = 별을 까먹는다 문제집 + 핀다 = 문제집이 피어난다 민들레 + 풀다 = 민들레가 푼다 원래 살던 문장에서 전학 온 단어들 오늘 처음으로 짝이 되었다 --- 「단어 전학생」 중에서 내가 나에게 선물할 게 없어서 단어를 줍는다 (중략) 번개는 졸고 숲이 복습하고 지우개가 헤엄치고 까만색이 꿈꾼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인데 자꾸 말이 된다 --- 「숲을 주운 날」 중에서 열네 살 인생에서 천국까지 가지고 갈 기억 하나를 고르라면 지예랑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돼지바 하나씩 사 먹었던 일 천국까지 가지고 갈 기억이 고작 돼지바라니 좀 웃겼다 8월의 우리에겐 시험도 없었고 집에 빨리 갈 이유도 없었고 옆에는 지예가 있었고 손에는 녹아내리는 돼지바가 있었다 --- 「고작 돼지바」 중에서 괜찮다고 할 땐 안 괜찮다는 뜻이야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그냥 안아 주는 거야 --- 「그 뜻이 아니야」 중에서 하루세번똥쌌최우수상 알람세번끄고도일어났상 괜찮지않다고말했상 떡볶이많이먹었상 화났지만문쾅안했상 울고도세수했상 엄마한테먼저말걸었상 내일알람도맞췄상 어쨌든살았상 --- 「내 인생 시상식」 중에서 우산이 없다 너희도 언니가 없니?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이 학교에는 아무도 없다는 기분 비 맞는 고양이들이 다 내 차지라는 기분 나는 고양이들을 데려갈 수 없고 고양이들도 나를 따라오지 않는다 --- 「언니가 없다는 기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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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단어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란다. 그렇게 채집한 단어를 이리 돌려 보고 저리 굴려 보면서 눈을 맞추고 마음 어디쯤 심으면 좋을까 궁리하지. 그러면 단어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는 마법이 펼쳐진다는구나. 중요한 건 의미가 가까운 단어 대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를 이어 붙이는 거란다. 그러면 엉뚱하지만 ‘엉뚱하지 않은 문장’이 탄생한단다. 박송이 시인은 그렇게 ‘말이 안 되는 문장’을 말이 될 때까지 밀어붙인 다음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시를 만들었어. 단어와 단어처럼 네 마음에 내 마음을 이어 붙여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다가오기 전에 내가 먼저 다가가는 법을 익힌다면 더욱 좋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마음에 심어 놓은 반려 단어 중 ‘용기’라는 단어를 꺼내 들면 돼. 할 수 있지? 박송이 시인도 그렇게 용기라는 반려 단어를 만지작거리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을 거야. - 박일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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