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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건 모두 죽게 돼 있어. 생명이란 그런 거야.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일은 사실 거북하고 불편하다. 그건 누구나 예외없이 죽게 된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막막해지기 때문이며, 딱히 죽음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답답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모른 척하고 오늘을 즐기자는 사회적 합의가 결국은 죽음에 대한 금기가 되었다. 어른들도 이럴진대, 언제나 밝고 따뜻하고 즐거운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죽음은 범죄와 폭력, 그밖에 온갖 추악한 것들처럼 세상의 뒷골목에서 어슬렁거리는 어둠의 존재가 아니다. 죽음은 삶과 한 짝이며, 삶의 이면이며, 삶의 귀결이다. 따라서 아이들도 알 건 알아야 한다. 비록 이제 막 뛰어다니기 시작한 꼬마라 할지라도. 『사실대로 말해 줘』는 죽음이라는 단일한 주제를 별다른 곁가지 없이 핵심까지 밀고 들어간 작품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아직 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라는 점을 감안하다면 참 유별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가족이나 애완동물의 죽음을 통해 슬픔에 빠졌다가 상실감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차츰차츰 성장해 가는 주인공들은 많지만 이렇게 죽음 그 자체에 가까이 다가간 주인공은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떨어지는 낙엽을 통해 죽음을 발견한 네 살짜리 꼬마 베라는 여덟 살이 되어 외할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할 때까지 죽음에 대한 탐구를 수지 않는다. 아빠는 “생명이란 다 그런 거야”라고 얼버무리지만 베라는 썩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런 시시한 말로는 차에 치인 비둘기나 어느 날 밤 숨을 거둔 카나리아에게서 느끼는 서글픔을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죽음이란 무얼까? 사실대로 말해 줘 이윽고 여덟 살이 된 베라에게 진짜 죽음이 찾아온다. 엄마의 아빠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몇 번 만나 보지 못한 외할아버지지만 내가 알던 누군가가, 그것도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은 이제껏 생각해 왔던 죽음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빠의 설명.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우리 기억 속에, 그분을 알고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속에 변함없이 오래오래 살아 계실 거라는 거지. 그리고 사시는 동안 그분이 하셨던 행동과 말씀, 그리고 술집에서 바이올린을 켜면서 불렀던 노래들, 그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든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거야.” 죽음에 대해, 죽은 이에 대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설명은 없을 것 같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며, 다른 사람에게로, 다른 삶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고리 같은 거’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되새기게 해 준다. 죽음에 대한 질문은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죽음이란 무얼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삶이, 오늘과 내일이, 계속 이어지는 하루하루가 이전과 다르게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할 테니까. 아이들에게 죽음이란 주제는 너무 무겁지 않을까?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이들도 그들 나름의 진지한 삶을 살고 있고, 이따금 정말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할 테니 말이다. 『사실대로 말해 줘』는 작가인 엄마와 그 딸과 함께 쓴 작품인 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 잘 맞춰져 있다. 베라와 엄마 아빠 사이에서 질문과 대답이 이쪽저쪽으로 오가는 과정은 조그만 공을 통통 튀겨 공놀이를 하듯이 가뿐하고 재미있다. 어느 햇살 좋은 날, 귤이나 한 바구니 까먹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해 보자. 죽음은 아이와 함께 수다 떨기에 참 좋은 주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