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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길 위에서의 명상
즐거운 오독(誤讀) 길 위에서의 명상 태양의 계보 불 켜진 여자 풀여치 사자 몸 속에 갇힌 파도 구출하기 얼음박물관 관람기 숲에 가면 그가 있다 지금 어디 계세요? 환한 뒷전 수도승 번개를 잡다 달의 체중 살아 있는 지팡이 헛것은 유구하니 배고픈 다리는 날개를 먹고 산다 흔적은 힘이 세다 II 살바도르 달리風의 낮달 지정석이 사라졌다 반전 폭발하는 꽃 용을 잡다 서생(書生) 구두의 역사 물질과 기억 조약돌 불의 양식 가혹한 풍경 살바도르 달리風의 낮달 호모 노마드 여래상(如來像) 외출 구두 굽을 갈며 실어증 그대에게 사내의 맨발 돌멩이 약전(略傳) 낙서는 길이 없다 나무는 도망가지 않는다 저문 강에 서다 새가 나는 법 III 낯선 길 나무의 내력 크릴새우 詩 부고(訃告) 개들은 귀신을 본다 해산(解産) 숟가락과 삽 간신히 보이는 것 도마 여인 痛 낯선 길 상추쌈을 먹이다 즐거운 반란 뱀 건망증 그곳에 카페가 있다 냄새의 길 몸에서 빠져나간 그림자 오독의 지도 개꿈 사세요 戰士 달리의 여자 알피니스트 빗자루 화두 칸나꽃으로 걸어가는 어름산이 겨울 산, 다시 파도치다 ■ 해 설 낯선 길 위의 푸른 사상 | 고봉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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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 위의 푸른 사상--
1988년 심상신인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 『안개, 그 사랑법』 『순환선』 『혼자 가는 길』, 산문집『조선시대 인물기행』 등을 펴낸 홍일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광속의 시대를 농경시대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시인이 있다. “앞면”보다는 “뒷전”에서 생의 이면과 진실을 발견하는 시인의 시력이 예사롭지 않다. 이는 시인의 생래적 기질이기도 하다. 근대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배제하고 외면했던 풍속과 생활의 미덕들을 질박하나 촘촘한 언어의 그물로 길어 올려 올곧게 복원시켜놓고 있는 시인의 고집은 충분히 아름답고 위대하다. “조금은 외롭고 쓸쓸한” 그의 “길 위의 사색”은 최첨단 감각이 지나쳐버린 생의 본질과 근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느림’의 시학이 구체적 詩作으로 전개된 모범적 사례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서정시의 원칙에 충실한 시인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말처럼 쉬우면서도 또한 힘든 말이 없을 터인데, 요컨대 여기서의 강조점은 어떻게 서정성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고유한 지평을 개척하며 확보해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는 결코 시작에 임하는 시인의 고통을 과장하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의 시편들에서, 서정시의 원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그만의 남모를 고민이 은은하게, 다양한 형상으로 배치되어 아로새겨져 있음을 눈치 채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