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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운동화, 귀에 신기다 안경, 잘 때 쓴다 그림자를 팔다 Torso, 제 얼굴을 만들다 탱고 탱고, 탱고를 위하여 눈동자가 바뀌었네 그림자도 반쪽이다 검정에 빠지다 고양이, 도도하고 냉소적인 검지의 긍지 바다, 받아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말싸움, 염색약 발라가며 까마귀의 길 위하여 여기에서 거기를 살다 거짓말 건망증, 놓아주다 사과에 놀아나다 초현실이 더욱 현실이다 나는 내가 낳는다 훗날이 오늘이다 프로박테리아의 꿈 캐미컬 로맨스 배꼽에 손이 갈 때 저질러 버리고 싶어서 II 역사책을 읽다 지극히 정상적인 길에서 파는 미래 할 말이 남아 있다고 블루 진이다 사시(斜視)로 본다 나무의 지느러미 속옷 바람으로 아코디언 길을 오르다 눈 깜짝 할 사이 눈이 너무 작아서 코의 화법 커피 한잔을 마시는 동안 진실, 반어적 진실 어느 날 문득이 조금만 덜 용서해 주십시오 겁난다 고요의 아우성 시끄러운 적막 구름 피우는 사람 수면제에 홀리다 신이 길을 잡다 천고마을 혼자 놀아요 절규 파란 피 커피 칸타타 밤의 도시, 가짜의 참 세상 III 폭설, 백색의 겨울혁명 오해, 풀리다 96 넌센스 신이 신발인 까닭 밤의 DNA 스탄과 땅 새 아담의 주소 금지는 도발한다 날씨가 너무 좋아 바코드 아라비아 공주 불을 마신다 독후감 神을 기다렸다 손대지 마라 거짓 세상, 홈피 깜박 잠이 읽고 갔다 절대 언어, 무너짐 몽타주를 그리다 눈 속의 바다 건너 내 안의 외계 UFO를 기다린다 거짓말로 참말하기 녹내장 ■ 해 설 밝은 귀로 듣는 궁극의 말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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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귀로 듣는 궁극의 말
유안진 시인의 열세 번째 신작 시집. 학교(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를 퇴직하고 시에 전념한 후 나온 시집으로, 한층 더한 시적 밀도와 사유의 깊이를 만날 수 있다. 유안진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세계는, 우리의 삶이 ‘진실’과 ‘허구’의 공존과 통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아가는 도정을 담고 있다. 그것은 ‘궁극의 말’을 알아듣는 밝은 귀의 운동 과정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그의 시편들은, 시가 삶에서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있는 것임을 뚜렷하게 증명하고 있다. 유안진(柳岸津) 시인의 신작 시집에 담겨 있는 자의식은, ‘진실/거짓’이라는 인위적 구획에 대한 메타적 성찰에 의해 감싸여 있다. 가령 시인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 과연 건널 수 없는 불가피한 심연이 있는가, ‘진실’이란 다양한 미적 장치의 매개에 의해 굴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의 연쇄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미학적 분기점을 열어 보인다. 이는 그동안 그가 서정과 인식의 절묘한 균형 감각을 지켜온 것에서, 다분히 복합적 인식의 쪽으로 시적 촉수를 옮겨가는 형국을 보여준다. 언젠가 “반나절은 눈이 쉬고 반나절은 귀가 쉬는/겨울 산하가 되고 싶다”(「누이」)던 유안진 시인. 그의 말처럼 이제 그는 눈과 귀를 충분히 쉬게 하면서, 그것들이 분별하지 못하는 ‘궁극의 말’을 밝은 귀로 듣고 있다. 그의 이름처럼(버들 류, 언덕 안, 나루 진, 이보다 더 시적인 이름이 있을까) 서정이 넘실대는 공간에서, 신(神)의 음성을 듣고 있는 그의 사유의 진경(進境)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