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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姜亨喆) 시인이 10년 만에 새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를 간행했다. 전북 군산 출신의 시인은 자신의 문학 속에 금강이 흘러드는 서해 군산의 도선장(渡船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시의 주제로 세우고 있다. 가끔 그가 도달하는 곳이 서울이 아니라 고향 군산의 흔들리는 도선장 불빛 아래라는 것은 묘한 발견이다.
10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의 득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힘들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가장 가벼운 웃음'의 미학으로 전화한 점에 있다. 맞은편으로 건너가는 나루터와 같은 것이 도선장이니 그 도선장에는 수많은 애화(哀話)가 있을 것이다. 그 애화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과 똑같이 그의 문학은 군산을 떠나 서울의 삶을 영위하면서 한 경계에서 다른 경계로 넘어가는 시대와 삶이 얻어낸 비애를 웃음 속에 포괄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그만이 지닌 특유의 어법에 따라 웃음이 나온다. 이영진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강형철 시인은 "자신과 다른 것들의 '차이'를 '견뎌'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고 썼다. 그는 자신과 다른 것들에 대해 저항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가 오히려 중요해진 이 시대에 강형철의 시가 비추는 '웃음'의 핵심은 삶의 중요한 화두가 된다. 이영진 시인은 이 '견딤'을 우리 삶에서 간단하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강형철 시인이 알게 모르게 "숨차게 견디고 있는 끔찍한 경제"(「해설」 111면)이다. 강형철의 '웃음의 시'란 바로 그 견딤에서 나왔으며 그것이 복잡한 관계와 시대와 인간심리를 뜻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김정환 시인은 「장물」 「홍천에서」「금화터널을 지나며」를 꿰뚫고 가는 내용, 즉 옛날과 현재의 사랑과 노동이 중첩된 삶의 궤적을 따스하게 웅축한 것이 바로 이 시집이라고 평하고, 여기서 민중시를 극복한 시의 생애를 본다고 하였다. 이러한 평가에 걸맞게 이번 시집에 수록한 62편의 시는 어느 하나 관념적인 것이 없다. 모두가 구체적이며 그만한 시적 성취를 이루었다. 특히 집단과 개인의 삶이 어떻게 혼재하는가를 보여준 「다시 도림천변에서」(24면)는 이번의 시집의 수작이며, 여린 듯 웃음이 나오는 「야트막한 사랑」(10면)은 왠지 부끄러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 이미지가 이미지를 덧칠하고 폭력적인 얼굴을 내비치는 조작의 홍수시대에 이런 단순한 시법이 오히려 우리를 정화해준다는 것은 놀랍다. 그밖에 「10년 전의 일기장에」(13면) 같은 시는 시인과 더불어 사는 동시대인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으며, 「아현시장」(14면)도 눈부신 바가 있다. 「동박새는 하늘로 고자질하고」와 연결되는 「아버님의 사랑말씀」은 우리 시에서 보기드문 시편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기막힌 대화는 묘한 화해를 가져오면서 우리에게 부자지정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멀리서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내밀한 대화이며 웃음이다. 이 웃음은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의 주조를 이루고 있다. 강형철 시인은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세계의 저 안쪽 아니 인간의 저 내부에 '웃음'이 있다고 믿는다. 그 웃음은 서로의 모순관계를 풀고 마침내 세계를 생동시키며 회통하는 근본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존재의 값을 서로에게 인정하는 바탕에서 서로에게 인사는 것이 웃음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