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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용접공 첫눈 고요의 무늬가 날아가다 우포늪통신 봄의 장례식장 난쟁이 사내와 시내버스 욕창 염소 텔레비전 자전거 돌리는 남자 산굼부리에 내리는 비 명태 지진 수선화가 피는 창 화두 2부 우주물고기 아홉 구름의 꽃에 관한 작법 벼락 맞은 전나무 말과 벚나무 가시여뀌 사랑법 너도밤나무, 그대 봉쇄, 프랑스 검둥오리사촌에 관한 사유 꽃밥 국화차 한 잔이 이슬 득음 쇠똥구리를 보다 깨진 그릇 겨울, 묵호항 3부 시간의 비밀 새의 지도 순간에 저물다 열한 번째 눈 속이 비어 있는 말 하나 수락산 국수나무 작살나무 소태나무 가족은, 마지막 여행 모항을 듣다 늘푸른바늘잎나무에 대하여 교차 멍게 꽃비 물총 분수 겨울나무 폐가 4부 궁리에서 길을 잃다 월미도는 항구다 슬픈 구두 구두가 걸어간 방향에 대하여 슬픔의 행방 무의도 눈에 밟힌다는 말 실비아의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11월의 눈 그날의 눈사람 빙우에 관한 보고서 아스팔트 밥論 감옥―이슬 감옥―사마귀 감옥―마녀사냥 홍련암 오래된 연가 해 설 우주 혹은 관계로서의 몸과 말 이재복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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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보 시인은 196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고, 200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7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수혜시집이자 처녀시집이기도 한 {우주물고기}는 자연의 말과 몸의 소리를 통하여 우주적 관계의 심원함을 노래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가시연 생이가래 개구리밥처럼 나도 한 때는/ 수생의 푸른 꿈 꾸었는지 몰라/ 구로동 종각을 오가며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왕버들 뿌리 같은 어머니에게서 뻗어 나와/ 공기주머니 허파를 숨쉬며 전송하노니/ 아직은 잘 살고 있습니다 몸에서는 가끔/ 자각자각自覺自覺 무심무심無心無心/ 물소리도 나고요”라는「우포늪통신」이 그렇고, “그때는 사랑의 말도 한 번의 눈빛이면 되고/ 이별도 백만 광년 먼 별장에서 보내는/ 순간의 텔레파시면 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남아/ 내 어항 속의 금붕어 한 마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 저 얼음별로 헤엄쳐 가는지/ 어느 날인가는 앞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오래 당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처럼/ 마음에서만 사는 아득한 것들은 또 어떻게/ 저 별의 시간을 건너가게 되는지”라는 [우주물고기]가 그렇다. 문명의 세계 속에서 살면서도 자연의 말과 몸의 소리를 통하여 자기 자신과 이 세계를 정화시켜나가고 있는 것은 그가 한 사회의 시민이기 이전에 우주시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그의 시는 현대문명사회의 비판이자, ‘우주적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동박새 아침 저녁으로 날고// 눈썹날에 팔랑이는 바람 말고는// 눈짓 한 번 준 일 없다//내 눈 밖에서// 일생의 고요를 살던 동백꽃// 내 한 번의 사랑을 받은 죄로// 오늘// 순간에 저물다 ----「순간에 저물다」 전문 강경보 시인의 시는 세계의 뒤편을 보는 선한 눈빛을 갖고 있다. 마치 그 눈빛은 수생식물의 푸른 잎 같다. 그의 시는 유독 정서의 물관이 많아 삶의 뿌리로부터 슬픔을 쉬지 않고 길어 올리지만 슬픔을 밝고 투명한 햇빛 아래 놓음으로써 슬픔을 반짝이게 한다. 특히 고요를 말할 때 고요를 팽창시키고, 이동시키는데 이런 빼어난 능력은 한국시의 음역을 새롭게 확장한 성과이다. 평면적이지 않고 단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겸손하고,사랑을 숙려하고, 속이 깊은 서정시인을 한국시는 한 명 더 확보하게 되었다. 그의 시가 보여주듯이 역시나 좋은 시인이라면 꽃 속에 또 꽃을 피워 낼 수 있어야 한다. (문태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