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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내 안에 시인이 산다 바람을 기다리는 낙산공원 아내의 몸은 기상 캐스터 당구공 안개 혼불 우리 집 냉장고에는 밤나무가 자라고 있다 토요일 밤 오토바이를 탄다 바닷게 되다 그림자 누룩처럼 번지는 기억 낙산숯불갈비집 생일 선물 하늘 물고기 2부 제사 세탁기 교향곡 광덕사 느티나무 가을의 노래 무언의 외침 반란 미지의 영혼 갈대 서울역 대합실 사랑의 미로 시계의 하루 묵언 구장군 폭포 3부 인연 연민 구상의 밤 청개구리와 은두꽃차례 가을이 오면 옻닭 같은 사랑 번개 매일 햄버거 먹는 사내 눈 오는 날 가을 속으로 무단 횡단하다 나팔꽃 겨울 억새 청계천 작은 동물가게 4부 노을 친구 영혼을 세탁한다 바람을 메고 간다 억새꽃 축제 눈다래끼 닭 모가지를 비틀다 가슴에 묻어둔 씨앗 하나 박제된 두루미 길 옆 정원 물컵 다이어트 하는 달 5부 강천산 저수지 우체국 가는 길 잡초 체육관의 구월 오동나무 보험 가방 상당산 오르던 날 청계천에는 음악이 흐른다 달 마을 청소 아버지의 집 창문 너머 국화 해 설 영혼의 고향 찾기 ―김용길의 첫 시집 『다이어트 하는 달』 전기철 시인(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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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와 영화와 시와의 행복한 만남
----전통무예인이자 영화배우인 김용길의 첫시집 {다이어트 하는 달} 김용길 시인은 1964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고, 명지대학교 전통무예학과를 졸업했으며, 2008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했다. 그는 현재 서울 창신동 소재 대한합기도 맹호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통무예인자 ‘유한도사’와 ‘건달본색’ 등, 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이기도 하고, 또한 그는 이 땅의 서정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시 삼백 편에는 사악한 생각이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시인은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정신)을 가장 맑고 깨끗하게 닦지 않으면 안 되고, 그 티묻지 않고 깨끗한 마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지 않으면 안 된다. 전통무예는 몸을 닦는 행위이고, 언어를 갈고 닦는 것은 마음을 갈고 닦는 행위이며, 시쓰기와 영화출연은 타인들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는 행위이다. [내 안에 시인이 산다], [구상의 밤], [하늘물고기], [눈 오는 날], [나팔꽃] 등, 그의 모든 시들에는 ‘이 몸과 마음과 타자의 사랑’이라는 삼원일치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용길이라는 시의 우주’----, 우리는 그 티없이 맑고 아름다운 시의 우주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을 여는 기적 소리/ 철길 따라 하늘로 오르는 빌딩/ 덥석 한입 베물고 싶다// 인동초 같은 소망 안고/ 지나온 시간 한구석/ 아무도 없는 곳에/ 집 짓고// 나는/ 작은 거미가 되어/ 기억 속을 더듬는다// 큰 꿈을 안고 빈 보자기 하나 달랑 들고/ 야간열차 타고 상경하여 두 주먹에 붕대감고/ 바람처럼 달리고 달려온/ 내 몸 안에 시인이 살아// 날마다 시를 쓴다/ 허공에/ 바람 속에/ 아내의 눈빛에/ 시를 쓴다”----[내 안에 시인이 산다] 전문 “어느 날 밤/ 날씬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쳐다보다/ 가슴이 작은 여자는 싫어, 하고 돌아섰더니/ 그날 밤부터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쳤습니다// 잊고 있던 어느 밤/ 그녀의 몸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얼굴은 쟁반처럼 둥글고 뽀송뽀송한 아기 피부에/ 가슴은 젖소만큼이나 부푼 채/ 눈웃음을 쳤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파 거리를 쏘다녔습니다/ 어둠이 세상을 감싼 듯했습니다// 몇 날 며칠이 지난 후/ 밤하늘을 쳐다보니/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뛰어다니는 달/ 그녀는 요즘 다이어트 중입니다” ----[다이어트 하는 달] 부분 시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궁극적으로 시의 미적인 데에까지 끌고 가 순수 영혼을 찾으려고 했다. 이러한 미적 표현의 절정이「나팔꽃」이 아닌가 싶다. “수정 같은 맑은 눈/ 슬쩍 윙크하는 거 봐/ 아침 이슬 머금은 입술/ 분홍 립스틱 바른 거 봐// 선녀의 옷 살포시 벗고/ 속살 드러내며 유혹하는 거 봐// 은은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거 봐// 저녁이 내리면/ 선녀의 옷을 감싸는 것 좀 봐.” 잘 다듬어진 리듬이며 시인 자신의 영혼이 나팔꽃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 김용길 시인을 만난 지도 벌써 2년여가 된 듯하다. 사람 됨됨이가 건실하고 남자다움이 넘친다. 아마도 무술을 하기 때문이려니 하고 늘 생각했다. 그런데 시를 보니 너무 섬세하고 여리고 아픈 것 같다. 무술을 하는 사내가 이렇게 여려서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들지만 이렇게 여리고 아픈 구석이 있기 때문에 무술사범이 영화도 하고 시도 쓰지 않는가 싶다. 대개 무술을 하는 사람의 감각은 대단히 섬세하다고 한다. 그것은 무술이란 단순히 육체 단련에만 있는 게 아니고 마음의 수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기철(시인, 숭의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