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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달의 흔적 달의 흔적 꽃밭의 저편 페르시아 마술 양탄자 호랑거미 역사책 외비퀴 수레 옆의 남자 명주 실타래 안선 그때 내가 물푸레나무라는 걸 알았다 일주문 안쪽 간월늪에 대금을 묻다 청동투구 무덤 그 산에 가면 칼레의 시민들 청동상이 있다 자연 친화적 생태공원 검팽나무 창문 떡갈나무의 노래 2부 붉은구상나무 요술장갑 패치워크 굴참나무 낙타 가라앉는 방 아이를 위한 샤콘느 붉은구상나무 요술장갑 별박이자나방 애벌레 꽁지의 힘 X표는 무엇을 가리키나 아치문 안쪽 비탈거미에게서 본 것은 울음무덤 강력접착제 소나무의 입춘대길 벽난로 불꽃 명일동 산46번지 비단잠자리 떠난 자리 3부 빈집 위에 집을 짓다 감나무 편지 억새밭에서 나무는 언제부터 수직으로 서 있게 되었을까 흑두루미 안경 격자 창살무늬방 다시 내는 길 금잔화 별점개구리의 스캐너 고욤나무 뿌리 구름 물레 날아라 사시나무 빈집 위에 집을 짓다 돌돌 말린 혀들 감의 태아를 묻다 4부 변주곡 제4원소 거울 속 우체통 스트라디바리우스의 f홀 먹이사슬 계보 내 몸에서 곱향나무 향기가 난다 오 레이 릴리마를린의 피 색이며 향인 연밥 탈피 얼음 드므 가로수 팥배나무숲에서 나각 소리를 들었다 변주곡 잭과 로즈의 포옹 방식 장미석의 나부 목련전지 해설 - 여성성의 감각, 타자성의 자유_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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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희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출생했고, 200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굴참나무 낙타]에서처럼 사물의 세부묘사를 통해서 낙타의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회화적 기법과 [패치워크]나 [호랑거미의 역사책]에서처럼 ‘씨실’과 ‘날실’로 아름다운 수공예품을 직조해 내는 패치워크의 기법은 정연희 시인의 양날의 칼이며, 그는 그 언어의 칼날을 통해서 이 아름답고 멋진 신세계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여성성의 아름다움을 낳고, 여성성의 아름다움이 타자에 대한 이타성을 통해 인간의 아름다움을 낳는다. 정연희 시인의 첫시집인 {호랑거미의 역사책}은 그의 소우주이며, 우리는 그 소우주 속의 선량한 시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를 언어의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시인이 가장 정교하고 세련된 언어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창출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언어(앎)와 행동의 일치 속에서 꽃 피어나고, 그 아름다움은 언어와 사물,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꽃 피어난다. [굴참나무 낙타]에서처럼 사물의 세부묘사를 통해서 낙타의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회화적 기법과 [패치워크]나 [호랑거미의 역사책]에서처럼 ‘씨실’과 ‘날실’로 아름다운 수공예품을 직조해 내는 패치워크의 기법은 정연희 시인의 양날의 칼이며, 그는 그 언어의 칼날을 통해서 이 아름답고 멋진 신세계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여성성의 아름다움을 낳고, 여성성의 아름다움이 타자에 대한 이타성을 통해 인간의 아름다움을 낳는다. 정연희 시인의 첫시집인 {호랑거미 역사책}은 그의 소우주이며, 우리는 그 소우주 속의 선량한 시민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반경환, 문학평론가, 애지 주간 더욱이 우리가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은, 정연희 시인의 영혼 안에 깃들여 있는 생래적인 ‘감각’과 ‘사유’의 균형이다. 그녀 시편들은, 일차적으로는 존재론적 현기眩氣를 수반하는 ‘감각’의 차원을 지향하지만, 어느새 그 안에는 다양한 미학적 전율을 환기하는 남다른 ‘사유’ 과정이 배치되어 있다. 생을 깊은 허무에서 바라보기는 하지만, 그 깊은 심연에서 오히려 신비한 힘을 얻음으로써, 삶을 견뎌가는 내성耐性도 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것은 시인이 세계 안으로 자신을 투사投射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존재와 언어의 확산을 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여성성의 내밀한 ‘감각’과 타자성의 진중한 ‘사유’를 결속하는 존재와 언어 확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정연희 시의 내밀한 풍경에 가 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그 글씨에는 거미들의 오랜 역사가 낱낱이 적혀있다/ 그의 조상 아라크네는 베를 잘 짜는 여인,/ 자만심에 여신과 겨루기를 하며 신들의 비행을 모조리 짜 넣었다/ 여신보다 천을 더 잘 짰지만 시샘을 받아 거미가 되었다/ 지금 저 호랑거미가 그 솜씨를 이어 받아 깨알 같은 글씨를 써내려간다/ 두루마리 천을 짜는 방법과 물에 젖지 않게 하는 방법이 쓰여 있다/ 저 호랑거미는 오랜 세월/ 천에다 조상의 업적을 기리는 서사시를 썼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 내력을 기록할 것이다// 줄을 슬쩍 흔들자 호랑거미와 눈이 마주쳤다/ 이제 호랑거미가 나와 겨루어 질긴 천위에 내 일상을 속속 기록할 것이다/ 저 씨실과 날실로 내 비행을 새겨 넣을 것이다 ----[호랑거미 역사책] 부분 새조개의 들숨과 날숨 때마다 바닷물이 남긴 파도무늬였다/ 달이 바닷물을 따라 들어왔다 나가며/ 새조개 속살을 여물게 한 힘이다/ 내 어머니의 배에도 저런 파도무늬가 숨겨져 있다/ 초승달과 만월이 교대로 떠오르는 동안 겹겹이 생긴 주름에/ 파도 무늬가 깊이 새겨졌다/ 층층나무 계단의 저 파도무늬는 생명을 가진 흔적/ 지난밤 한 생명을 층층나무계단에 잉태시켰다// 다시 만월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달의 흔적]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