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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태그 13
간판 14
레드라인 16
기술 없이 18
밥 20
무인텔 22
트림 24
스윙워커머신 26
할증의 시간 28
뒷고기를 먹어봐 30
마그마 32
네, 34
계산의 방식 36
재갈매기 38

제2부
회를 뜨다 43
패牌 44
죄를 짓다 46
승천 48
잠옷 50
수염 52
껍질의 기분 54
체류 56
딱지 58
악수 60
당신이라는 과일 62
발인發靷 64
나는 젖고 마른 지 오래 66

제3부
평화식당 71
알비노 74
목격자들 76
풀밭에 나뒹구는 예정된 부활 78
리플리 증후군 80
묽은 똥을 싸면서 곪았다고 말하는 82
특약 84
오줌발 86
알, 수없는 88
주문하시겠습니까 90
고인돌 92
나 또는 나로부터 94
힘 96
티백 98

제4부
P 103
떨어지는 나비 문신을 보았다 104
여진 106
삼가 명복을 빕니다 108
약 먹을 시간 110
포장마차 112
다음에 114
성인식 116
어느 측면에서 보면 118
구제 인간 120
스크래치 122
가위바위보 124
노쇼No-Show 126
대안 128

해설
유성호 내면적 격정이 생성해가는 사랑의 페이소스 129

저자 소개 1

이돈형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고, 2012년 『애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우리는 낄낄거리다가』,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잘디잘아서』가 있고, 김만중문학과 애지문학작품상과 선경문학상을 수상했다. 『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는 이돈형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며, 이형권 교수의 표현대로 ‘내 안의 나, 혹은 진실을 찾아가는 고독한 여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자아 상실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게 하는 심각한 문제인데, 이 시집의 시편들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면서 자아를 성찰하고 세상을 비판하는 자세를 취한다. “나”가 없으면 세상도 없
이돈형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고, 2012년 『애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우리는 낄낄거리다가』,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잘디잘아서』가 있고, 김만중문학과 애지문학작품상과 선경문학상을 수상했다.

『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는 이돈형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며, 이형권 교수의 표현대로 ‘내 안의 나, 혹은 진실을 찾아가는 고독한 여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자아 상실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게 하는 심각한 문제인데, 이 시집의 시편들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면서 자아를 성찰하고 세상을 비판하는 자세를 취한다. “나”가 없으면 세상도 없고 우주도 없는 셈이고, “나”를 상실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상실한 것과 같으니, “나”를 찾아가는 일은 매우 유의미하고 소중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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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34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3371

책 속으로

간판


너는 복권방 평상에 앉아 다리를 떨고 있다
복이 새나간다는 말을 몇 번 들려주었지만

올해는 태풍의 발생 빈도가 적고 북상하는 태풍이 없어
8·15 광복절 특사를 위해 꽂아놓은 길거리의 태극기만 간판 앞에서 휘몰아친다

복권방처럼 복을 파는 데가 있다면 간판의 이름은 뭘까
복방,
복 파는 곳,
대한민국에서 제일 싸게 파는 복 집?
우리는 낄낄거리다가

그래도 그렇지 개나 소나 사면은

너는 국기처럼 다리를 흔들며
달아날 복이라도 갖고 태어났으면 나를 만났겠냐고
평상에 앉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즉석복권을 긁는다

통과

그래도 월요일이 빨간 날이잖아
너에게만 온 복처럼 말하는 동안에도

태극기 휘날리는 날에 빽 간판은 철문을 열고 굴러 나온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이돈형 시인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태그”를 거는 일이다. 그 상대는 속악하고 이율배반적 세상, 비루하고 허위적인 자기 자신, 고루하고 답답한 언어적 관습 등이다. 시적 방법 차원에서 그의 “태그”는 독특하고 새롭다. 그의 “태그”는 기존의 시적 메타포의 유사성, 이미지의 연속성, 혹은 관념의 구체화라는 시의 문법을 과감하게 넘어뜨린다. 그의 시에는 이질성을 극대화한 은유, 단속적 이미지들의 병치, 구체의 관념화나 언어유희와 같은 시적 “태그”가 빈도 높게 나타난다. 그는 “태그”를 위한 테크닉으로 반어나 반전을 자주 활용하곤 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강고한 관념과 가식적 윤리를 조롱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가령 “환호와 야유를 먼저 선언하고/ 천천히 웃거나 비웃어도 되겠습니까”(「태그」), “똥은 똥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끔은 칼라 똥도 싸는가 보다”(「붉은 똥을 싸면서 곪았다고 말하는」) 같은 시구처럼. 그래서 그의 시적 “태그”에 독자들의 마음도 훌렁 넘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형권(문학평론가)

시인 이돈형은 광장에서 고독하다. 그는 자신을 내비치지 않는다. 세속 도시를 활보하고 있을 때도, 지인들과 함께 있을 때도 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하루를 복기하는 것. 그는 언어의 갬블러가 되어 ‘패’를 재어 본다. ‘엿, 좆, 쥐꼬리’(「패」) 같은 소심한 인간들을 그린다. 그는 제법 퇴폐적인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음습한 죄를 짓고 살아가는 범속한 삶을 클로즈업할 때의 그에게서는 위선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 그의 시는 자주 약동하는 청년의 근육처럼 신축성 있는 비약을 보인다. 사건들은 “그 다음을 말하기 전에”(「노쇼」) 이미 눈앞에 나타난다. 그의 시는 비트감 있게 행과 연으로 쪼개진다. ‘힙합’을 말하지만, ‘뼈’는 중년이어서 중년의 비애와 우수가 약한 오줌발로 새어 나오기도 한다. 쓸쓸한 그는 식인종처럼 먹는 이야기를 또 한참 한다. 이 시집에서는 그의 저작詛嚼이 일종의 시작법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있다. 나는 그를 잘은 모르지만, 그가 세련된 청년들의 세계를 기웃거리지 않고 「발인」과 같은 ‘혜안’의 시에 경주한다면 대성하게 되리라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장이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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