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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배낭을 열고 빗소리를 찾았다
경청 마지막 날엔 민박을 하였다 기일 올바른 저항하는 기분 인정할 게 많은 나는 지하실에 내려온 것은 비 때문이다 음성 채찍 끈질긴 일 반성 독감 2부 신은 우리의 침 묻은 손아귀에 있었으나 빈 것을 비우겠다고 모르는 것 내가 나를 말아먹으면 의도 봄봄봄 하다가 이를테면 동자승 드링크 중환자실 입구 그런 마음입니다 위안 가려운데 만화방 3부 나는 네 영혼과 하룻밤 잤다 문턱 선약 Clear 나를 철거한 자리에 다수가 앉아 있다 파장 believe 의견 이상한 버릇 물때 헤이 헤이 헤이 작명 둘러메면 응시가 되는 4부 오늘이 체하기 전 한술 뜨자 한파 멍 첨탑 밥상머리 앰뷸런스 새는 길처럼 나는 새처럼 관 청소역 변명 안녕 개 같은 말짱 무리생활 너머 해설 사랑의 에너지로 노래해 가는 존재 갱신의 시학 - 유성호(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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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개박수가 지나간 손바닥에 보라색 매발톱꽃의 저녁을 그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덤불 타는 냄새가 말 못 할 반성을 태우는 것처럼 길고 오래가서 허기가 돌았다 달래려는 맘과 달래지는 맘은 흐르는 물에 씻어도 한 뼘의 걸음이 남아 있었다 새들이 부는 휘파람이 수돗가로 모이고 털털거리며 굴러가는 버스의 꽁무니에선 새끼 어둠이 태어났다 왜 밖에만 나오면 멀리 바라보게 되지, 당신의 말이 더 멀리 가고 있어 출발지에는 지나온 날이 쌓여 갔다 소금기 절은 브라를 벗어 찬물에 담그자 브라는 풍만하고 물컹했고 이따금씩 물 밖으로 삐져나와 검은 물감처럼 풀어졌다 바다에 동전을 던지고 왔으니 잠시 손을 놓아도 속은 훤히 비칠 것이다 당신을 들여다보며 잊을 만한 기분을 나눠 주고 싶었다 평상은 나신처럼 햇빛과 그늘이 번갈아 구부러져도 우리에게 부족한 말이 쏟아져도 소란을 떠난 무늬만 들여다보았다 소낙비를 맞아볼걸, 걸어둔 여름은 또 올 것이다 하룻밤이 오랜 안부를 묻어야 할 시간처럼 왔다 저녁을 짓기 위해 당신의 배낭을 열고 빗소리를 찾았다 ---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중에서 내 기일을 안다면 그날은 혼술을 하겠다 이승의 내가 술을 따르고 저승의 내가 술을 받으며 어려운 걸음 하였다 무릎을 맞대겠다 내 잔도 네 잔도 아닌 술잔을 놓고 힘들다 말하고 견디라 말하겠다 마주 앉게 된 오늘이 길일이라 너스레를 떨며 한잔 더 드시라 권하고 두 얼굴이 불콰해지겠다 산 척도 죽은 척도 고단하니 산 내가 죽은 내가 되고 죽은 내가 산 내가 되는 일이나 해보자 하겠다 가까스로 만난 우리가 서로 모르는 게 많았다고 끌어안아 보겠다 자정이 지났으니 온 김에 쉬었다 가라 이부자리를 봐두겠다 오늘은 첨잔이 순조로웠다 하겠다 --- 「기일」중에서 한 이불 덮고 한솥밥 먹고 같은 치약을 써도 한사람이 될 순 없지만 속을 비친 당신의 눈 속에 기분을 들였다 낡은 피아노를 조율하듯 끊임없이 익숙함을 빼내며 기거하는 동안 생필품은 닳아 가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누군가 질러놓은 불이 타인의 기분으로 활활거리듯 지를 때마다 나는 부스럭거리게 되고 이불을 털다 우리가 기분파거나 구원파라는 걸 알았다 들인 기분이 내가 아닌 것처럼 뭔가를 잘못해 벌 서는 것처럼 말썽을 일으키고 한 이틀 당신의 귀밑에 있다가 살비듬 같은 막막을 담으려 때로는 얼음주머니를 꺼내 왔다 --- 「올바른」중에서 나는 죽었다 비좁은 방에서 좀생이처럼 굴다 헐렁한 새벽에 끼여 죽었다 날마다 죽겠다는 거짓말을 하며 수많은 거짓말에 파묻혀 죽었다 --- 「반성」중에서 헤이 친구, 문상 가자 오늘의 부고는 우릴 모이게 하지 엊그제 문상 다녀온 옷으로 갈아입고 가자 영정사진은 따뜻하지 아, 저런 분이구나 고인과 첫 대면을 하고 맞절을 하며 상주의 슬픔이 물밀 듯 밀려오길 바라는 맘으로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자 손을 놓고 온 사람들의 눈빛은 엇비슷해지고 죽음의 문턱을 들여다보는 나를 엇박자처럼 부르는 헤이 친구 고인의 삶을 귀동냥하듯 들으며 부고는 지나가고 국에 밥 한 그릇 말아 먹었으니 우리의 문상도 끝나가는 헤이 친구 말똥 같은 왁자함과 말라 가는 수육을 남겨놓고 영靈은 나서겠지만 어딘가로 나서겠지만 시간이 시간을 두고 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고 슬픔이 슬픔을 두고 가면 영영 뒤돌아보지 않는다니 상주가 내 상주인 것처럼 우리의 상주인 것처럼 등 한번 두드리고 나가자 --- 「헤이 헤이 헤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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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202001291505 그 끝이 덤덤하게 걸어가고 있다 있어서 없음이 있고 없어서 있음이 있으니 있고 없음의 뒤에 숨어도 되겠다 한 말과 할 말이 가벼워지게 나를 흘려야겠다 2020년 7월 이돈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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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한 발 비켜나 삶을 그리워하는 민박의 낮, 죽음을 껴안고 죽음을 사랑하게 되는 민박의 밤, 그곳에서는 “이승의 내가 술을 따르고 저승의 내가 술을 받으며”(『기일』) 뿌연 안개처럼 취해 가도 좋을 것 같다.
이돈형 시인의 이번 시집『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의 시들은 “어떤 고통을 삼키다 스스로를 품에 안고 토닥이는 사람”(『첨탑』)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날에는 “온몸에 비 문신을 새기고 탁본을 뜨기 위해 불을 끄고 컴컴함을 쏟아”(『지하실에 내려 온 것은 비 때문이다』)부음으로써 세상의 통증을 실감하고, 또 어떤 날에는 “오늘이 체하기 전 그냥 한술 뜨자”(『밥상머리』)면서 통증을 가라앉힌다. 고통과 위로 사이를 오가는 여행, 그곳에서 묵게 되는 민박 같은 장소가 그에게는 시가 아닌가 싶다. “어떤 마음이 푹 썩어 청소(靑所)에 들 때까지”(『청소역(靑所驛)』) 그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의 시와 동행하면서 각자의 ‘청소’를 찾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곳이 푸르러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길상호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