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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
윤수하
천년의시작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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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장가 13
씨앗 14
흔적 16
가면의 힘 17
허물어지다 18
무심코 20
떠도는 피 21
자전거 22
숲 옆 길갓집 24
통로 26
마음 28
잎 29
골목 30
목숨 31
최면술사 32

제2부

욕망은 가시가 있다 39
흔적은 기억해 40
마이미스트 42
묵은 헤비메탈을 들으며 45
내 곁에서 46
슬픔은 깃털이 있다 48
벽 안의 물고기 50
체취 52
안과 밖 54
반성 56
사물 58
몸속의 거미 60
저녁 바람에 젖어 62
천국보다 낯선 64
사금파리 66

제3부

물들다 69
떠돌다 70
그 여자 71
해 질 녘의 대화 72
세기 후라이드 볼트 74
미각의 생生 76
생生 78
어느 날, 문득 79
저 먼 그곳 80
재회 81
낙엽 82
책 83
최면의 세상 84
종점 86
그늘을 품은 꽃 88

제4부

무게 91
나 92
거울 93
모서리 94
잠 96
길 건너 이발소 97
간단한 식사를 위한 간편한 레시피 98
멍게 100
불안의 유희 101
추억 102
비 오는 첫눈집 104
틀 106
양식 108
B의 화실 109

해설

오홍진 내 마음을 가로지르는 타자의 목소리?110

저자 소개 1

저자 윤수하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유년을 전북 남원에서 보냈다.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계간 시전문지 [시에]로 등단했다. 시집 『틈』(2014),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2018), 저서 『이상의 시, 예술 매체를 노닐다』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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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6g | 128*208*20mm
ISBN13
9788960213708

책 속으로

마이미스트


이른 새벽 마당으로
새가 날아들었어.
어린 나는 신비한 새의 날갯짓을 훔쳐보았어.
행여 날아갈까 가슴 조이며
새의 등은 코발트블루로 빛났어.
어두운 수풀 그늘에서도
눈에 띄는 새의 날개는
숨길 수 없는 마음 같았지.
누구를 향하는 마음이 그토록
환하고 선명했을까.

엄마는 집을 나갔어.
구겨진 편지처럼 버려져
하염없이 배가 고팠어.
책상 밑에 숨어
쥐처럼 허겁지겁
땅콩버터를 퍼먹었어.
달콤하고 느글거리는 식감이
배 속에 눌어붙을까 걱정됐지.
밥과 영혼은 정비례해.
수없는 다리를 흔드는 그리마가
온몸에 달라붙어서
몸뚱이가 타버리지 않는 이상
마음을 먹어치울 것 같았지.

인생은 가시밭길이고
사랑도 다 거짓말이야.
피딱지가 붙은 입술
허공에 걸린 거울 속에 붙은
정교하게 쪼개진 마음.
몸은 사랑을 기억하지만
마음은 밥에 가 있어.
밥풀에 엉겨 붙은 심장이 말해.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어.

몸을 웅크린 채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버려두었어.
나비의 수명은 한 계절이야.
기면서 한 계절
매달려서 한 계절
흉측한 몸을 비우고 바꿔
겨우 보름을 날아
그래서 나비의 날갯짓은
소리를 뱉지 않고도
시간을 전달하는
꼭 그만큼이야.
나는 입술에 지퍼를 달았어.
말은 침묵 속에 갇혔어.

--- 본문 중에서

추천평

무엇을 잠재우기 위한, 누구를 재우기 위한 자장가일까? 윤수하의 ‘자장가’는 “가까운 미래에 내 몸이 내 것이 아닐 때”를 위한 자장가이다. 아니다. 그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 “내 몸이 내 몸일 때” 지금 여기의 나를 재우기 위한 자장가이다. 아니다. 그 모두를 위한 것이다. 가까운 미래 내가 죽음으로 이 지상에 흩어져 버릴 것을 떠올리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자유로울 자 아무도 없다. 그 공포를 잠재우는 윤수하의 자장가는 남다르다. 그것은 죽음과 삶에 대한 독특한 인식에서 오는데, “내 몸이 내 것이 아닐 때” 나는 아이의 뺨을 스치는 바람이 될 것이고 물결이 될 것이고, 나뭇잎이 되어 옷자락에 묻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형체를 잃고 흩어진 몸은/ 우주 어딘가 뿌리를 내려/ 새로운 몸을 이루고 산다”고 한다. 소멸이 아니라 자아의 확산으로 영원 속에 편입하는 것으로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을 또한 “뜨거운 사랑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둔 그의 시는 긍정과 연민의 따스한 시선으로 직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의 시는 찰나적 삶과 영원을 이어주는 인식의 통로이며 번뇌와 혼동을 재우는 자장가이다. - 복효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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