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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ge Luis Borges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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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탄생 100년을 맞아 보르헤스의 대표 시집이 번역되어 나왔다. 보르헤스의 소설 전편을 보르헤스 전집 5권으로 출간한 민음사는, 보르헤스가 시력을 잃고 난 후 출판한 {창조주El Hacedor}(1960)에 수록된 시 전편과 대표시 몇 편을 묶어서 첫 시집의 제목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그의 시에 대한 소개나 번역은 지금까지 국내에 전무했다. 그가 단편소설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탓이다. 그렇지만, 그의 문학적 출발이 시였고, 단편과는 사뭇 다른 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초역의 이 시집은 큰 의의가 있다.
보르헤스의 가장 내밀한 고백이 담겨 있는 시집 보르헤스의 시는 무엇보다도 단편이 지니지 못한 미덕이 있다. 내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단편에는 은닉되어 있는 전기적 사실이나 고뇌 혹은 강박 관념이 진솔하게 피력되어 있는 것이다. 1958년에 씌어진 [축복의 시]는 갑자기 암흑 세계에 빠진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시에서 그는, 최고의 영예의 순간에 불행의 나락에 굴러 떨어진 삶의 아이러니를 토로하고 있다. 시력을 잃은 그가 <축복> 운운하는 것부터가 아이러니이다. 신은 빛을 여읜 눈을 이 장서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여명마저 열정으로 굴복시키는 몰상식한 구절구절을 내 눈은 꿈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 1930년대 보르헤스가 애모하던 여인에 대한 시([엘비라 데 알베아르]), 보르헤스가 살던 동네([수사나 소까])와 아르헨티나의 거리([거리])를 묘사한 시, 보르헤스 가문의 내력에 관한 시([보르헤스 가문]) 등은 전위주의를 추구했던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 때문 에 볼 수 없었던 보르헤스의 내면 세계를 진솔하게 드러내 준다. 당신은 눈을 들어 달을 봅니다. 무엇인가에 대한 기억 한 자락이 펼쳐지다 꺼져갑니다. 활기 없이 머리를 수그린 채 슬피 걸을 뿐입니다. 당신이 쓴 시구도 기억 못한 채. <그리고 그의 묘비명은 피비린내 나는 달.> --- [어느 늙은 시인에게] 보르헤스 특유의 강박 관념이 나타나 있는 시도 있다. 보르헤스는 자신의 성격 탓에 일상의 삶에서 일탈해 보고자 하는 열망과 남성다움에 대한 선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집착의 일단은 <호랑이>나 <후안 무라냐>, <비수> 등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보르헤스 문학 세계의 시원을 더듬어 찾아가는 길 그렇지만, 이 시집은 결국 보르헤스의 세계 인식과 형이상학적 주제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보르헤스는 세계란 불가해한 것, 현실은 꿈과 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단편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집에서도 그런 세계 인식은 그대로 드러난다.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순환>이란 개념처럼, 보르헤스의 시들은 비슷한 관심사를 유사한 어조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는 어휘들, 즉 <황혼>, <모호>, <현란>, <어스름>, <경계> 등이 자주 반복된다. 그리고, <도서관>, <모래 시계>, <체스>, <거울>, <호랑이>, <칼>, <유년기의 기억> 등의 모티프를 빌려 <영원>, <혼돈>, <자아>, <시간>, <물질>, <죽음>, <숙명>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를 설명한다. 이처럼 이 시집은 {픽션들}, {알렙} 등을 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보르헤스가 노년기의 심정과 단상들을 허심탄회하게 표출해 낸 시편들을 모았다는 점에서 보르헤스 문학의 또다른 깊이를 측정할 수 있다. 동시에, 보르헤스의 전 작품 세계의 주요 모티프가 다시 등장한다는 점에서 보르헤스의 일관된 세계 인식을 드러내는 중요 작품이 되어 있다. 보르헤스의 단편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시집의 시가 함축한 주제와 모티프가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단편소설에서 추구하던 주제와 모티프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내면 세계가 가장 진하게 녹아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깊이 음미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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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오후가 흩뿌려지고 나는 성찰한다. 내 시가 떠올리는 호랑이는 상징과 허상, 일련의 문학적 비유, 백과사전의 기억일 뿐, 수마트라와 벵골에서 태양과 유전하는 달 아래 사랑, 한가함, 죽음의 일상을 수행하는 섬뜩한 호랑이, 불길한 보석이 아니라고. 나는 상징들의 호랑이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진정한 호랑이를, 버펄로 떼를 몰살하고
1959년 8월 3일 오늘 초원에 호젓한 그림자를 늘어뜨리는 호랑이를 대비시켜 본다. 허나 그를 거명하고 주위를 상상한다는 것이 이미 그를, 대지를 떠도는 살아 숨쉬는 피조물이 아닌 예술의 가공물로 만들고 마네. --- p.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