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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심연을 마주하는 자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과 희망의 원리 / 심원섭 2. 식민 유산에 맞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증언 ―독재를 고발하는 소설가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 우석균 3. 문학이 세계를 바꾸는 방식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목소리 소설 / 최진석 4. 문명이 충돌하는 곳에서 쓰다 ―이스탄불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 작가 오르한 파묵 / 이난아 5. 시적이고 서정적인 언어로 자연과의 합일을 노래하다 ―르 클레지오의 문학세계 그리고 한국 / 송기정 6. 양극이 하나가 된다 ―헤르만 헤세의 생애와 문학정신 / 이인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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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윤리적 가능성을 위아래로 더 오픈시켜 봅시다. 밑바닥에서 출발해 보는 겁니다. 이 아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만약 살아남아 계속 키우게 된다면? 죽을 노릇이죠. 앞으로 부부의 인생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곳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이것은 아까 오에 겐자부로가 말한 ‘인생의 심연’입니다. 소리 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우리를 어두운 구멍 속으로 빨아들이는 ‘인생의 심연’.
---「1강. 인간의 심연을 마주하는 자」중에서 『대통령 각하』와 『옥수수인간』으로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참여문학 작가로 인정받았던 아스투리아스였으니 자연스럽게 반제국주의, 반독재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죠. 쿠바혁명이 성공한 1959년부터 1980년대 초중반까지 라틴아메리카는 냉전 체제 하에서 격화된 이념 갈등으로 혁명과 군사 독재가 교차한 대륙이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 장르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독재자 소설이 쏟아져 나온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의 산물이었습니다. ---「2강. 식민 유산에 맞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증언」중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자신의 소설에서 고집스레 채록했던 것은 바로 그 유령의 목소리였습니다. 비록 남성사회의 도덕에 사로잡히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등장인물이라 해도, 그 사람이 여성이라면 필연적으로 체감하는 그 유령적 존재성 말입니다. 유령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치부당하니 오직 목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고, 그것이 알렉시예비치의 소설을 ‘목소리 소설’이라 부르게 만든 이유인 것이죠. ---「3강. 문학이 세계를 바꾸는 방식」중에서 문화 충돌, 문명 충돌. 이스탄불을 방문하신 분들은 아마 한눈에 이 정의에 부합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아야소피아 성당과 술탄 아흐멧 사원이 나란히 있는 장면 같은 것이죠. 과거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정면으로 충돌한 도시가 바로 이스탄불이거든요. 그래서 오르한 파묵의 모든 소설에는 동서양이 부딪치고 갈등하는 양상들이 등장합니다. 그가 태어난 도시의 숙명인 거죠. ---「4강. 문명이 충돌하는 곳에서 쓰다」중에서 르 클레지오의 가장 큰 특징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교육 받은 프랑스 남성임에도 약자의 시선, 제3세계의 시선, 그리고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입니다. 그는 문학을 통해 서구 중심의 문화지배에 저항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제3세계인으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지배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상상의 작품이자 의식의 소산인 문학이야말로 불평등한 조건에서 진행되는 세계화시대에 평등을 실현했다. 그런 차원에서 나의 모든 작품은 참여문학이다.”라고 말입니다. ---「5강. 시적이고 서정적인 언어로 자연과의 합일을 노래하다」중에서 그러나 헤세는 일찍부터 고독한 인생길의 날카로운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감하였습니다. 동양의 지혜를 접하면서 양극적 단일성에 대한 이념을 알게 되고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념을 특히 『데미안』 이후의 모든 작품에서 여러 가지 동양적 요소와 소재들, 동양적 인물과 모티브와 비유의 언어로 문학화했습니다. 그의 문학정신에서는 음과 양 혹은 선과 악이 긍정되고, 모든 것은 하나이며 똑같이 좋고 신성한 것이 됩니다. 바로 이 양극적 전일사상이라는 정신 속에서 헤세라는 인간과 인생의 운명적 균열도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6강. 양극이 하나가 된다」중에서 |
이 책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몇몇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삶을 다룬 강연을 묶은 책이다. 유수의 연구자와 교육자들이 대중을 대상으로 친숙하게 설명한 강연은, 국내 유일의 공공종합문학관인 한국근대문학관이 기획했다.
인간의 어떤 면은 영속하고 세상의 어떤 면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를 읽을수록 현재를 보는 힘은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읽는다. 지난 시대의 명작이 무엇인지 살피는 길은 많고 많다. 권위 있는 문학상의 수상자 목록을 훑는 방법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특정한 상의 수상 여부가 뛰어난 문학을 판별할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으로 인류에 기여한 작가에게 준다는 이 상은 백 년 동안이나 그 나름의 확실한 이유를 가지고 적임자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시대가 겪어온 아픔과 부침, 그럼에도 바라보던 희망을 차례차례 톺아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시적인 힘으로 생명과 신화가 밀접하게 응축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여 현대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고통스러운 양상을 극명하게 그려냈”다는 선정 이유로 1994년에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가 첫 번째다. “라틴아메리카 인디오의 전통과 과테말라의 특성에 뿌리박은 작품”으로 1967년 수상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가 두 번째다. 세 번째 강연에서는 “다성 음악과도 같은 그의 저술들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기록한 기념비들”이라는 평을 들으며 2015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다룬다. “본향인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가는 과정에서 문화 간 충돌과 복잡함에 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해”낸 오르한 파묵을 네 번째 강연에서 다루고, “지배적인 문명 너머 또 그 아래에서 인간을 탐사한” 르 클레지오를 다섯 번째 강연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대담성과 통찰력으로 고전적 인도주의의 이상과 높은 품격의 문체를 보여주는 글쓰기”의 주인 헤르만 헤세를 다룬다. 독서를 위한 독서, 독서로 이끄는 독서 1강의 주인공인 오에 겐자부로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소위 ‘까발리는’ 일본 사소설의 전통 속에서, 마음속의 비밀을 긁어내고 드러내는 글을 써왔다. 그의 대표작인 『개인적인 체험』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두뇌 기형아로 태어난 아들을 눈앞에 두고 치료를 할지 말지 기로에 놓인 아버지의 이야기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이 애비는 마귀입니다. 악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당사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오에 겐자부로는 이 작품 속에서 그 괴로움을 계속 그려나갑니다. 그의 앞에 하나의 길이 있어요. 마음이 괴롭지 않고 빛이 나는 길, 정답의 길이에요. 그러나 그것만 빼놓고 다른 모든 길을 모색하며 괴로움의 진창 속에서 뒹구는 애비의 방황이 이 작품의 99퍼센트를 차지합니다. ―52쪽에서 강연자인 심원섭 교수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고통을 고스란히 그려내는 오에 겐자부로가 한편 탈핵운동과 평화헌법수호운동에 앞장서는 참여적인 작가임을 소개한다. 초기작품이 가진 특유의 염세적인 분위기와 심리묘사로부터 시작한 강의는 작가가 그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한 뒤 약자와 인류고(苦)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이야기까지 풀려나간다. 작품 안팎의 맥락을 넘나들며, 깊이 있는 책 읽기를 위해서는 ‘책 바깥 읽기’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석균 교수는 문명 공통의 해악인 독재를 마술적 사실주의로 그려낸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를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가이니만큼 그와 비견했던 동시대 라틴 작가들을 통해 아스투리아스의 윤곽을 그려보게 한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노벨문학상 수상 계보와 함께 듣는 라틴 문학사 이야기도 흥미롭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가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의 기원으로 불리는 까닭, 그리고 여타의 독재(자) 소설을 어떤 측면에서 넘어서는지 찬찬히 풀어나가는 맛이 남다르다. 문학작품을 접하기 전 역사적 배경지식을 갖춘다는 점에서 한층 의미가 깊어지는 독서가 될 것이다. 3강에서는 전쟁의 역사에서 지워진 여자들의 이름을 불러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세계를 다룬다. 살아있는 사람의 입으로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해 듣는 것이 그의 작업인 만큼, 작품의 진정성은 그 사실성에서 연원한다고들 말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강의에서는 우리가 이 이야기에 감동하는 까닭을 예리하게 탐구하고, 마땅히 인지해야 할 지점을 짚어준다. 더 효과적인 독서, 오독의 가능성을 줄이는 독서를 위한 제안을 한다. 그러므로 알렉시예비치의 소설은 날것의 사실 자체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의 작품은 편집(억압과 2차 가공)의 효과로 만들어진 허구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알렉시예비치가 증인들의 목소리를 엄격히 복원하고자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발견하는 것은 사실의 집적으로서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담긴 감정이란 고백을 기억해야 합니다. ―142쪽에서 그밖에도 충돌하는 두 문명을 생생하고 다채롭게 형상화한 오르한 파묵, 터전을 빼앗긴 난민의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이야기한 르 클레지오, 세상의 대립과 모순을 포괄하는 합일정신을 문학으로 피워낸 헤르만 헤세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을 논하고 있다. 여섯 번의 강의는 모두 친숙한 입말로 진행되었고 그대로 책에 담겼다. 이 세대에서 저 세대로 진리를 실어 나르는 것이 독서의 힘이라면, 노벨문학상 읽기는 그 정수인지도 모른다. 노벨문학상을 읽는 것은 시대를 읽는 일이며 가치를 읽는 일이다. 이 책은 그런 독서로 이끄는 독서를 목표한다. 독서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관점을 제시하며, 더 많은 독자가 거기까지 이르도록 손을 잡고 끌어주는 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