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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hiro Maekawa,まえかわ ともひろ,前川 知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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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 말했잖아, 개념을 수집한다고. 근데, 덤으로 웃기는 일이 생기더라. 인간은 그걸 잃게 되나 봐.
사쿠라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마노: 우린 대화를 하다가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질문을 해. 그래서 상대방이 그 개념을 머릿속에 정확하게 그려내는 순간, 그걸 학습하는 거거든. 굳이 말로 안 해도. 사쿠라이: 말로 안 해도? 아마노: 말로 하면 복잡하잖아.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게 목적이니까, 이해 자체를 가져와버려. 그게 우리 능력이야. 사쿠라이: 그렇구나, 그런데 덤은 뭐야? 아마노: 우리가 가져오면, 상대방은 그 개념을 잃어버리나 봐, 완전히. 사쿠라이: 잃어버리면 어떻게 돼? 아마노: 그냥 조금 고장 나는 거야. 사쿠라이: 개념을 뺏는다. 그건 꽤 쓸모 있겠는데? 아마노: 당연하지. 어떤 아저씨가 자꾸 시간 없다, 시간 없다 그러길래 시험 삼아 시간 개념을 뺏었거든. 사쿠라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마노: 멈추더라. 지금은 천천히 가려나? 아, ‘천천히’도 시간인가? --- p.89~90 아마노: 그럼 설명해봐, 왜 나랑 당신이 다른지, 더 근원적으로 설명해봐. 알기 쉽게. 마지막 부탁이야, 그것만 가르쳐주면 진짜로 갈게. 당신과 저, 그쪽과 이쪽, 너랑 나, 그 구별, 그 관계, 뭐냐고! 말 좀 해봐! 쿠루마다: …학생- 아마노: 진지하게 생각해! 쿠루마다: … 아마노: 됐다, 좋아. 그거, 가져갈게. 사쿠라이: 뭐 한 거야? 아마노: 나와 남을 구별하는 개념이랄까. 그렇지? (쿠루마다를 민다) 그 자리에 무릎 꿇는 쿠루마다. 눈물을 흘린다.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아마노: 이건 효과가 있나 본데? 사쿠라이: 선생님? 선생님? (쿠루마다를 부축한다) 쿠루마다: 윽윽… (소리 내어 운다) 사쿠라이: 왜 우세요? 선생님? 아마노: 눈물만 나는 거야. 슬퍼서 그러는 거 아니야. 사쿠라이: 선생님! 쿠루마다: … 아아, 미안해요. 응? 아아, 뭐였더라? 음? 사쿠라이: 일어설 수 있겠어요? 아마노: 이제 이해가 됐을 텐데. …선생님, 아키라 병실로 가죠. 난 걔가 너무 걱정돼. (아첨을 하듯이) 쿠루마다: 아아아, 그렇지. 걱정돼. 가자. --- p.99~100 신지: 나루미, 끝났어! 이제 다 끝났어! 나루미: …어? 신지: 끝났다. 끝났어, 고마워. 나루미: 아. (눈물을 닦는다) … 어? 하하. …나 뭘 잃은 거지? 신지: 사랑. 나루미: 알아 그건. 신지: 넌 단어만 알고 있는 거야. 이제 알았어. 너한테 제일 소중한 걸 빼앗았어. 나루미: …그렇구나. 괜찮아. 나 아주 말짱해. 하하… 나루미는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신지는 이제야 알게 된 사랑을, 나루미와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나루미: 어머. 왜 그래, 신지? (웃음) 버림받는 건 나야. --- p.154~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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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솟아오른 불온한 세계
절멸과 더불어 희망을 찾는 힘겨운 노력 『산책하는 침략자』는 어느 지방 소도시에 인간의 ‘개념’을 빼앗는 지구 밖 생명체가 등장하면서, 낯설고 기이한 상황을 던져놓는다. 이 생명체들에 맞서,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평범한 인물들이 세상과 가족을 지키려 애쓴다. 어딘가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 신지, 신지를 돌보며 사랑을 되찾아가는 나루미, 특종을 찾아 고향 도시에 온 프리랜서 기자 사쿠라이, 전쟁으로 세상이 ‘리셋’되기를 원하는 청년 마루오의 이야기가 그들의 가족과 친구 등 여러 인물들과 함께 전개된다. 우리 삶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열망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각기 다른 궤적을 거쳐 침략자의 진실을 마주하고,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린다.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가운데 하나의 파국적인 점으로 수렴한다. “왜 그래, 신지? 버림받는 건 나야.”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작가 노트(10쪽)에 따르면, 연극에서 인물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상황에 대처한다. 하나의 무대 위에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상황이 파국을 향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신지는 착실히 산책하며 사람들에게 개념을 빼앗고, 신지에게 개념을 빼앗긴 아스미는 동생 나루미 앞에서 괴로워하고, 나루미와 사쿠라이는 외계인의 진실을 두고 말다툼을 벌인다. 작품 전체에 걸쳐 흐르는 기묘한 긴장감이 각각의 인물들에게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주된다. “그냥 그렇게 해줘. 신짱, 죽는다며. 가면 죽는 거라며? 괜찮아, 일석이조잖아, 자기 마음도 알고, 내 마음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난 신짱이 없어도 슬퍼하지 않게 돼. 그런 거 맞지? 사랑이 뭔지 모르게 되는 거니까. 그게 제일 좋은 거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냥 해줘. 준비됐어. 머릿속이 그걸로 가득 찼어. 대화도 필요 없고, 질문도 필요 없어. 말은 아무 상관없어.” _본문에서 “보이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산책하는 침략자』는 ‘침략SF’의 형식을 빌려 지금과 다른 세계를 친숙한 일상으로 불러온다. 인물들의 서사가 하나의 장면으로 모여들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본적인 것,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지구 밖 생명체는 인간을 어떤 방법으로 이해할까?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고, 세상사를 보고 들을까? 이 작고 강렬한 희곡은 ‘개념을 빼앗는다’는 설정을 이용해, 상상하지 못한 낯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에카와 도모히로는 ‘개념을 잃는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한 과정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로 지구 밖 생명체가 인류를 조사하러 온다면, “언어로 이해하기보다 개념으로 이해”할 것이라는 기발한 상상. “‘愛’ ‘love’ ‘amour’ 모두 결국 같은 것을 의미하니까요.” 둘째로 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연극에서 외계인의 공격에 현실성을 부여할 수 있는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 “보이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저자가 내놓은 대답은, 인간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그물망과 같은 인간의 정신에서 하나의 요소를 빼앗는 것이다. 소설과 희곡, 문학의 두 가지 표현 양식이 만드는 총체성 알마는 지난 3월 소설 『산책하는 침략자』(FoP 시리즈)를 출간한 데 이어, 2019년 8월에 희곡을 출간한다. 소설과 희곡을 함께 출간하는 이유는, 하나의 이야기를 문학의 두 가지 양식으로 다르게 읽는 과정에서 소설과 희곡의 양식이 갖는 본질이 식별되고 이야기가 보여줄 수 있는 세계가 풍성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희곡은 희곡 양식의 특성상 등장인물의 내면에 대한 묘사 없이 행동과 결과가 곧장 연쇄되고, 작품이 가진 핵심적인 메시지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그 결과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이 극대화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에 반해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을 영화의 장면처럼 생생히 묘사한다. 등장인물의 수도 더 많으며, 다양한 인물들이 관계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준다. 문학에서 즐거움을 얻는 독자들은 희곡과 소설을 함께 읽는 흔치 않은 기회를 통해, 문학이 주는 새로운 경험을 누릴 것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2005년 연극이 먼저 무대에 오르고 2007년에 소설이 출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