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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 호 승 내 추억은 또 한 번 꿈을 꾼다 눈사람도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 막차는 오지 않았다 은근한 사랑의 군불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도 어머니는 내 시 속에서 집을 짓는다 가난은 눈물이 아니라 힘이다 내 고독에 돌을 던져보라 살아온 삶의 아픔 시인의 마음으로 산 한 세상 장 석 남 잊을 것을 잊지 않으셨군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타오르는 영혼의 노래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는 밤 시인의 장례식 하늘 언덕을 넘어가는 환幻 그들의 희망은 꽃 피는 절망이다 시를 써서 시인이고 싶었다 슬픔을 가르치지 말라 막배 끊긴 세월의 부둣가 세 개의 여인숙 안 도 현 낡고 해진 시집을 펼치고 싶어라 이름이 란蘭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달개비 꽃잎 속에는 코끼리가 들어 있다 여백의 아름다움 청순하고도 서러워라 아내는 늙지 않는다 마지막에 흘리는 한 방울의 말간 눈물처럼 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다 문득, 눈물겨운 풍경들이 내 안에 들어왔다 가슴에 내 가슴에 수를 놓으리라 하 응 백 사랑은 다 그렇다 흔들리며 타는 지하철 아무도 그 불온 문서를 보지 말라 때 아닌 눈 내리던 날에 그리움에 쓰는 시 어린 시절의 달 몰매를 맞다 세상을 향한 작은 노래 홀로 벼랑에 오른 뜻은? 옆구리로 만든 작살 사랑을 물 말아먹다 《두 번째 사랑이 온다면》 사랑 love 사랑하라, 마지막에 흘리는 한 방울 말간 눈물처럼 이별 parting 떠나라, 마음이 기억하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움 longing 만나라, 소리 없이 두 번째 사랑이 다가온다면 삶 life 기억하라, 눈물겨운 풍경이 내 안에 들어왔다 |
鄭浩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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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어릴 때 눈사람의 죽음에서 인간 삶의 자연스러움과 당연함을 배운 것 같다. 눈사람은 햇살이 나면 자연스럽게 녹는데, 그것은 눈사람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눈사람은 차에 치여 죽는다. 이 얼마나 슬프고 당혹스러운 일인가. 눈사람마저 차에 치여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중략) 눈사람이 태어나지 않는 21세기. 인간을 복제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눈사람은 만들려고 하지 않는 21세기. 설혹 눈사람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자동차에 치여 죽어버리는 그런 세기의 삶은 불행하다. - 정호승‘눈사람도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중에서 왜 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가. 저 정치인과 재벌들 대신에, 정치인과 재벌들의 부패와 타락 대신에 2,500원짜리 짜장면의 양이 적다고 열받고, 치사하게 열받고, 중국집 하마 같은 주인놈한테 욕을 하고, 치사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미군 주둔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적십자 회비를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반장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가. (중략) 새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구름이 나무야 물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안도현‘나는 쩨쩨한 일에만 열받는다’중에서 내게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생각되었던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내게 와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습니다(말을 거는 것이 누구인지 나인지 당신인지 사랑이라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게는 그런 운명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도둑처럼 내 안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벌써 몇 달째 살림을 살고 있습니다. 듣던 음악도 그전에 듣던 음악이 아니고 바라보는 책상 모서리도 예전의 책상 모서리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 - 장석남‘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중에서 옆에서 보면 사랑은 다 그렇다. 측은하고 유치하고. 그러나 자신이 해보면 또 다 그렇다. 위대하고 결정적이고 운명적이고…. 사랑은 불연속적인 두 개체가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이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혼자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심하고, 외롭고, 허전하기 때문에. 그래서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하나로, 오락가락하다가, 그 힘든 시소놀이를 하다가, 사람은 죽는다. - 하응백 ‘사랑은 다 그렇다’ 중에서 《두 번째 사랑이 온다면》 순간순간의 찬란한 생명에 박수를 보내야한다. 그가 장미꽃이면 박수 열 번 백합이면 여덟 번 히아신스면 다섯 번 수선화면 세 번 민들레면 한 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민들레는 민들레대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운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이 좋으면 크고 윤기가 흐르는 꽃을 피우지만 주어진 땅과 햇볕이 좋지 못하면 작고 보잘것없는 꽃을 피운다. 그렇다고 보잘것없는 꽃을 피운 민들레에게 왜 다른 꽃들처럼 크고 윤기 나는 꽃을 피우지 못했냐고 질책할 수는 없다. 그도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워 낸 것이다. 신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조건을 주고 훌륭한 꽃을 피우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 꽃과 열매를 맺으면 된다. 저기 있는 친구들은 붉은 꽃을 피우는데 왜 난 흰색의 꽃을 매달고 서 있어야 하느냐고 괴로워하지 말자. 단지 온실 속에 서 있는 꽃이 아니라면 충분하지 않은가. 비바람과 천둥 번개 속에서 꿋꿋이 견디며 피워 낸 꽃이라면 그것이 큰 사랑이든 아주 작아서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랑이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가. 내 사랑은 나의 것이다. 누구의 눈길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내 사랑에만 충실하면 된다. 내 사랑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랑도 꽃피우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당당한 꽃을 피운 내 사랑이 자랑스럽다. _LOVE 002 그토록 알고 싶었던 마음이다. 하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있다. 하늘에서 오는 별빛을 잡으려 지붕에 꽃 한송이를 매달았다. 두 번째 사랑에 빠지면 처음의 사랑을 잊을 수 있을까. 한순간 눈이 반짝이는 사랑.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건 규칙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붙들고 자신에게 닥친 행운을 말하고 싶다.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꺼지는 노을의 꼬리를 잡고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신의 곁에서 날개 깃털을 다듬으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신의 능력을 조금만 나누어 받을 수 있으면 이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_LOGNING 001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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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은 어떻게 정호승이 되었을까? 안도현은 어떻게 안도현이 되었을까? 그들은 타고난 시인일까? 노력으로 만들어진 시인일까? 그들이 직접 그 답을 책으로 썼다. 이 책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에서 그들은 말한다. 시인은 재능을 타고난 것도,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고. 시인은 시가 좋아서 시인이 된 것이라고. 어릴 때, 성장기에, 방황하는 청춘의 어느 때 어떤 시가 좋아서 그 시를 사랑하다 외우고, 그 시를 흉내 내다 습작하게 되고, 그러다가 시인이 된 것이다. 국어시험을 잘 보기 위해, 대학에 가려고 시를 보고 썼다면 그들은 시인이 되기는커녕 시를 좋아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또 말한다. 시를 완전히 이해해야 시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고.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불꽃처럼 사랑하듯 시도 우연히 다가오는 것이라고. 굉음을 내며 몰려올 때도 있고,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다가올 때도 있으며, 때론 둔중한 아픔으로, 때론 스치는 바람처럼 찾아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시라는 우연의 선물이다. 정호승에게 어머니는 시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이 시를 쓴 분이다. 정호승은 회갑이 넘은 지금까지도 어린 시절 가난한 부뚜막에 놓여있던 어머니의 시작 노트를 잊지 못한다. 그가 묻는다. 그 때 어머니는 왜 시를 쓰셨을까? 자라서 시인이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그 답을 찾았다. 어머니는 가난과 한 많은 여인의 고통을 시로 이겨내려 했으리라. 그것을 깨달은 정호승에게 시는 어머니의 시다. 안도현에게 시는 꿈의 간이역으로 가는 기차소리다. 고향을 떠나온 어린 유학생 도현에게 기차소리는 그리움을 일으키는 효과음이었다. 기차가 한 차례 지나간 뒤의 적막감이 그로 하여금 시를 끄적거리게 했다. 시인의 꿈을 한순간도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던 문학청년 안도현에게 시는 끊을 수 없는 마약이었고, 구원의 종교였고, 삶의 모든 것이었다. 청년에게 시는 세상이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가지 않는 길이었다. 안도현은 지금 연애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를 읽어주라고. 그 구닥다리 사랑법이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없던 다리를 놓기도 한다고. 시는 사랑의 열정을 퍼 올리는 펌프이니까. 그런 펌프질로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끌어올려 토해 놓으면 다 시가 된다고 중년을 한참 넘어선 문학청년은 말한다. 장석남에게 시는 밤하늘에 숨어사는 별이다 낙산 꼭대기에서 자취하던 시절. 어느 여름 술 마시고 자취방을 향해 올라가다 돌계단에 걸터앉아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숨어사는 별들이 몇 가닥 빛만으로 겨우 버티고 떠 있었다. 그 역시 별이 되고 싶었다. 안 되면 별의 조카라도 되길 바랐다. 그렇게 밤하늘에 숨어 살기를 꿈꾸었다. 숨어산다는 것. 그것이 세상을 버리는 것일지라도 아름다운 삶이라고 청년 장석남은 믿고 싶었다. 그런 믿음이 한 줄기 별빛처럼 시가 되었다. 하응백에게 시는 다 그렇다. 사랑이 다 그런 것처럼. 그는 모든 시인은 사랑 앞에서 괴롭다고 말한다. 기껏 내 사랑이 이 정도라니. 사랑과 이별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기다림만 남는다는 것을 하응백은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 날이 있었다. 어스름이 내릴 무렵이면 감나무에 올라가 골목 끝을 보며 앉아 있었다. 누구네 아버지, 누구네 삼촌과 형들과 누나들도 왔지만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초승달 빛에 감나무 잎사귀 그림자가 감겨들어 창호지 문에 어릴 때도 있었다. 그것은 반투명의 슬픔 같은 것이었다. 하응백이 자문한다. 그때 내가 정말 기다린 것은 어머니였을까? 혹 달빛에 어린 감잎 그림자는 아니었을까? 세 명의 시인과 한 명의 평론가가 그들이 시와 사랑에 빠졌던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절로 당신을 인도한다. 그곳으로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시인은 청춘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당신은 또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청춘에도 시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이미 시인이라는 것을.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된다. 《두 번째 사랑이 온다면》 울 준비가 되었을 때 두 번째 사랑이 온다. 사랑, 이별, 그리움, 삶. 이 네 가지 감정은 서정윤에게 어떤 것인가. “가장 상투적인 것이 가장 눈물겨운 풍경이다.” 이 책도 그렇다. 너무나 상투적인, 진부하기 짝이 없는 네 가지 감정을 담았다. 가장 눈물겹게. 홀로서기 25년. 서정윤의 독백은 이렇게 시작된다. “홀로서기는 더 이상 팔리지 않을 만큼 진부해졌다. 그 안에 담았던 내 젊은 날의 감정들도 지금의 나처럼 늙고 낡고 진부해졌다. 그러나 삶 속에 던져진 우리가 삶을 견뎌내는 방법은 매일 반복되는 이 상투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가 생겼다. 또다시 홀로서야 할지도 모를 두 번째 사랑이 찾아온다 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그처럼 우리에게도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진부할 만큼 아프더라도. 1부 사랑 작가는 사랑을 응원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되묻는다. 다 내어줄 준비가 되었느냐고.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랑이 사랑이냐고.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이지만 이 말을 듣고 온몸에 전율이 쫙 지나갈 때 비로소 사랑한다는 마음이 전달된 것이다. 아무렇게나 사랑한다는 말을 뱉는 사람은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마음속에 있는 상자인 것이다.」 2부 이별 그가 뱉어내는 날카로운 ‘이별어語’가 마음에 박힌다. 그러나 아프지 않다. 「사랑이 삶의 최고이고 사랑이 없는 삶은 곧 죽음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온 목숨을 바쳐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술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 움큼 썩은 흙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3부 그리움 매일 이별하며 살아야 하는 슬픈 영혼들. 사무치게 그리워도 따져 묻지 말라. 그에게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내 모습을 회상한다. 그리고 사랑을 시작하며 신에게 물었듯 다시 한 번 묻는다. 이 그리움은 무엇인가요? 「모든 만남이 신의 계획이라면 헤어짐 또한 그분의 계획 하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신이 계획해 놓은 큰 그림 속에서 우리는 현상마다 웃고 울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해 선을 이룬다고 한 말을 알고는 있어도 나에게 닥칠 때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별이 있어야 만남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장난조차 너무 구차해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집어 던져버린다.」 4부 삶 시에서만 볼 수 있던 이별어, 사랑어, 그리움어語 가 보편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가 늘 마주치는 골목의 얼굴에서도 삶의 파편들을 발견한다. 골목을 우리의 얼굴이라 표현하며 우리에게 드리워진 그늘과 절박한 눈빛들을 찾아낸다. 순간 그리웠던 풍경 속에 바람이 분다. 「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골목의 모습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얼굴에 숨겨진 뼈들은 골목의 모퉁이다. 그들의 이마엔 구정물 버린 하수구의 그늘이 드리워졌지만 그들의 눈엔 골목 위로 솟아오른 하늘의 빛이 있다. 아파트 현관문에 붙어있는 숫자로 서로를 부르는 가슴에는 없는 것이 골목에는 널려 있었다.」 보편적인 감정들로 힘들어 하는 모두에게 이 책을 건넨다. 책은 당신만의 특별한 흔들림을 알아봐 줄 것이다. 다시 사랑을 위해 울 준비가 되었는가. 이미 두 번째 사랑이 눈물을 닦아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을 쓰다, 글을 찍다 사진을 보고 글을 쓴 것인지, 글을 보고 사진을 찍은 것인지. 두 번째 사랑이 왔을 때 사진은 또 한 편의 글이 되고, 글은 한 장의 사진으로 박힌다. 한 장 한 장 영혼이 담긴 사진을 보고 시인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사진작가는 시인에게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어 감사해 했고, 시인은 두 번째 사랑을 사진에서 보았다고 기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