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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태고의 시간들

: 2018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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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526g | 150*210*30mm
ISBN13 9791188810895
ISBN10 1188810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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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지속적이며 고귀한 것, 인간보다는 시간에게 더욱 익숙한 것을 원했다. 시간 속에서 그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유지하게 할 수 있는 것, 시간 속에서 그녀를 영영 멈추게 하는 것을 바랐다. 덕분에 그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 되었다.
--- p.83

1939년 여름, 신이 주위의 모든 곳에 있었기에 수상쩍고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처음에 신은 가능한 모든 것들을 창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신은 전혀 일어날 수 없거나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들, 다시 말해 불가능한 것들의 신이었다.
--- p.139

쿠르트의 병사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쿠르트는 그들을 만류하지 않았다. 총을 쏜 건 그들이 아니었다.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공포와 고향을 향한 향수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그들은 총을 쏘았다.
--- p.162

땅바닥에 누워 있던 사람 하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강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게노베파는 그녀가 미시아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셴베르트네 식구인 라헬라임을 알아챘다. 품에는 갓난아기가 안겨 있었다. 군인 한 명이 무릎을 꿇더니 침착하게 그녀를 조준했다. 라헬라는 한동안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군인이 달려가 그녀를 발로 밀어서 돌아 눕히는 것을 게노베파는 보았다. 군인은 아기를 싼 새하얀 포대기를 향해 총을 한 방 더 쏘고는 트럭으로 돌아갔다.
--- p.167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움직일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다는 뜻이다. 삶이란 결국 움직임이니까. 죽임을 당한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은 몸이다. 그리고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의 시작과 끝은 몸 안에 있다.
--- p.212

파베우는 자신이 길가의 한옆에 내던져진 돌멩이나 버려진 아이 같다고 느꼈다. 그는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이 거친 현재의 시간 속에서 바닥에 등을 대고 똑바로 누운 채 스스로가 매초 무(無)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생생히 감지했다.
--- p.249

세상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생을 찬미할수록, 생과 더욱 강렬하게 연결될수록 죽은 자들의 시간은 더욱 혼잡해졌고, 공동묘지는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죽은 자들은 이곳에 와서야 ‘삶이 끝난 후’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자신들이 지금까지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음을 깨닫게 된다. 죽고 난 뒤에 비로소 생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발견은 헛된 것이었다.
--- p.264

“다 잘될 거예요. 세상이 전과 많이 달라졌잖아요. 더 커지고, 더 나아지고, 더 밝아졌으니까요. 예방주사도 생겼고, 전쟁도 끝났고, 사람들의 수명도 늘어났고……. 안 그래요?” 미시아는 유리잔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 p.321

미시아의 영혼이 그녀의 몸에서 분리되고 생물학적 두뇌 활동이 멈춰지게 되면, 미시아 보스키는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 종국에는 그녀의 생각과 말, 그녀가 직접 겪고 몸담았던 모든 일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인생처럼 평범하지만, 그 속에는 어둠과 슬픔이 깃들어 있다고 가족들은 확신했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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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순환하는 인간의 시간을 그린
올가 토카르추크 작품 세계의 원형이자 대표작

문학에는 불멸의 변치 않는 뿌리, 원형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 원형으로부터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 원형을 바탕으로 뭔가를 창조하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서술해나가려 애쓴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짓는다는 건, 내 생각으로는 영원한 작업인 것 같다. 인간은 스스로가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과 그 변화의 과정―집단적으로든 개별적으로든 간에―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야 할 강한 필요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란 결국 ‘언어’만큼이나 오래되고 고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_올가 토카르추크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하고, 인물의 꿈, 내면, 무의식 등을 정교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함을 보여주는 토카르추크는 인간의 존재론적 숙명과 실존적 고독, 신과 인간의 관계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태고의 시간들』은 이러한 토카르추크 작품 세계의 원형이라 할 만큼 작가의 필력과 특유의 작품성이 집약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인 흐름으로 서사를 전개해나가기보다는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씨실과 날실 삼아 촘촘히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낸다. 비단 인간뿐 아니라 각종 동식물에서부터 신성(神性)을 가진 매체에 이르기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주체’가 되어 단편적인 조각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러한 개체들의 개별적인 삶의 방식과 존재의 의미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한다.

신화적 상상력이나 마술적 리얼리즘의 경향 역시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작가는 공간의 신화화를 추구하면서 여기에 실제 역사의 사건들을 적절히 접목함으로써 현실과 초자연적 현상이 공존하는 새롭고도 독특한 소우주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순환성, 원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화적 시간을 펼쳐 보인다. 이 소설에서 신화적 시간은 역사적 시간도, 개인의 자전적 시간도 아닌, 신화의 영원한 현재를 역설한다.

예술은 신화적 언어의 수호자이다. 내게 신화는 기억이다. 신화는 우리가 종으로서의 연속성을 보존하고, 세상을 정돈하는 역할을 한다. 융의 견해처럼 나도 신화가 종의 기억을 구성하는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신화는 학습할 필요가 없으며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그의 사상을 나는 믿는다.
_올가 토카르추크

본질적으로 신화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의 원형이며, 인간의 운명에 관한 보편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평론가 야누스 클레이노츠키가 강조했듯이 토카르추크는 『태고의 시간들』을 통해 모든 위대한 소설은 신화로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환상, 역사와 개인 이야기,
거대 서사와 미시 서사의 대립과 공존

『태고의 시간들』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 안에서 지속과 변형을 되풀이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인류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태고’는 키엘체 인근에 있는 가상의 마을로 작품의 첫 문장을 통해 설명하고 있듯이 ‘우주의 중심에 놓인 곳’이다. 마을 이름인 ‘태고’는 폴란드어로 ‘프라비에크(prawiek)’, 즉 아주 오래된, 원시의 시간을 뜻한다. 태고는 어디에나 있음 직한 평범한 시골 마을이라는 점에서 시공을 초월한 ‘열린 공간’이다. 하지만 흑강과 백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천사들이 동서남북의 경계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고유한 질서와 법칙의 지배를 받는 ‘닫힌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태고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일부 평론가들은 토카르추크의 작품에 나타나는 마술적 리얼리즘 요소에 주목하면서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등장하는 ‘마콘도’와 ‘태고’를 비교하기도 한다.

성서의 창세기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의 묘사는 모든 것이 변치 않고 제자리에 놓여 있는 영속적이고 조화로운 공간, 즉 에덴동산을 떠올리게 한다. ‘태고’ 안에 머무르는 동안 등장인물들은 안정과 조화를 느끼지만, 그 경계 너머의 세계(예를 들어 숲)는 혼돈과 불안, 카오스로 가득 찬 공간으로 암시된다. 백강과 흑강은 각각 선과 악을 상징하며, 두 강의 물줄기는 마을 어귀의 방앗간 근처에서 하나로 융합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태고라는 공간에 깃든 신화적 원형성을 대변한다.

총 84편의 조각 글들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간은 연대기적인 단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짤막한 단편들 또는 에피소드들의 짜임으로써 나선형으로 돌아간다. 소설의 중심인물들인 니에비에스키 가족(미하우와 게노베파, 미시아와 이지도르, 아델카)과 이웃들뿐만 아니라, 외부인들(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점령한 군인들), 동식물, 신과 천사, 사물, 죽은 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조각 글들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각 개체의 개별적 삶의 방식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여기가 태고의 경계야. 여기에서 태고가 끝나. 더 가봐도 아무것도 없어.” (…) 그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더니 루타가 경계라고 말한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런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뭔가 이상했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손가락 끝이 사라졌다. (…) “걱정 마, 이지도르. 우리에게 다른 세상은 필요 없잖아.” 147~149쪽

비극적인 역사의 무자비한 흐름 속에서
여성 개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남자보다 여자가,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남편보다 아내가 더 빨리 죽는 시절이었다. 여자는 인류가 은밀히 고여 있는 그릇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아이들은 여자들에게서 새 생명을 얻었다. 그런 다음 깨진 알은 스스로 붙어 다시 고유의 형태를 회복해야만 했다. 여자가 강할수록 더 많은 아이를 낳았고, 그로 인해 여자는 조금씩 약해졌다. 65~66쪽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혹은 기록될 수 없었던 소수자 개인들,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탄생부터 성장, 결혼, 출산,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여성의 삶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면서 ‘여성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페미니즘적인 성향도 엿볼 수 있다.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뒤 유대인 청년에게 사랑을 느낀 게노베파,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둠과 슬픔이 깃든 삶을 살아낸 미시아, 술 취한 남자들에게 몸을 팔다가 숲속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치유와 예언의 능력을 갖게 된 크워스카, 신산한 삶 끝에 광기에 사로잡힌 노파 플로렌틴카, 독일군과 러시아군 모두에게 강간당하고 사랑 없는 삶을 살아가다 ‘태고’를 떠나는, 크워스카의 딸 루타, 독단적인 아버지의 집을 떠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꾸려가는, 미시아의 딸 아델카 등 역사의 비극 뒤편에서 잊힐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 고향을 떠나는 버스에 오른 아델카는 아버지 집에서 몰래 들고 나온, 어머니의 커피 그라인더를 꺼내어 천천히 돌린다. 아델카의 이러한 행위는 연속성과 지속성, 그리고 어머니라는 존재의 계승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게노베파의 시간은 미시아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그 시간은 다시 아델카에게로 연결되며, 겹겹의 시간을 잇는 고리가 된다. 모든 것이 되풀이되고 순환되면서 그렇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옮긴이의 말’에서

토카르추크는 『태고의 시간들』을 통해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은 통합적 합일을 이루어냈다.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 자연과 문명, 관념과 실재, 환상과 현실, 변화와 반복, 이 모든 항목들이 토카르추크의 세계에서는 결코 영구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서로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뒤섞인다. 우리의 의식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된 세계도 존재하지 않지만, 자연과 생명의 무구한 리듬에서 동떨어진 인간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음을 저자는 역설한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새롭고도 독특한 소우주 속에서 순환성, 원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화적 시간이 펼쳐지는 이 작품은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지속과 변화를 되풀이하는 공간을 통해 결국 소설이란 시간의 이야기임을, 태곳적부터 만들어온 인간의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 이 소개글은 ‘옮긴이의 말’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처음부터 끝까지 압도되어 읽었다. 저토록 넓고 광활한 세계를, 이렇게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니. 문학의 본질적인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한 작품이다.
- 정이현 (소설가)
우리에게는 반드시 살아온 시간을 언어로 바꿔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올가 토카르추크란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각자의 고독한 시간을 몹시 사랑하는 눈으로 볼 때만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덧없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말한 것이 아니다. 그녀가 말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간이 우리 마음에서 차지하는 공간이다. 그곳을 만든 것은 수없이 많은 날, 순간들인데 그곳은 고유한 냄새, 먼 옛날 느꼈던 감동, 기쁨, 쓰라림, 사랑했거나 사랑했으나 상처를 준 모든 것으로 채워져 있고 천상의 것도 지상의 것도 아닌 오로지 우리 자신만의 것이고 눈을 감아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남모르게,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그 공간을 찾아간다. 또 하나는 시간의 탄생이다. 그 옛날 우리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어땠지? 그러니까 우리가 고통을 겪기 전, 우리가 망가지기 전, 세상에 슬픔과 어둠과 혼돈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기 전, 그녀가 커피를 더 이상 마시지 않기 전…… 또 하나의 생명이 그런 상태로 탄생한다.
- 정혜윤 (CBS PD/작가)
인간은 역사 속에서 신을 찾지만, 결코 신의 자비도, 무정함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놀라운 소설은 그 불가해함을 경이롭고도 불경한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20세기 폴란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의 시간과 신의 시간, 역사의 시간과 신화의 시간이 섬세하고도 장렬하게 펼쳐진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소설이 가능한 것일까. 읽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 황인찬 (시인)
독특하게 아름다운 작품.
- [랠프]
토카르추크는 말과 꿈의 화가이다. 독자들에게 신, 이야기, 인물의 영혼의 층위를 질문/발견하게 한다.
- [뉴페이지스]
인류 보편적 가치의 보고(寶庫).
- 야누스 클레이노키 (문학평론가)
‘태고’는 우주의 중심이며 인간과 동식물이 어우러지는 살아 있는 유기체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 안에서 지속과 변형을 되풀이한다. ‘태고’의 이야기는 인류의 이야기다.
- 마리아 옌티스 (문학평론가)
작가는 역사 속에 스러져간 익명의 존재인 개인의 무게를 부각한다. 미시 서사 기법을 활용하여 거대 서사를 축소하면서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담론을 끌어낸다.
- 모니카 시비에르코스 (문학평론가)
토카르추크는 ‘태고’라는 소세계의 창조자로서 이 세계에 자신만의 질서와 인과율을 부여하고 있다. 그 세계는 완전한 허구도 아니고, 실재의 재현물도 아닌, 경계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 피오트르 마르치슈크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46건) 리뷰 총점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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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북클러버 리뷰 06 - 태고의 시간들/올가 토카르추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킴*리 | 2023.08.31 | 추천21 | 댓글16 리뷰제목
 2018년 수능이 끝난 후 독서에 다시 취미를 붙여보자고 다짐하며, 해당 해의 노벨문학상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었다. 그때 수상작 중 하나가 바로 <태고의 시간들>이었는데,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느꼈고, 여성 작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생겨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흐지부지 되었고, 돌고돌아 5년이 흘러 2023년이 되어서야 드디;
리뷰제목

 2018년 수능이 끝난 후 독서에 다시 취미를 붙여보자고 다짐하며, 해당 해의 노벨문학상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었다. 그때 수상작 중 하나가 바로 <태고의 시간들>이었는데,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느꼈고, 여성 작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생겨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흐지부지 되었고, 돌고돌아 5년이 흘러 2023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해당 책에 대한 감상평부터 말하자면, 5년전에 진작 읽지 못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최근 몇 달간 독서모임에서 <사피엔스>나 <총균쇠>와 같은 논픽션 교양인문서 등을 읽으면서 나의 교양지식이 점점 쌓이는 기분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랜만에 다시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촘촘하게 써내려간 '태고'라는 세계관은 '소설을 읽는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내게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등장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라인더, 과수원, 보리수 등과 같이 태고에 존재하는 다른 존재들을 통해서도 태고라는 공간과 그 공간의 변화를 그려낸 점이 너무나 흥미롭고 인상깊었다. 특히 게임의 시간은 태고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인생을 비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작가에게 감탄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작품에서 좋았던 포인트가 몇 가지 더 있었다. 단순히 1-2세대의 인물들의 일대기가 아니라 약 몇 십년의 세월을 통해 3세대의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각 인물의 성격이 생생하고,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잘 드러난 것도 좋았다. 사실 나는 외국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정말 잘 못 외워서,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공감하는 분들이 꽤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처음에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외우는 것이 어려워서 몇 번 다시 확인을 했었다. 하지만 점점 읽어나갈 수록 각 인물들의 성격이 확실해서 이름이 헷갈리더라도 이 인물이 누구인지가 파악되어 신기했고, 모임원 모두 이를 공감해서 작가가 정말 각 인물을 입체적이고 구분 가능하게 잘 만들었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체 자체가 덤덤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세계 대전이라는 큰 비극이 태고를 강타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의 삶이 변화하긴 했지만 그 부분이 그닥 극적으로 묘사되지 않아 신기했다. 단지 태고의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에 있는 고난 중 하나이며, 전쟁이 끝난 후에도 태고의 인물들의 삶은 이어지며, 또다시 각자의 위기와 고난을 겪으며 살아가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드디어 읽게 되어 생각보다 리뷰가 길어지게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었고, 모임원들 역시 다들 몰입해서 즐겨주어 기뻤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도 기대를 하게 하는 책이었다.

2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1 댓글 16
주간우수작 [서평] 태고의 시간들- 시간의 무서운 해체, 그럼에도 견고한 생의 지속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개 | 2022.01.28 | 추천15 | 댓글18 리뷰제목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최성은 옮김/은행나무)1996/2019』은 인간이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인이기에 시간과 그 변화과정을 전달할 필요가 있고 “그러므로 ‘이야기’란 ‘언어’만큼이나 오래되고 고전적인 것”(p.377)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온전히 구현해낸 작품이다. 역자는 토카르추크가 “미시 서사 기법을 활용하여 거대 서사를 축소하는 방식을 택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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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최성은 옮김/은행나무)1996/2019』은 인간이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인이기에 시간과 그 변화과정을 전달할 필요가 있고 “그러므로 ‘이야기’란 ‘언어’만큼이나 오래되고 고전적인 것”(p.377)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온전히 구현해낸 작품이다. 역자는 토카르추크가 “미시 서사 기법을 활용하여 거대 서사를 축소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역사 속에 스러져간 익명의 존재, 역사의 뒤편에서 소수자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의미를 환기한다.”(p.373)고 밝힌다. 신화와 전설, 심리와 철학, 인류학 등 관심의 영역을 망라해 작품에 담아내고 많은 수상경력이 보여주듯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은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태고(太高)는 우주의 중심에 놓인 작은 마을이다.”(p.5) 첫 번째 글의 제목은 “태고의 시간”으로 공간적 배경인 ‘태고’를 확정한다. 태고의 사방 경계와 이를 지키는 수호천사를 소개할 때, 위험 요소와 수호천사, 인간 대 천사, 신과 인간, 창조와 명명하기(“창조는 신의 일이고, 이름을 붙이는 건 인간의 일이니까.(p.6)) 등 신화와 환상의 이미지를 던진다. 두 번째 글 “게노베파의 시간”은 환상적 공간에 침입한 현실, 전쟁중인 1914년 여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알리고 전쟁에 징집되어 남편 미하우가 부재 중 게노베파는 딸 미시아를 낳는다. 소설은 가계도를 그리듯이 가족의 생성과 변화 뿐 아니라 그 속의 단독자로서의 개인을 그려나간다. 이에 더해 종의 차이, 생명의 유무, 현실과 환상의 어떤 가능성 있는 구분과 제외도 불허하며 공평하게 인간은 물론 신이나 천사, 동식물, 게임이나 커피 그라인더처럼 생명력이 없는 사물 등에 까지도 무대를 내어주고 그 성장과 쇠퇴, 역동과 추구를 요약한다.

 

“미시아는 여느 다른 인간들처럼 불완전한 상태로 조각조각 나뉘어 태어났다. 보는 것, 듣는 것, 이해하는 것, 느끼는 것, 감지하는 것, 경험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녀 안에서 제각각 분리되어 있었다. 앞으로 미시아의 전 생애는 이것들을 온전하게 하나로 결합했다가 다시 부서뜨리는 데 할애될 것이다.”(p.49) 미시아의 시간이 그려 나갈 궤적에서 빗겨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탄생에서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를 아우르는 시간의 행진, 그 간격, 틈을 비집고 배우고 익히고 도전하고 깨닫는 일은 일상이면서도 모험에 가깝다. 주어진 생을 살아내는 나름의 경로를, 미하우의 가계(미하우 니에비에스키-게노베파-미시아-이지도르/미시아-파베우-아델카)뿐 아니라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를 상징하는 크워스카와 딸 루타, 끝없이 썩은 지붕 널을 교체하던 보스키 영감, 그를 보며 ‘중요한 인물’이 되겠다 다짐했던 아들 파베우 보스키를 비롯한 다른 인물에게서 어떻게 생성, 소멸을 향하는지 반복해서 그려낸다.

 

“ ~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불규칙하게 돌아와 그 장면의 주인공을 불러내는 형식은 몰입을 높힌다. 다음 호명에서 이 인물은 또는 사물은, 사건은 어떤 변화나 반전, 희망이나 회생 가능성을 보일지 독자는 기대하고 걱정하고 종국에는 감정이입하다 연민하며 읽어나간다. 서두에서 “애정어린 연민”(p.15)을 천사들에게 허락된 오직 하나뿐인 감정이라고 명시했는데 이 감정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자리잡게 되고 작가의 시선을 확인케 한다. 총 7회 등장하는 ‘게임의 시간’은 작품 전체의 복선 또는 안내로 이해할 수 있다. “이지도르는 실망했다. 노년기가 되면 만물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혜안이 트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저 뼈마디가 쑤시고 잠을 이룰 수 없을 따름이었다.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그 누구도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p.352) 오히려 망각은 안도감을 준다고 말하고 습득했던 것들은 삭제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작품은 어머니 미시아의 커피 그라인더 손잡이를 돌리는 “아델카의 시간”으로 막을 내린다. 연민의 쓸쓸함이 온기를 덧입는다.

 

『태고의 시간들』은 시간에 대한 다면적 고찰, 철학의 소설화, 철학으로 쓴 문학으로 다가왔다. 제목과 총 84편의 글에서 ‘~의 시간’이라는 형식을 일관되게 사용함으로 독자는 시간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리 오래지 않아 ‘시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탐구하던 여정은 작중 인물들을 따라 나서는 관찰자적 입장에서 이탈한다. 어느새 독자 자신의 고유한 ‘지금, 여기’에 대입했을 때 작품은 더 이상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생생하게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의 시간’에는 내가 아는 누군가, 그리고 나의 이름이 들어간다. 사건과 시간이 촘촘히 모여 삶이 되고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 역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작가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들려준다. 비유와 상징, 은유의 여러 겹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언어가 구축하는 또 다른 세상의 경지는 얼마나 무한히 확대될 수 있는가 감탄케 만든다.

 

문학의 고전적이면서도 중요한 주제 “신은 선한 존재인데, 어째서 악을 허락하는 거지? 그렇다면 신은 선하지 않은 걸까?”(p.41)부터 치열하게 살아내던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각성의 순간들, “시간 속에서 미시아를 영영 멈추게 만드는 것”(p.83)처럼 인간 보편의 내적 과업에 대한 갈망, 추구와 지향을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그 문장들에 기대어 독자는 자신을 살피게 된다. 현실과 환상이 너무도 태연히 잇대어 있는 점은 『백년의 고독』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떠올리게 하고 마꼰도에서 경험했던 한 가문의 흥망성쇠가 태고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연결하며 보게된다. “태고의 시간들” 역시 해결할 수 없는 처연한 고독과 이를 감내하는 인간들을 말한다는 점이 여운을 남긴다. 작품의 전반부, “미시아의 그라인더의 시간”에서 “그라인더는 간다. 고로 존재한다.”며 “어쩌면 그라인더는 현실의 축이자 태고라 불리는 것의 기둥일지도 모른다”(p.54)고 했는데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는 아델카의 마지막 장면은 스러진 듯 보이는 태고와 사람들의 사라지지 않는 현존을 드러낸다. 몰락과 실패에 아랑곳 없이,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읽고 나면 더 아쉬워지는 『태고의 시간들』은 아마도 올가 토카르추크 전작읽기로 독자를 이끌 것이다.

그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지속적이며 고귀한 것, 인간보다는 시간에게 더욱 익숙한 것을 원했다. 시간 속에서 그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유지하게 할 수 있는 것, 시간 속에서 그녀를 영영 멈추게 하는 것을 바랐다. 덕분에 그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 되었다.(p.83)

“질문을 모드고 있군요. 잘됐네요. 당신의 수집 목록에 추가할 만한 질문 하나가 내게 있거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시간의 목적은 무엇일까요?”(p.98)

상상이란 따지고 보면 창작의 일부이며, 물질과 영혼을 연결하는 일종의 다리와 같다. 특히 빈번하게, 집중적으로 할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상상은 물질의 파편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삶의 기류에 융합되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뭔가가 뒤틀리면서 변화가 찾아올 때도 있다.그래서 인간의 모든 욕망은, 그것이 충분히 강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물론 기대했던 바가 전부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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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에서는 무슨 일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눈* | 2022.06.01 | 추천8 | 댓글2 리뷰제목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읽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폴란드가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태고[太古, 폴란드어로는 프라비에크(prawiek)라고 합니다.]는 폴란드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작가는 태고가 ‘우주의 중심에 놓인 작은 마을이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태고는 실제 폴란드에 존재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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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읽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폴란드가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태고[太古, 폴란드어로는 프라비에크(prawiek)라고 합니다.]는 폴란드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작가는 태고가 우주의 중심에 놓인 작은 마을이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태고는 실제 폴란드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곳으로, 공간이지만 시간을 대변하는 장소이며, 시공을 초월하는 개념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단어라고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1914년에 시작됩니다. 폴란드는 18세기 후반부터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의 세 나라가 잠식하기 시작하여 1795년에는 삼국이 폴란드를 분할하여 1918년 독립을 선언하기 까지 분할 통치하였습니다. 폴란드가 독립한 상황은 잠시였을 뿐 1939년 나치 독일과 러시아가 분할했다가 1945년에 다시 독립을 이루게 됩니다.

 

태고의 시간들은 태고에 있는 다양한 존재들, 태고 자체를 비롯하여 사람, 천사, 악령, 게임, , , 버섯균, 과수원, 죽은 자들, 넷으로 이루어진 것들 등, 인간과 유무형의 존재들의 시간들이라는 작은 제목의 글, 84개 꼭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태고는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 자연과 문명, 관념과 실제, 환상과 현실, 변화와 반복 등, 다양한 것들이 대립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곳입니다. 시간과 공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태고에 대한 지형학적 설명이 담긴 태고의 시간 다음에는 게노베파의 시간입니다. 1914년 여름 태고를 찾아온 러시아 군인들로부터 징집명령을 받은 남편 미하우가 전장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태고의 시간들은 미하우와 게노베파로부터 3대에 걸친 인물들과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1990년대까지 이어집니다. 태고가 독일 군인에게 점령되고 이어서 러시아군이 밀고 들어와 전투가 벌어지면서 태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하여 삶이 파괴됩니다. 독일군이 점령했을 때는 유대인들이 잡혀가고, 유대인들을 숨겨주는 태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개됩니다.

 

러시아군과 독일군의 전투장면을 보면서 현재 진행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을 폴란드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심오한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크워스카의 삶의 방식에 관한 부분입니다. “크워스카는 외부의 것을 내면으로 동화시키면서 세상을 배웠다. 쌓이기만 하는 지식은 인간에게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하거나 단지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저 겉옷을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며 배우는 사람은 끝없는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배워서 알게 된 것들이 존재 속으로 고스란히 스며들기 때문이다. (19)”

 

상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상상이란 따지고 보면 창작의 일부이며, 물질과 영혼을 연결하는 일종의 다리와 같다. 특히 빈번하게, 집중적으로 할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상상은 물질의 파편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삶의 기류에 융합되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뭔가가 뒤틀리면서 변화가 찾아올 때도 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욕망은, 그것이 충분히 강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물론 기대했던 바가 전부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131)”

 

특히 태고의 지배계급인 상속자 포피엘스키가 시작하는 게임에서는 신화와 성경의 일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예술은 신화적 언어의 수호자이다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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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위상이 위축될대로 위축된 현재의 시점에서 문학의 존재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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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책*****우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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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 읽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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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요 |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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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속에서 조용히 바스라지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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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2 |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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