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2월 22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06g | 140*195*20mm |
ISBN13 | 9791189709815 |
ISBN10 | 1189709813 |
발행일 | 2019년 0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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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06g | 140*195*20mm |
ISBN13 | 9791189709815 |
ISBN10 | 1189709813 |
분자 가족의 탄생 혼자력 만렙을 찍어본 사람 이 사람이면 어떨까 타인이라는 외국 나를 사로잡은 망원호프 두 종류의 사람 그 아파트를 잡아라 태양의 여인 결혼까지 생각했어 쫄보에게 빌붙은 자 능숙한 빚쟁이가 되어라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대출금 인테리어 총책이 되다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자취는 언제 독신이 되는가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둥지 같던 너의 집 집요정 도비의 탄생 두 일생이 합쳐지다 싸움의 기술 테팔 대첩과 생일상 고양이들 소개 발가락이 닮았다 대가족이 되었다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 밥 잘 얻어먹는 법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새해 첫날 행복은, 빠다야! 500원짜리 컨설팅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산다 돈으로 가정의 평화를 사다 안사람과 바깥양반 술꾼 도시 처녀들 우리의 노후 계획: 하와이 딜리버리 망원 스포츠 클럽 남자가 없어서 아쉬웠던 적 나의 주보호자 우리는 사위들 상당히 가까운 거리 혼자 보낸 일주일 파괴지왕 같이 살길 잘했다 망원동 생활과 자전거 우리가 헤어진다면 가족과 더 큰 가족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 |
얼마 전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를 읽고, 책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고 웃게 되어
그녀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말하기를 말하기"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라는 책인데,
소울메이트같은 두 사람의 생활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에세이라는 것이 가볍게 읽기 좋지만
또 그러면서도 우리가 쉽게 흘려 넘기던 것을 글로 옮겨적는다는 점에서
작가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김하나 작가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우수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녀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겨 읽을 수 (+ 킥킥대면서 읽을 지도?)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 줄거리, 리뷰를 전혀 모른 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선, 책의 제목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를 접하자마자 든 첫 생각은 '성소수자의 삶의 방식과 관련된 책인가보다' 했다. 고정관념이 이렇게 참 무섭다 싶다. 같이 산다는 것은 동거를 의미하고 동거하면 사랑을 나누는 사람끼리 같이 사는 것 아니겠어? 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은 서로 비슷한 삶의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꼭 결혼과 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함께 집을 구매하고 공간을 거주하며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색다른 형태의 삶을 보여준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본인의 분야에서 성공한, 소위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두 작가 다 필력이 어마어마하여 그들의 지식범위의 넓고 높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라이트 친 게 어찌나 많은지... 같이 살면서 겪게 되는 공통된 주제에 대해 두 작가가 차례차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에서 둘의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래 사람은 이렇게나 다르지' 라고 나의 삶에도 비추어보게 되기도 한다.
요새 들어 워낙 비혼주의, 이혼 등이 흔해지면서 혼자 사는 삶이라는 것이 우리와 전혀 동떨어진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 성격상 혼자만의 영역을 존중받고 싶으면서도 한 집에서 복작복작 대는 이중성을 꿈꾸기에 평생 혼자만 산다 라는 생각은 나를 외롭게 할 것 같다. 글 시작에서 김하나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한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누그러진다. 서로의 인기척에 자연스레 잠이 깨고 집에서 매일같이 인사(잘 잤어? 어서 와. 다녀올게!)가 오가는 게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혼자 살 때 '정서적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데 비해, 둘이 사니까 그게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점이 좋다.
별 게 아니더라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같이 슬퍼해주기도 하고 즐거워해줄 누군가가 한 집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게 비단 결혼이나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김하나, 황선우 작가처럼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역시. 이렇게 모인 조합을 둘은 '분자가족 W2C4 (두 명의 여성과 고양이 네 마리)' 라고 표현하는 것도 참 재미있다. 물론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상대를 찾은 것 자체로 이 둘은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나만 해도 캐나다에서 살면서 룸메이트와 함께 공간을 쉐어해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인내심이 부족해서였을수도 있었지만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내가 관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애먹었던 적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친구 사이에서 동거를 한다라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좋았던 관계를 괜히 망치고 싶지 않은 나의 욕심이랄까.
그런데 흥미로웠던 것은 한 집에서 같이 사는 두 작가도 서로 싸운다. 심지어 싸워서 해결하는 방식도 너무나 상반되어 그걸로도 싸운다. (결혼해서 사는 것과 어쩜 이렇게도 비슷할수가..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해결점을 찾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거야말로 서로를 아끼고 계속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반증 아닐까?
글이 끝나가면서 황하나 작가가 언급한 '생활동반자'에 관해서도 굉장히 여운을 주었다. 진선미 의원을 통해 발의를 추진중인 생활동반자등록법은 "기존 가족 관계를 위협하는 건 특정한 제도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돌보며 살 수 없도록 하는 팍팍한 현실" 이기에 "생활동반자법은 사람들이 서로 돌보고 가족을 이루어 살도록 장려하는 가족 장려 법안" 이며 다양한 형태의 주거방식이 생겨나는 앞으로의 사회에 꼭 필요한 법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더욱 이 법이 발의되고 통과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 오랜만에 좋은 에세이집이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저
서평
내가 혼자 살기 시작한 건 대학교 2학년 때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대학교 내내 자취를 하다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나는 1인실을 고집했다. 이유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은 불편하다, 결국 안좋게 끝날 수도 있다,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고 마음이 상할 것이다, 라는 온갖 부정적인 조언들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겁이 많은 나는 직접 겪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는 '무조건 1인실!' 만 고집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현재도, 나는 아직 혼자다. 주위 친구들이 집을 구할 때마다 나도 같이 살아볼까 기웃기웃 거리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그래, 불편할거야. 그냥 혼자 살자' 하고 마음을 접고 만다. 하지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나서 다른 생활동반자와 함께 사는 삶이 꼭 나쁘지만은 않겠구나 생각했다.
책 속 두 여자의 동거생활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들도 서로 다른 생활습관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스트레스와 다툼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그 과정을 외국을 여행하며 그 나라를 알아가는 것에 비유하고,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온도와 습도의 기후대와 문화를 품은 다른 나라 같아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외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흥미로움 경험을 준다.
'다름' 자체를 부정적인 개념으로 보지 않고 서로를 채워줄 수 있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바라본다.
비슷한 점이 사람을 서로 끌어당긴다면, 다른 점을 둘 사이의 빈 곳을 채워준다.
항상 부정적인 말만 들어오던 나에게 이런 긍정적인 말들은 꽤나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싸움의 기술' 챕터를 읽을 때 나는 황선우 작가님에게 깊이 공감을 했는데 작가님의 성향이 나와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하지 않은 척하고, 부딪치기 싫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척하는, 인격이 성숙해서 잘 안싸우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미숙해서 잘 못 싸우는 사람에 가까웠던 거다.
잘 싸우는 법을 알아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나는 항상 싸움을 피하기에 급급하고 혼자 마음정리를 해 관계를 끊곤 했다. 피하지 않고 마주해야 내 싸움의 기술이 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한 번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는 것이 내게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싸움의 기술은 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오히려 더 끈끈하게 만들어줄 수 있겠지.
30대에 접어든 현재, 나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데 이 생각은 곧 '혼자서는 힘들겠지?' -> '그럼 파트너를 구해야 하나?' -> '결혼?' -> '혼자선 안되는 걸까?' 로 이어지며 결국 낙담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들처럼 혹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다면, '분자가족'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내집 마련'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 친구와 함께 산다는 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꺼렸는데 생각해보면 결혼은 정말 '안정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세상에 절대안정적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특히나 '결혼'으로 묶이면 마음이 안맞을 때 오히려 헤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생겨 관계를 끊을 자유가 오히려 제한될 지도 모른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많아지는 요즘, 그들 모두를 다 아우르고 보호해줄 수 있는 많은 법들이 책에서 소개된 '생활동반자'법과 함께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