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2월 22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06g | 140*195*20mm |
ISBN13 | 9791189709815 |
ISBN10 | 1189709813 |
발행일 | 2019년 0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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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06g | 140*195*20mm |
ISBN13 | 9791189709815 |
ISBN10 | 1189709813 |
분자 가족의 탄생 혼자력 만렙을 찍어본 사람 이 사람이면 어떨까 타인이라는 외국 나를 사로잡은 망원호프 두 종류의 사람 그 아파트를 잡아라 태양의 여인 결혼까지 생각했어 쫄보에게 빌붙은 자 능숙한 빚쟁이가 되어라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대출금 인테리어 총책이 되다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자취는 언제 독신이 되는가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둥지 같던 너의 집 집요정 도비의 탄생 두 일생이 합쳐지다 싸움의 기술 테팔 대첩과 생일상 고양이들 소개 발가락이 닮았다 대가족이 되었다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 밥 잘 얻어먹는 법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새해 첫날 행복은, 빠다야! 500원짜리 컨설팅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산다 돈으로 가정의 평화를 사다 안사람과 바깥양반 술꾼 도시 처녀들 우리의 노후 계획: 하와이 딜리버리 망원 스포츠 클럽 남자가 없어서 아쉬웠던 적 나의 주보호자 우리는 사위들 상당히 가까운 거리 혼자 보낸 일주일 파괴지왕 같이 살길 잘했다 망원동 생활과 자전거 우리가 헤어진다면 가족과 더 큰 가족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 |
표지부터가 재미있다. 머리칼이 긴 두 명의 사람이 한 어깨를 하고 달리는 그림으로 되어 있다. <we love>란 글씨를 가슴에 붙이고. 제목도 흥미롭다. <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 조합이 이뤄지지 않는 글자들을 ×로 연결시켜 새롭게 보인다. <있습×니다> 쪽은 구태여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여겨지기도 한다.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 듯하다. 김하나 ×황선우 두 사람의 밀월 아닌 밀월로 보면 될 듯한 표지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표지가 글을 읽고 싶도록 만드는 기능을 하는 책이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 글의 성격을 잘 규정하고 있는 문장이라 여겨진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이 글은 불편한 결혼보다는 동성끼리 같이 살면서 서로 도와주고, 서로 분리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족은 장점이 상당히 많다. 하나만 제외하고는. 그 하나는 후세를 남기는 일이다.
혼자 사는 것의 스트레스를 얘기하면서 글이 시작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을 좋아하는 일은 10년쯤 살아봐야 거론할 수 있다고 먼저 제시한다. 저자는 그런 생활 속에 풀리지 않는 것을 가지며 가족이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결혼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동성의 가족을 가지게 된 일의 시작이다. 다른 가족은 동물들로 들였다.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더없이 편하다고 한다. 그런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같이 사는 일의 가장 힘 드는 일은 간섭이기에, 서로의 간섭이 어느 정도 절제되어 있는 이런 만남은 무척 좋아 보인다.
이 책은 그런 둘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은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고 있다. 숱한 얘기가 우리들에게 들려진다. 들으면서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출산을 장려하는 나라의 일에는 불편함을 주는 구성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주의적인 오늘의 세태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해 나가는 삶의 환경으론 그만인 듯하다. 저자는 동거인과 산 지 2년이 되었다고 한다. 집의 일은 나눠서 하기에 반으로 준다고 한다. 그리고 최고로 좋은 점은 싱글이라는 점이라고 한다. 싱글이 누릴 수 있는 일은 많다. 그것이 가족이 생겨도 그대로 지속된다는 사실은 흥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듯하다. 저자도 그렇게 보고 있다.
둘이 처음 만나게 된 것은 트위트를 통해서다. 둘은 서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면서 취미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6 년여의 시간을 그렇게 어울렸다. 둘 다 고양이도 좋아했고 두 마리씩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저자는 봐 둔 집에 들어가기 위해선 파트너가 필요했고 이 사람과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말을 걸게 되고, 뜻이 부합하게 되어 둘은 경제적 부담도 줄이고 생활비도 줄이며 싱글로 살게 되는 이런 가족에 서로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를 신대륙의 발견쯤으로 생각하면서 같이 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는 둘이다. 한 사람은 ‘김하나’고 한 사람은 ‘황선우’다. 각기 달리 글을 써 모아놓았다. 단편적인 글 앞부분에 누가 쓴 글인지 명시를 해놓았다. 1인칭으로 써진 글이 그러기에 늘 화자가 바뀐다. 어떤 경우는 ‘김하나’고 어떤 경우는 ‘황선우’다. 그들은 자신의 얘기를 해나간다. 김이 마음에 찍어둔 집 얘기를 하면 황은 다름과 차이를 얘기해 나간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것에 구태여 참견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빈 곳을 채워주는 일 외에는!
그들이 평범하게 사는 삶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취미활동을 하고, 그들도 그렇게 사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혼자 살기를 마음먹으면서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하다 보니, 동거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의 입장이 잘 맞아 떨어졌다. 둘은 그렇게 같이 집을 구하고 동거에 들어갔다. 동거는 편리와 불편의 그 어디쯤이었다. 하지만 결혼하는 것보다는 자유롭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둘은 대출을 해서 생활을 하게 되고 그것을 갚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삶을 살아간다. 물론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리라. 하지만 쓸 때 좋고 하나씩 갚아지니까 좋고 그런 시간을 좀 보낸다. 그리고 김은 인테리어 총책이 된다. 총책으로 집안일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은 기쁨을 주기도 한다. 자신이 그린대로 삶이 잘 굴러간다.
중간에 삽화,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것은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이 사진들을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자유로운 삶의 모습들이다. 황은 말한다.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결혼 안 해도 별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 어떻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개인적인 세상도, 전체적인 세상도. 결혼 안 한 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결혼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변한다. 그것이 어찌 보면 결혼에 대해 반응하는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지만.
자취와 독신에 대해 구분한다. 그것은 시기가 정해져 있지 많지만 묘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자취는 스스로 먹고 산다는 건강성을, 독신은 혼자 산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취는 과정, 독신은 결과처럼 들린다. 김은 황의 짐이 들어오는 날을 기억한다. 가끔씩 합치기 전에 황의 집에 놀러가곤 했지만 그렇게 짐이 많은 줄은. 이삿짐이 오는 날 황이 월간지 일 때문에 김이 짐을 받았는데, 어디에 놓을지 몰라 헤맸던 기억들이다. 그렇게 황의 고양이도 만나고 40년 살아온 거대한 짐을 맞이한 것이다. 그때 김은 기분이 어딘가로 달아나고 싶었다고 한다.
서로 달리 살아온 40 년이 한 집에 사는 것이다. 어찌 마찰이 없을 수 있으랴. 황은 말한다. “우린 여러 번 싸웠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느라 무엇 때문에 싸웠더라? 물어 보다가 다시 싸울 뻔 했다.”라고 한다. 그렇게 사소한 것에도 서로의 생각을 표현했다. 그것이 다시 헤어지기 어려운 결혼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끔찍할 것이라 생각된다. 극단적인 다름의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고양이 2 마리씩 합류했다. 4마리가 되었다. 그것이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눈에 선하게 식구들이 드러난다. 얼마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 식구들을 만나는지 표현이 되어 있다. 하쿠, 티거 고로, 영배라 이름 붙여진 4 마리의 고양이는 한 집에 있기는 거창한 식구들이다. 황은 말한다. 엄마가 올라올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고. 하지만 엄마는 김이 쓴 책을 통해 4마리의 고양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올라온 상황이었다. 모두가 용인해도 4 마리가 한 집에 있는 것은 많다는 생각이 든다.
김은 음식을 잘 못한다. 그런데 사주에 먹을 복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녀는 주변에 요리를 잘 하는 친구들이 많다. 황은 요리를 잘 하는 편이다. 그러니 같이 살면서 집에서 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한 얘기도 새해 첫날 이웃집을 초대해 떡국을 먹은 일도 소개되어 있다. 같이 살면서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혼자면 상상할 수 없는 주변과의 어울림도, 식구가 있으니 가능한 장면이 된다. 식구가 있다는 것의 좋은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100세 시대에는 한 사람이 두 번쯤 결혼하고 직업은 3개쯤 가지는 것이 보편적이 될지도 몰라. 이렇게 타인과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사정은 알기 어렵지만, 내 경우는 마흔을 넘기면서 슬슬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혼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두 번째 직업을 선택해 볼 때라는 직감이 톡톡 나를 건드렸다. |
새로운 세계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생활이 이들은 보편적인 생활 감각이다. 둘이면서 하나이기에 그들은 각자의 삶이 꼭 필요하다. 그것은 직장일 수도 있다. 다른 생각일 수도 있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보여 지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일이라도 주관이 개입된 듣기를 하고 읽기를 한다.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산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경치에서도 맛에서도 소릴 듣는 것에서도 서로가 다름을 인식한다. 같이 들어도 같이 듣는 것이 아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여겨진다. 이런 깨달음은 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둘은 같이 살아가면서 혼자서는 인지 못할 세계의 많은 부분을 깨닫고 있다. 아마 그것들이 또한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하리라.
살면서 안 사람과 바깥사람의 개념을 인식하는 일이 있게 된다. 집에서 일을 하는 김은 자신이 집의 일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령 집안 청소가 되어 있지 않으면 똑같이 일을 하는데도 괜히 부담이 되고, 마음이 써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으로 평화를 사는 일도 일어난다. 파출부를 불러 청소도 하고 세탁도 하는 등 집안일을 시키면서 둘의 평화를 보장 받는 상황도 만든다. 둘의 가정에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들이 소재가 되어 이야기의 재료가 된다. 그 재료들이 감칠맛이 난다. 아마 그래서 둘은 오래 붙어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은 남자가 없어서 아쉬웠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천정에서 누수가 되어 물이 떨어지고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을 때 남자가 필요했다고 한다. 남자들 중에서도 그런 일들이 잘 안되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하지만 사람을 불러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되리라. 동거인과 함께 같은 관심사를 할 때는 서로가 즐겁다. 같은 방향의 길을 걷는다는 것도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둘은 나들이나 관심사나 비슷한 부분이 많다. 심지어 각자의 집에는 서로 사위가 된다. 이렇게 둘의 삶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많다. 복된 <어울림>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황은 동거인이 일이 있어 떠나고 1주일을 혼자 지내게 된 경험을 이야기한다. 혼자 넓은 공간에서 있다는 것이 허랑하여 TV 소리로 채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항으로 동거인이 돌아올 때 마중을 나갔는데 수학여행단의 사이에서 조그만 얼굴이 떠오를 때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같이 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타인이 강력한 주의 환기 요인이라는 사실이다.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칠 일이 적어진다. 정말 좋은 일이다.
둘이 헤어지는 일도 생각의 범주 안에 있다. 가끔 싸우고 나면 하는 일이 부동산에 가서 집을 찾아보는 일이라 한다. 그러면서 다시 화해하고, 뭉친다. ‘부부는 칼로 물 베기’란 말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같이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끈끈함이 있다.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은 가족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든 소중하고 귀한 일이다. 글을 읽고 있다 보면 주변에 있는 것들에 감사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결혼에 대해 모든 악조건을 감내하면서 구태여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특히 결혼으로 구속이 많이 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같이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 이유는 글 속에서와 같이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울타리는 너무 구속이 많다. 그것을 해소하면서 같이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같은 성의 동거란 형태가 있을 수 있는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런 가족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둘의 삶이 불편함을 줄이면서 하나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지녀본다. 이런 생활도 있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던 책이다.
별 기대 없이 읽었다. 에세이를 읽지도 않고, 여자 둘이 살고 있는 게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예스 책읽아웃의 김하나님이셨고, 지인의 추천이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고, 감사하게도 예스 북클럽에서 바로 만날 수 있어서 읽었다. 왠걸, 이게 뭐라고 이렇게 흥미진진하지?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다니. 흔한 내 친구 이야기 같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들만의 이야기를, 여자 둘과 고양이 4마리의 흥미진진한 동거 이야기였다.
비혼자든, 미혼자든, 기혼자든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이야기 해준다. 같이 산다는 건, 동성이든 이성이든 같은 종이든 다른 종이든 같이 산다는 건, 그다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꽤나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혼인 내가 비혼인 그들의 삶에서 기혼의 삶에 대해서 배웠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함께 산다는 거라고 하지 않는다는 깊은 가르침이었다. 특히 내가 뭘 잘못했고, 뭐가 문제였는지가 눈에 보였다.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비혼 이야기로 시작한다. 결혼을 못해서 혼자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님을. 순전히 결혼하지 않음을 선택한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솔직히 자취를 해봤음에도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했던 적은 없다. 아무래도 당연히 나이가 되면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순리인 양. 하지만 요즘은 비혼을 추구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의 비혼 이야기를 들으며 더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서 누군가와 함께 하기로 결정하듯, 그들 또한 더 잘 살고,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었음이 느껴졌다. 실제로 그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으므로.
- 원만한 사회생활보다 내 자존감이, 어떤 타인과의 인간관계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가 중요하니까.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비혼으로 산다는 것은 꽤나 힘들다. (이것도 성 차별 발언이려나 -_-?) 이해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결혼 유무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말도 안 되는 그 생각들. 소름 끼칠 지경이다. 그 속에서 꿋꿋하고, 멋있고, 당당히 살아남은 저자들에게 박수를!
그 와중에 마음에 쏘옥! 드는 멘트 발견.
- ‘집은 거기 사는 사람의 내면을 반영한다.’ ‘집은 그 공간의 주인을 닮았다.’ 내가 싫어하는 말이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아주 복잡하고 너저분한 영혼을 지닌 사람일 것인데, 내가 그렇게까지 별로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나는 늘 내가 사는 공간의 꼴보다는 나은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고 싶었다.
황선우 작가님 의외의.. 모습에 완전 반함 ㅋㅋㅋ 읽으면서 오오오오!! 하며 흥분했다. 맞아 맞아!! 내가 더럽고 너저분한 인간이라 집이 이런 게 아니라고, 하며 감탄했다. 그저 난 정리하는 기능이 덜 발달되어 있고, 아주 조금 게으르고, 할 게 많은 것 뿐이라고.. 위안했다. 저자처럼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저 황선우 작가님처럼 멋진 도비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뿐이고,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돈을 못 벌고 있을 뿐이다. 물론, 황선우 작가님만큼 요리를 잘하면 또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ㅠ 어쨌든 저 멘트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외롭지 않았습니다 작가님 ^-^
2명 이상의 사람이 함께 지내면서 충돌은 피할 수 없다. 각기 다른 객체가 만났는데 뭔가 다른 점으로 인해 부딪히는 면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관건은 어떻게 해결하는 가이다. 어떤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꾸려가는지가 중요하다.
- 싸우는 상황에서 나의 가장 큰 실수는 잘잘못을 따지는 일로 받아들이고, 내 행동에 대한 해명을 하기 바빴다는 거다. 내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는지 나의 논리를 이해시키려고 해보지만 상대방에게는 변명일 뿐이다. 화가 나고 서운한 마음을 살피고 위로해주는 게 먼저가 되었어야 한다. 싸울때조차 나의 중심은 나에게만 있었던 거다.
- 다른 점을 흥미롭게 여기고 나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다. 나에 대해 깨닫고 나자 오히려 동거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 우리가 세상을 똑같이 지각하는 게 아님을, 애초에 당신과 나의 세상이 다름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감탄했다. 어떻게 작가님 저 아세요..? 왜 제 이야기.. 정말 내가 생각하는 부분을 그대로 옮겨두신 것 같아서 놀랐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해 다름을 인정하는 것, 내가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빨리 인정하는 것, 그 순간에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내가 함께 있다는 걸 인지하기. 그렇게 여러 번 싸우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자들은 방식을 잡아간다. 잘 살기 위해 잘 싸우고, 잘 풀 수 있게 되었다.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끼리도 싸우는 게 당연한 데 하물며 전혀 다른 행성에서 온 이와 같은 공간에 존재함은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충돌이 없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 충돌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준비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그렇게 기혼자들도 염두해서 정리해야 하고, 아직 미혼이라면 잘 생각해서 누군가를 만나 함께 살 수 있어야겠다. 물론 실전에 닥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의 함께함이 멋져 보이는 건 2가지 이유였던 것 같다. 첫 번째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존중 받을 수 있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이다.
- 역으론 내가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생활을 대하는 태도 역시 낱낱이 동거인에게 목격될 거라는 자각은, 너무 방만하게만 살지 않도록 나를 다잡아준다.
- 집 안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사는 건 잔소리쟁이가 사는 것보다 천배는 동기 부여가 된다.
그들은 자신을 잘 가꾸는 이들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일이 있고,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 흔들림 없이 살고 있다. 자기 인생을 사는 이는 그 누구이든 멋질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주고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만 성장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더 나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들이 사소하면서도 유쾌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 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긴장, 걱정을 해소시켜주는 건 대단한 뭔가가 아니라 사소한 장난, 시시콜콜한 농담, 시답지 않은 이야기 들이다. (중략) 누구나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만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쓸모없고 시시한 말을 서로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한 사람쯤은 갖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개그코드와 취향이 맞는 부분이 꽤나 많다고 한다. 음악 스타일에서부터 음주가무와 같은 놀이. 고양이 집사라는 점까지. 그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겹치는 것들이 있고, 별 거 아닌 부분들도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함께 함이 편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었던 거다. 집에 돌아갔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도 편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마음의 위안과 안정. 그 때문에 그들은 아마 함께 살게 되었으리라. 혼자 살아도 좋았겠지만, 함께 살아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그들은 온전히 누리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잘 살면 된다. 내가 어떠해야 한다, 이래야만 한다는 없다. Should나 must에만 묶여 있지 않으면 된다.
- 내가 충분히 능력이 있고, 성실한 품성을 지녔고, 전력을 다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려 한다는 그런 믿음은 아주 가끔 내 자존감이 쪼그라들 때조차도 티 없이 단단해서, 계속해나갈 힘을 준다.
근자감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나오는 것이다. 나에게 뭐가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나 자체로 이미 충분히 능력이 있고, (특정 분야에서는 확실히) 성실하고, 그 누구보다 전력을 다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믿음을 갖고 있으니 나의 자존감이 쪼글어들 필요가 없다. 그저 계속해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저자들의 말에 힘을 얻고, 용기를 얻고, 나를 얻었다. 그래서 이 책이 귀했고,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에 감사했다.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는 둘 다 부산 출신이다. 대학 진학을 계기로 서울에 온 이후로 오랫동안 혼자 살았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40대를 맞았고 이대로 계속 혼자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서로를 알게 되었다. 때마침 두 사람의 친한 지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각자 사는 집의 보증금을 빼고 대출을 받으면 그 집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둘은 바로 실행에 옮겼고,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람 둘, 고양이 네 마리로 구성된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 이 과정을 담은 책이 바로 김하나, 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다.
이 책은 김하나, 황선우 작가처럼 결혼을 하지 않은 독자들은 물론 결혼을 한 독자들에게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이 책의 중심 내용은 각자 따로 잘 살고 있던 성인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부딪치고 갈등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하나 작가는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고 정리가 생활화된 '미니멀리스트'인 반면, 황선우 작가는 패션지 기자 출신답게 쇼핑과 멋부리기가 취미인 '맥시멀리스트'이다. 그래서 둘은 살림을 합치기 전부터 황선우 작가의 짐을 줄이는 문제 때문에 여러 번 다퉜고, 살림을 합친 후에도 서로의 생활 습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서 갈등이 잦았다. 서로 부부라면 사랑하니까, 가족이라면 핏줄이니까 참아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부부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기에 굳이 참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참지 않고 집을 뛰쳐나오자니 대출금이 너무 많았고, 혼자 힘으로 지금 사는 집보다 더 좋은 집을 구입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김하나 작가는 청소, 황선우 작가는 요리), 서로가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을 키웠다. 두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 네 마리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혼자 살 때는 집에 고양이를 혼자 두는 것도 미안하고, 출장이나 여행이라도 떠나게 되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제는 집에 고양이가 네 마리나 있으니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덜 미안하고, 집을 비우게 되어도 나 대신 돌봐줄 사람이 있으니 안심이 된다.
김선우 작가와 황선우 작가의 모습을 보면 결혼이 꼭 '사랑하는 두 남녀'의 결합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서로 사랑하지 않아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조합이 아니라도 둘이(혹은 셋, 넷 그 이상이라도) 함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면 '생활 동반자'로 인정받고 경제적, 법적 공동체로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혼자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결혼을 하고, 많은 부부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