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8월 12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06g | 128*188*20mm |
ISBN13 | 9791196756949 |
ISBN10 | 1196756945 |
발행일 | 2020년 08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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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06g | 128*188*20mm |
ISBN13 | 9791196756949 |
ISBN10 | 1196756945 |
프롤로그 Part 1 Part 2 Part 3 Part 4 Part 5 Part 6 Part 7 Part 8 에필로그 감사의 글 |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은 괴기스럽거나 음모와 폭력이 배경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보면 정신질환에 대한 서구사회의 인식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정신병원이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한 시설로 만들어졌던 것이라서 외진 곳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정할 때 정신의학과의 경우는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의사가 환자가 될 것 같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정신의학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져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 개인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을 둘러싼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어느 주립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그 환자>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의사들이 참여하는 MDConfessions.com이라는 웹포럼에 게재된 ‘나는 어쩌다 의학을 포기할 뻔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올려놓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실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서문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쓴다.” 마치 실화인 것 같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들수록 기괴합니다.
이야기는 명망 있는 의대를 졸업하고 혹독한 전공의수련을 마친 우수한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재정도 열악한 주립 정신병원에서서 일을 시작합니다. 약혼녀의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 하나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정신의학을 전공하게 된 배경에는 망상형 조현병을 앓던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정신의학계의 추악한 면을 목격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표현으로 본다면 필자가 과연 정신의학을 전공한 것 맞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정신질환자는 병원에 입원시키지, 수용한다고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조기에 외래진료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도심에 정신의학과 의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족과의 유대를 긴밀하게 하는 것이 치료효과를 좋게 할 것이므로, 정신병원의 접근성도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환자>의 무대가 되는 정신병원은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모양입니다. “도로를 벗어나 복잡하고 음산한 샛길 중 첫 번째 길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나마 미리 지도를 출력해오지 않았더라면, 구불구불 산길을 헤매며 병원이 위치한 구릉지대를 찾는데 몇 시간은 허비했을 것이다.(19쪽)”
세상과 격리된 정신병원 안에서도 근무자들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병실에 격리된 환자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진료기록부마저 없어서 의료진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그 환자의 존재를 알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접근 금지 환자’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만큼, 이 환자는 위험한 존재 맞을까요? 여섯 살에 처음 입원하여 30년 동안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는 진단불명이었습니다. 진단을 정하지 못하면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중심으로 대증요법을 해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병원은 환자의 병명을 결정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하여 완치시킬 의지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제로 달려있는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환자의 비밀은 환자와 접촉한 의료인에 관한 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을 알고 있으며, 그 비밀을 이용하여 의료인을 조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초현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사실은 이야기의 끝부분에 등장하는데, 환자의 존재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 환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모두 읽은 느낌은 ‘동그랑 땡’이었습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 미상이라고는 합니다만, 이 이야기가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로 만들기로 확정되었고, 20개 국가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계약의 주체가 분명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가가 신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보는 점입니다. 결국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하겠습니다.
며칠에 나누어 읽으려고 구매했던 책. 근데… 너무 빠르게 한번에 읽어버리게 만든책… ㅠㅠ 초반부 몰입감이 좋아서 계속 읽게 되었고, 결말 부분이 상투적인 공포스릴러 같기도 하지만, 완전 새로운 참신한 결말일수도 있는 진짜 오묘한 책. 독서후의 여운이 강렬하다. 결말이 무슨 의미인지 계속 해석을 하게 만든다. 내가 한 해석이 맞는것일까 계속 생각하게 되는 책을 좋아한다면 강추!
소설은 마치 어느 정신과 의사의 회고록인 양 읽혔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나는 여전히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 채 그 중간 언저리쯤 어디에선가 방황하고 있다. 독서의 대부분이 문학 서적인, 그중 대다수는 소설에 집중되는 나의 독서 이력에 비추어 볼 때 이런 경험은 결코 자주 있는 일이 아님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의 스토리가(작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이거나, 소설가로서 작가의 역량이 어떤 독자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게 할 만큼 뛰어나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테지만 말이다.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쓴다. 이런 상태로 계속 정신과 의사로 일한다는 것은, 분명 윤리적으로나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맹세컨대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조금이나마 믿어줄 수 있는 여러분에게 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내게 이 일은 인류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p.13)
재스퍼 드윗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작가가 이 책의 저자란에 이름을 올렸을 뿐, 작가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정보도, 작가가 쓴 다른 책의 제목도 올라와 있지 않으니 독자로서는 더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가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를 계속해야 할 입장이라며 이 책에 실린 인물의 이름과 장소를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할 수밖에 없음을 밝히고 있는 마당이니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머리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책에 실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명망 있는 의대를 졸업한 유능하고 전도유망한 예비 정신과 의사인 파커는 선배와 교수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병원 재정이 열악한 코네티컷 주의 주립 정신병원에 자원한다. 변변치 않은 지방 출신이나 갈 만한 그런 병원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약혼녀인 조슬린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빼어난 미모에 집안도 좋은 조슬린은 당시에 셰익스피어 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파커는 그녀가 논문을 완성하고 졸업할 때까지 가능한 한 가까이 머물고 싶었던 게 코네티컷 주에 있는 병원만 면접을 보게 된 하나의 이유였다.
병원에는 병명도 확실하지 않은 장기 입원 환자가 한 명 있었다. 여섯 살 때 병원에 보내져 30년 넘게 수용되어 있는, 본명도 확실치 않아 그저 '조'라고 불리는 남자. 그는 병실에서 나오지도 않고, 집단 치료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의료진과의 정기적인 접촉도 없었다. 게다가 그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사람들은 모두 미치거나 자살했다는 흉흉한 소문만 떠도는 까닭에 직원들 대부분은 그를 기피했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아직도 나는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든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과 씨름한다. 애당초 어머니가 미쳐버린 게 내 잘못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자책하는 태도가 이성적이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그리고 유년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들은 손쓸 도리가 없는 일까지 자기 탓으로 돌리며 행위의 주체를 되찾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p.112)
파커가 조에 대한 집착과 호기심을 가지게 된 계기 역시 그가 어렸을 적 망상형 조현병을 앓다가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열악한 환경과 부당한 대우 속에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병원에 구금된 채 방치하다시피 주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조'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은 그로 하여금 '조'에 대한 확실한 병명을 밝히고 반드시 치료할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을 갖게 했다. 그런 확신이 병원장이자 한때는 '조'의 담당 의사이기도 했던 로즈로부터 '조'를 치료해도 좋다는 허락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조'와의 상담이 거듭될수록 '조'의 구금이 단순히 열악한 병원 재정을 타개하기 위한 잘못된 결정이었으며, 기회가 되면 언제든 '조'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조의 방에서 누군가 웃고 있었다. 조는 아니었고, 그럴 리도 없었다. 그건 절대로 사람의 소리가 아니었다. 대신 음산하고 축축한 목소리로 킥킥대는 웃음이 꼭 썩어가는 목구멍에서 나는 것 같았다. 전에도 들어본 목소리였다. 꿈속에서 어머니가 피와 오줌이 번들거리는 웅덩이로 끌려 들어갈 때 들었던, 바로 그 웃음이었다." (p.156)
병원으로부터 '조'를 탈출시키려 했던 파커의 계획은 결국 무산되고 만다. '조'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비윤리적인 의료진에 의해 30년 넘게 갇혀 있는 거라고 믿었던 파커의 확신은 '조'를 탈출시키려던 그의 계획이 무산된 후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으로 인해 조금씩 허물어졌다. 결국 그는 '조'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정신병원을 찾게 된 원인을 제공한, '조'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대저택을 방문하게 되는데...
아침나절 푸지게 쏟아지던 가을 햇살은 오후가 되자 희뿌연 구름 사이로 잦아들었다. 휘발성 강한 휴일 한낮의 시간들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산다는 게 한 줌 낙엽처럼 덧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나도 가을을 타는 건가?' 하는 쓸쓸함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베란다 창문 밖으로 바람이 그저 나뭇잎의 흔들림을 통한 단순한 몸짓만으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환자>의 결말 부분에서 느꼈던 서늘한 공포가 소리도 없는 가을바람을 타고 천천히 밀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