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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1. 대관령 옛길 2. 어라연 3. 양변기 위에서 4. 꿀벌의 열반 5.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6. 목포항 7. 그녀의 염전 8.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9. 벌집 속의 달마 10. 어미목의 자살 1 11. 무꽃 12. 어울목 13. 간이역 14. 선운사, 그 똥낭구 15. 가을 구름 물속을 간다 제2부 16. 얼레지 17. 무덤이 아기들을 기른다 18. 입춘 19. 내력 20. 둥근 기억들의 저녁 21. 술잔, 바람의 말 22. 산청 여인숙 23. 포구의 방 24. 물속의 여자들 25. 봄날 오후 26. 해질녘 27. 내 뒤에서 우는 뻐꾹새 28. 헤모글로빈, 알코올, 머리칼 29. 점 제3부 30. 연밥 속의 불꽃 31. 관계 32. 그 마을의 연못 33. 만약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34. 맑은 날 35. 쥐덫 36. 숭고한 밥상 37. 만국의 바퀴벌레여 38. 무정자 시대 39. 할머니의 뜰 40. 빈집 41. 어미목의 자살 2 42. 애무의 저편 43. 할미꽃 제4부 44. 떴다, 비행기 45. 사랑의 거처 46. 운주에 눕다 47. 집이 서늘하다 48. 왕모래 49. 북엇국 50. 고바우집 소금구이 51. 아나고의 하품 52. 분꽃 53. 도솔암 가는 길 54. 좁은 문 55. 나팔곷 56. 꽃밭에 길을 묻다 57. 고드름 58. 백목련 진다 59.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60. 해설 : 김춘식 61. 시인의 말 |
Seon Woo Kim,金宣佑
김선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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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고 한다 킥킥, 실험실의 비커와 태아들의 머리가 해방 되리라 사십년동안 평균 40퍼센트의 정자가 줄었다 고 한다 최근 십년간은 연평균 2.6 퍼센트 감소율 키익, 나는 웃는다 2.6 퍼센트 만큼 매음녀들의 가계부가 실해지겠군 다만, 원죄가 아닌 것에 감사하라 화학약품이 몸 안에 축적돼 일어난 부작용이라 고 한다 킥, 너만 먹었니? --- p.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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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는다는 건 망자의 혼이 비로소 자유로워졌다는 증거, 불행이도 징조가 보이지 않자 생전의 내 행적에 대해 수군거리는 말들이 퍼지고 있었다. 향을 갈던 누군가 소리쳤고 사람들은 서둘러 관뚜껑을 닫았다 드디어 나는 좁은 문에 들어선 것이다.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도와준 그가 나를 사랑한 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좁은문>중에서
--- p.9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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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불현듯 강바닥으로 내려앉는 빈집 황지였나 사북이었나 고분처럼 폐석더미 쌓인 마당 발가벗은 아이 혼자 놀고 있었다 무엇이 고팠던 걸까 어린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토닥토닥 흙집을 만들던 마당가 이따금씩 개미가 손등을 타오르고 폐석더미 옆 고즈넉이 깨꽃 붉었다 흰 구름 데리러 간 엄마는 왜 안 오나 깨꽃 입술만 흙집 싸리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 p.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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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창작과비평에'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온 김선우 시인은 90년대적 여성시의 문제성을 극복해가는 대표적 여성시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선우 시인의 가장 큰 미덕은 구체적인 이미지의 육화에 있다. 도시적 감수성에 익숙한 90년대 젊은 시인의 대다수가 기호나 관념으로 언어를 받아들이는 데 반해 김선우 시인은 이미지의 구체성이 살아 있는 언어, 정서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어머니의 몸을 통하여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늙어 병든 육신에 대한 슬픔을 녹여내는 시인은 여성의 육체적인 운명을 유희나 관념이 아닌 절실함으로 수용한다.「내력」같은 시가 그 대표적인 시이지만「어라연」같은 시는 그와 상반되는 듯하면서도 육체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어라연 계곡 깊은 곳에/ 어머니 몸 씻는 소리 들리네// 자꾸 몸에 물이 들어야/ 숭스럽게스리 스무살모냥……/ 젖무덤에서 단풍잎을 훑어내시네// 어라연 푸른 물에 점점홍점점홍/ ―그냥 두세요 어머니, 아름다워요] 어라연 강물이 두 모녀의 육체적인 운명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자신의 슬픔을 고백하고 딸이 그 슬픔에 대해 오히려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대목에서 몸을 씻는 두 모녀의 어라연이 운명을 넘는 강물로 바라보인다. 이 시는 남성이나 가부장적 세계관에 상반되는 의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여성성의 자연스러운 대화라는 점에서 흥미를 주고 있다. 어라연에서 오직 두 사람이 몸을 씻는 정경을 은밀하게 엿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김선우 시의 매력일 것이다. 「양변기 위에서」같은 시는 젊은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현재의 자신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다. [엉겅퀴꽃 곱다랗게 흔들릴 때면 나는 좀 부끄러웠을라나 따끈하고 몰랑한 그것 한나절 햇살 아래 시남이 식어갈 때쯤 어머니 머릿수건에서 노릿노릿한 냄새가 풍겼을라나] 하고 어머니의 엉덩이를 그리는 시인의 추억은 육체적 운명을 넘어서 문명에서 살아가는 도시 생활인의 한 뼈아픈 반성을 보여준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시적 관계는 윤회론적 물활론적 세게관으로 진전된다.「숭고한 밥상」에서 시인은 [무저갱의 밥상 위에/ 발가벗고 올라가 눕고 싶은 생각이// 어머니가 나를 잡수실 수 있게 말이지요] 하고 28번째 생일날 생일상을 받고 이와같은 생각에 잠긴다. 이는먹이과 생사의 끓임없는 순환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인데「고바우집 소금구이」에 가서 [갑자기 단순하고 경쾌해지고 화르륵 밝아지는, 안 보이던 나의 얼굴이 그때 갑자기 보]인다고 말한다. 신명나게 고기를 썰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그의 의식은 자신이 거기 던져져 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오히려 편안한 듯한 심리를 보여준다. 그는 친구들과 [방울, 단검, 고기 몇점]을 상추에 싸서 삼키면서 자신을 발견한다. 욕망의 노예로 사는 데 급급했던 것들이 [살아서는 절대로 서로의 살을 만져줄 수 없던 것들이] [서로 자기 살을 닦아주]면서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의 시는「아나고의 하품」에서 삶의 버거움과 고독을 함께 느낀다. [이상스레 차분한 적멸, 같은 것이 내 마음에 공으로 번지는 것이었다]는 대목이 그렇다. 이는 생의 허무함에 대한 발견이고 인식이다. 이것은 존재에 대한 슬픔이다. 그러나 시인은 적멸 혹은 공으로 번지는 묘한 평화를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분석대상이 되는데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어떤 연유'라는 삶의 비의(秘意)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시인은 말하고 있다. [내 뼈가 살을 향해 내 살이 뼈를 향해 이토록 부대끼는 시끄러운 싸움은 언제 끝나려는지] [내가 진실로 사랑한 것은 모든 생명이 품고 있는 독기였으니. 부디 이 시들이 세상의 소란한 독이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