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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1부 그리스 도시국가의 활기찬 시민들 1. 축제 아테네의 축제와 시민으로서의 삶 _ 김헌 2. 비극 그리스 비극과 시민 교육 _ 김기영 3. 자유 파레시아, 모두가 말할 권리 _ 이윤철 4. 민주주의 누가 결정하는가? _ 최자영 2부 팍스 로마나 시민들의 명예와 영광 5. 시민권 나는 로마 시민이다 _ 김경현 6. 연설 설득의 정치가, 키케로 _ 김남우 7. 법 로마법, 국가 아닌 시민의 법 _ 성중모 8. 건축 도무스, 빌라, 인술라 _ 박믿음 책을 쓴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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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과 함께 축제의 일정을 살펴본다면, 아테네인들이 정말 많은 축제를 통해 공동체 생활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제는 때로는 공동체 전체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그 구성원들 모두의 행복을 위해 개최되었고, 때로는 일상의 공동체 생활 속에서 소외되었던 일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분출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종교와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기획이 어우러져 축제가 기획되고 실행되었으며, 축제와 함께 아테네인들은 고된 삶을 견뎌내고 이겨나갔던 것이다
---「1. 축제_아테네의 축제와 시민으로서의 삶」중에서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에서 제우스는 인간을 통치하는 원리로 ‘고통을 통한 배움pathei mathos’을 제시한다(《아가멤논》 177). 이는 비극을 통한 교육의 핵심이기도 하다. 극장에 모인 관객들은 비극의 주인공이 겪는 고통에 연민과 공포를 느낌으로써 자신의 삶에도 닥칠 수 있는 여러 윤리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도 비극의 주인공과 똑같이 행동하기 쉬우며 마찬가지로 파멸에 이를 수 있다고 상상하면서 배움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 깨달음의 순간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비극의 목적, 즉 카타르시스(정화淨化)라 하겠다. ---「2. 비극_그리스 비극과 시민 교육」중에서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모든 시민이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 권리란 곧 누 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어떠한 외부적 제한이나 속박 없이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연설은 ‘자유 연설’ 즉 ‘파레시아parr?sia’라고 불렸으며, 이러한 연설에 관한 시민의 동등한 권리는 ‘이세고리아is?goria’라고 불렸다. 정치적 권리가 다른 분야에서 자신이 누릴 권리를 조정하고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경제, 재정, 법률, 복지와 관련된 시민의 권리는 모두 이 자유 연설의 권리에 의존했다. 다른 모든 권리가 예속되는 가장 핵심적인 권리인 정치적 권리야말로 시민의 가장 주된 권리였으며, 이 권리는 파레시아 즉 연설의 자유이자 자유 연설의 형태로 드러났기에, 아테나이 시민으로서의 ‘자유로운 자’란 결국 궁극적으로 ‘연설하는 데서 자유로운 자’를 의미했다. ---「3. 자유_파레시아, 모두가 말할 권리」중에서 고대 아테네 시민 민주정치의 지혜를 돌아보자. 그들은 통치자나 피치자가 차이 없이 똑같은 자질을 가진다고 보았다. 다만 돌아가면서 통치를 담당할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시민은 평등하며 조금도 차이가 없고, 또 시민이 교대로 지배도 하고 지배받기도 한다. “일찍이 복종할 줄 모르는 자는 좋은 지배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통치자와 피치자는 동일하지 않으나 선한 시민은 양편에 다 같이 능해야 한다. 어떻게 자유인으로서 통치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자유인으로 복종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시민의 덕성이다. 지배자의 절제와 정의는 피치자의 것과 다르지만, 선량한 사람의 덕성은 양쪽을 다 같이 포함한다. ---「4. 민주주의_누가 결정하는가?」중에서 로마는 제국을 팽창해나가면서 두 번의 중요한 시기에 두 번의 중요한 시민권법을 제정했다. 하나는 이탈리아반도 전체를 통일한 뒤 100년이 채 안 지난 기원전 89년에모든 이탈리아 주민들에게 로마 시민권을 주었던 것이다. 실상은 마지못했던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이탈리아 주민을 전부 로마 시민으로 만들었다. 그 뒤 이탈리아를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로마 제국을 건설하고 평화롭게 운영하고 있던 212년에 놀라운 법령이 또 하나 나왔다. 카라칼라 황제가 로마 제국의 전 자유인이 전부 시민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사도 바울도 이런 역사적 과정에서 로마 시민권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로마 제국의 특징을 말하자면, 시민권이 특권인데도 그 특권적인 것을 비시민과 나누고 문을 열어 잡종을 만들 용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혼종성hybridity와 개방성openness. 로마 제국이 500?600년 동안 지속되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5. 시민권_나는 로마 시민이다」중에서 플라톤과 키케로를 비교해보자. 플라톤은 아테네 출신이었고, 키케로는 이탈리아의 아르피눔 출신이었다. 철학자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서 사형당한 뒤 아테네의 정치 현실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자신의 철학 사상을 시킬리아에 가서 실현해보려고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에 반해 키케로는 철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연설가이자 정치가였다. 키케로는 여러 방면에서 돋보이는 성취를 이뤘다. 키케로는 기원전 63년에 로마 최고의 정무관인 집정관으로 선출된 정치가였다. 그는 정통 귀족에 속하지 않는 기사계급 출신이었지만, 연설의 재능과 실력으로 계급적 한계를 뚫고 출세했다. 플라톤은 귀족 집안의 자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카틸리나 사건을 계기로 키케로는 조국의 아버지pater patriae 혹은 국부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건 아무나 얻을 수 있는 칭호는 아니었다. 사실 로마 역사상 키케로 이전에 딱 한 명만 그 칭호를 받았다. ---「6. 연설_설득의 정치가_키케로」중에서 로마의 첫 번째 왕 로물루스와 그의 형제 레무스에 대한 전승에서도 레무스가 신성한 경계를 침범해 살해되었던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로마는 레무스의 죽음 위에 세워졌다고도 한다. 형제의 이야기에서 무법의 세계가 극복되고 법의 세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상징적인 서사로 그려진다.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권력을 두고 다투었다. 하루는 새의 움직임으로 우위를 정하기로 했는데, 로물루스가 승리해 권력을 거머쥐었다. 레무스는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복하지 않고 승자인 로물루스가 건축 중인 로마의 성벽마저 무시했다. 로물루스는 레무스를 죽임으로써 결국 종교, 기술, 법 내지 제도의 모든 면에서 로마 국가의 토대를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7. 법_로마법, 국가 아닌 시민의 법」중에서 욕실이나 세면실은 물론이고 목욕탕 같은 시설은 대저택을 제외하면 일반 주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공간이다. 변소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있는 저택이라 하더라도 변소는 최대 하나였으며,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변소가 부엌에 딸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요리하고 있는 노예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볼일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보라. 그러나 한편으로는 변소가 부엌과 공존하게 된 이유는 하수와 오물 처리라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부엌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하수를 변소의 오물과 함께 처리하는 것이 간단했을 것이므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8. 건축_도무스, 빌라, 인술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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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도시국가의 활기차다 못해 떠들썩한 시민들
1부는 그리스. 그중에서도 그리스를 대표하는 도시국가 아테네의 축제, 비극, 자유, 민주주의를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에서 축제는 도시국가의 활기를 유지하는 시민들의 일상 자체였고, 시민들은 비극이 그려내는 고통스러운 장면을 마주하며 자신들을 성찰했다. 누구나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기는 시민들이 번갈아 지배하고 지배받는 정치를 낳았으며, 아테네를 영원한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아로새겼다. 1장 〈축제_아테네의 축제와 시민으로서의 삶〉에서 김헌은 일 년 열두 달 내내 시민들의 삶을 가득 채웠던 아테네 축제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들을 조목조목 짚어본다. 신화와 종교 그리고 역사의 맥락에서 생겨난 무수하고 다채로운 이 축제들은 물론 놀이였지만, 단지 놀이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일상 구석구석을 흥겹고도 경건하게 물들였다. 놀지 못하는 자여, 그대는 시민이 아니다! 2장 〈비극_그리스 비극과 시민 교육〉에서 김기영은 1장을 이어받아 축제의 꽃 대-디오뉘소스 제전에서 화려한 무대를 장식했던 세 편의 비극 작품 『자비로운 여신들』 『안티고네』 『힙폴뤼토스』의 의미를 새겨본다. 비극 공연은 예술이자 오락이면서 동시에 교육이었고, 작품의 주인공이 처한 끔찍한 현실은 시민들에게 자기 자신을 정화하는 배움의 순간을 마련해주었다. 시민은 고통을 통해서 배운다! 3장 〈자유_파레시아, 모두가 말할 권리〉에서 이윤철은 그리스 시민의 권리들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제공하는데, 그 권리들을 비로소 가능하게 하는 권리들의 권리가 있다. 정치적 권리인 파레시아, 즉 누구나 모든 것을 말할 권리가 바로 그 권리들의 권리이다. 현대 철학자 미셸 푸코가 자유로운 인간의 미덕으로서 그토록 중시했던 이 파레시아의 실체는 무엇일까? 떠들썩할 용기를 지녀야 시민이다! 4장 〈민주주의_누가 결정하는가?〉에서 최자영은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여섯 가지 오해를 지적한다. 이 오해들이 오늘날 직접민주주의냐 간접(대의제)민주주의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초래했다. 하지만 진실을 그런 이분법적 대립 너머에 있다. 아테네에도 부분적으로 대의제가 있었다. 진실은 시민들의, 특히 다수를 차지하는 민중의 손에 결정권이 주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시민은 결정하는 자이다! 팍스 로마나 시민들의 영광은 역사에 길이 남을 터! 2부는 로마의 시민권, 연설, 법, 건축을 살펴본다. 공화정과 황제정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로마는 지중해의 제국으로 군림했다. 팍스 로마나의 이상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는 누구에게나 시민권을 나누어줌으로써 완성되었다. 연설은 시민들이 그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공권력의 개입보다 시민의 자율성을 소중히 여기는 로마법은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며, 사적, 공적 생활이 어우러진 주택 건축에는 시민 문화의 진면목이 담겨 있다. 5장 〈시민권_나는 로마 시민이다〉에서 김경현은 로마 시민권의 확장을 로마의 역사를 조망하는 가운데 웅장하게 펼쳐 보인다. 로마는 애당초 이탈리아반도로 이주해온 이방인들이 부랑자나 도적 떼 따위를 그러모아 세운 이른바 잡종의 도시였다. 그 혼종성과 다양성의 정신이 로마가 제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세계시민주의의 이상과 시민권의 확장으로 실현되었다. 로마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시민이다! 6장 〈연설_설득의 정치가, 키케로〉에서 김남우는 5장에서 세계시민주의 이념의 주창자로 언급된 로마의 대표적인 정치가 키케로의 연설문 네 편을 소개하며, 키케로 나아가 로마 공화정의 근본정신을 밝힌다. 그 정신은 ‘후마니타스humanitas’, 즉 동료 시민들에게 우리가 동료 시민으로서 갖는 인간적 의무이다. 후마니타스는 또 철학자 키케로의 사상을 대변한다. 시민은 시민에게 설득할 의무를 지닌다! 7장 〈법_로마법, 국가 아닌 시민의 법〉에서 성중모는 로마법이라는 인류의 영원한 유산의 이모저모를 따져본다. 로마인들이 법을 발명했다고까지 칭송받는 이유는 로마법이 시민의 권리에 기반을 둔 법이기 때문이다. 개인들 간의 재산이나 계약, 상속 문제에 대한 로마법의 성취 덕분에 비로소 국가의 간섭 없는 자율적인 시민사회도 비로소 가능해졌다. 소송하는 자, 그대가 시민이다! 8장 〈건축_도무스, 빌라, 인술라〉에서 박믿음은 도무스, 빌라, 인술라라는 로마의 세 가지 주거 형태에 대한 흔치 않은 스케치를 그려낸다. 도무스는 상류층이 거주하는 도시 주택, 인술라는 도시에 있는 공동주택 즉 아파트에 가까우며 임대형으로서 상류층 외 주민이 거주한다. 그렇다면 빌라는? 오늘날과 달리 상류층의 전원주택이다. 각각의 집은 각자의 삶을 품고 있다. 그대가 사는 집이 곧 그대이다, 시민이여! 시민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그 뿌리를 찾아서 “이 책은 2019년 대우재단의 지원을 받아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민으로 사는 것〉이란 주제로 8회에 걸쳐 진행된 정암학당 고전인문학강좌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기원론적으로 보면, 시민이라는 개념과 그에 기초한 공동체는 이미 그리스-로마적 고대에 그 원형이 있었다. 특히 고전기의 그리스와 로마 공화정기의 정치체(polis 혹은 civitas)가 그것으로, 권리와 의무, 곧 참정권과 전사로서의 의무를 공유하는 시민들의 공동체였다. 정암학당이 강좌명을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민으로 사는 것〉이라 정한 것은, 이제 우리 모두가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시민사회의 경험을 고대적 원형과 견주어 보려는 뜻에서였다. 그에 비해 간결한 책 제목 ‘나는 시민이다’는 지금, 여기와의 연관을 의식해, ‘좀 덜 낯설게 하는’ 효과를 겨냥한다.” _ ‘책을 펴내며’에서 이 책을 쓴 사람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그리스 로마 고전을 연구?번역하는 단체인 정암학당의 연구원들과 고대사 연구에 평생을 바친 원로 역사학자들이다. 서양의 국가와 시민으로서의 삶의 뿌리이자 원형인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시민이 과연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봄으로써, 공동체의 시민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공동체는 시민에게 어떤 문화를 제공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은 씌어졌다. 정암학당 연구원으로서 김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수사학을, 김기영은 그리스 비극을, 김남우는 로마 서정시를 전공한 서양고전학자이고, 이윤철은 서양고대철학을 전공한 철학자이다. 성중모는 로마법을 전공한 법학자이고, 박믿음은 미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했다. 최자영과 김경현은 각각 그리스사와 로마사 분야의 원로 역사학자들로서 이 책에 특별히 참여했다. 『나는 시민이다』는 학계의 연구 성과를 사회로 확산해 나가고자 대우재단과 아카넷이 펴내는 새로운 학술교양 총서인 대우휴먼사이언스의 3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