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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인삼각
저글링을 하다 13 석류와 석류 14 울고 싶은 대로 울었다 17 동:백이 20 어떤 춤을 추면 될까 22 아케이로포이에토 26 대한大寒 28 비의 삼등분 29 수락폭포 32 우리 집에 성한 귀가 없다 35 밥이나 겨우 먹고 삽니다 38 신경神經 40 구월 41 2부 물수제비 마가렛 혹은 둘째 45 입동 46 그러니, 같이 48 화심 51 나비를 보다 52 우리 모두 포유류니까 56 이 도시엔 균형이 있다 59 해칠 의도가 없습니다 60 이월 62 약사암 63 말할 때 꼭 착하게 굴 필요는 없어요 66 가가可呵는 가가可呵 69 모란 70 파반느 72 조문 74 3부 제3자 우후죽순 77 호적수 79 내시경 80 쓰다듬으면 가만히 있네요 82 모종의 일 85 알고리즘 89 回 92 오뚝이에게 94 ㅃ 96 민다리 97 하평28 100 넝쿨 103 어떤 경우라도 나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104 4부 날개 복면 109 능소화가 피었다 112 그래, 라일락 115 피자두 118 모나미153 120 내가 전혀 수박 잊고 있을 때 122 뭐, 예술은 모르겠고 흥행이나 합시다 124 꽹과리가 걸려 있네 126 화환 128 파문 130 훨훨 134 달의 표정 136 해설 137 슬픈 혀가 하얗게 날아오르다 | 전성욱(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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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 앉아 낚시하다가
뭐라도 걸리면 우쭐해서 식구들에게 자랑하며 나눠 먹고 자랐는데 물고기를 실컷 잡아놓고 풀어주는 사람이 친구 하자고 다가오면 영 거슬린다 낚시를 재미로 하는 것이 ---「모란」중에서 딸 셋 중에 저, 상주 중에 누가 가장 크게 울까요 장녀도 아니고 차녀도 아니고 막내도 아니고 가장 가난한 딸이 젤로 크게 웁니다 ---「이월」중에서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가요 얼굴이 떠오르는 건가요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깊어지는 흉터가 미워하는 사람 닮아간다는 흉터가 여기에, 세상 베어낼 성격도 아니면서 죄 없는 미간만 긁으면 물 비린내가 나요 이마가 가장 솔직한 곳이래요 상처에 취약한 이마로부터 폭포가 시작되어요 ---「수락폭포」중에서 무명으로 지은 베개에 머리 얹고 자면 아픈 데가 없어진다고 믿었다 사람들이 흩어진 후에 울고 싶은 대로 울었다 내가 입 다물면 돌이 소리 지를 것 같았다 ---「울고 싶은 대로 울었다」중에서 부모를 고를 수 없다는 건 참 슬픈 일 날 때부터 엉덩이에 무게중심을 잡은 뚝심과 균형은 다시 파괴되어야 한다 옆 구르기를 하고 싶다든가 근성은 피를 거꾸로 보내기 나는 나를 뒤집어야 살 수 있다 ---「오뚝이에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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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 오래 머물면 발이 간질거립니다
무리에 어울리는 요령이 없이 그저 시를 씁니다” 석민재 시인에게는 시를 쓴다는 것이 그런 중심 버리기와 서식지 바꾸기가 아닐까. 그래서 「모나미153」에서는 “만보는 걸음이 아니라 자기반성”이라고 했고, “걷는다는 말이 쓴다는 말과 비슷하지 않냐고 내가 말했다”고 항변하였으며, “방랑 기질이 쓰고 방황으로 걷는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시를 쓴다는 것은, 붉음에 상처받았던 자기를 연민하지 않고, 그렇게 자기의 자리를 떨쳐 일어나 하얀 의욕으로 방황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방황에 다름없는 방랑을 기록한 두서없는 여행기로 읽혀도 좋으리라 이 시집의 도처에서 어른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마주하게 된다. “어른이 실수하면 그냥 넘어가고// 애들은 잘못 안 해도 매부터 들었잖아”(「피자두」) “어디 갔다가/ 안 돌아오는 어른들은 어찌 된 걸까요?”(「입동」) “자장가 부른다고 어른이라면/ 알은 흩어지고/ 조생아들이 줄줄이”(「쓰다듬으면 가만히 있네요」) “보금자리라는 말이 쓸쓸해진 도시에 굶주림이라는 가장 서글픈 단어가 실시간 떠올라도 눈썹을 밀어 버린 어른들은 읽고 말하고 과거의 두루마리를 풀어 매일 베껴 씁니다”(「넝쿨」) 이처럼 뻔뻔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을 고발하고 있는 이 시어들 속에는, 짙은 분노와 함께 그들을 향한 강력한 항의가 배어 있다. 부처와 같이 자유자재한 노마드, 자기를 넘어선 사람인 초인은 한곳에 정주하며 안락을 도모하지 않는다. “한곳에 오래 있으면 발이 간질거립니다 무리에 어울리는 요령이 없는 내게 사건을 순리대로 적는 습관을 기르라고 합니다 바람은 제가 불고 싶은 대로 부는 것 같아도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화심」) ‘무리’에 동화됨으로써 안정을 바라는 익명의 ‘대중’을 넘어선 자리에 하얀 배꽃이 천지를 축복한다. 그 ‘흰색’은 난폭한 혈연의 동맹을 가리켰던 붉은색과는 정반대의 함의로 읽힌다. “문턱에 있던/ 흰 실 한 가닥이/ 생각났다”고 했고, “무명으로 지은 베개에 머리 얹고 자면/ 아픈 데가 없어진다고 믿었다”(「울고 싶은 대로 울었다」)고 했다. “후드득/ 피는 꽃/ 속옷 벗는 흰나비”(「어떤 춤을 추면 될까」)를 포착하기도 했다. 하얀 나비가 훨훨 난다. 어떤 구애됨이 없이 밝고 환하게 난다. 그것이 바로 시인이 진심을 다하여 바라는 삶일 것이다. ■ 시인의 말 가야 한다 가는 길에 무엇이 있든 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