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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낯섦에 관하여 10 어느 수화(手話) 12 처음부터 없는 소리 14 우두커니 16 적막(寂寞)의 모습 18 그대의 저쪽 2 20 봄밤, 낯선 꽃들이 찾아오다 22 포스트 잇(post-it) 관계 23 이름 버리기 24 구름 속으로 26 인디언 서머 28 제2부 통조림 32 보이스 피싱 2 34 데케이드 (10年) decade 36 별에서 오는 신호 38 허공이 주소인가 40 빈 시선 41 그리운 속명俗名 42 클라우드 44 엇갈리다 樂園 46 쿨(Cool) 2 48 내려놓기 2 50 제3부 치인(痴人) 52 어느 신호등 54 이진법 관계 55 비밀 새로 만드나 56 구름 속의 너 58 푸른 점(pale blue dot) 60 어느 낙화(落花) 62 폭설의 미학 64 치매 연습 66 황반변성(黃斑變成) 68 제니의 초상 2 70 윤슬 71 제4부 시간이 휘어지더라도 74 키오스크(kiosk) 데이트 76 환상의 소리 78 침묵에 관한 담론(談論) 80 시간의 미궁(迷宮) 82 단락(段落) 짓다 84 거꾸로 세상을 보다 86 머피의 법칙 88 다시 아와지시마(淡路島)에서 90 어느 폐가(廢家) 92 결빙주의(結氷注意) 94 제5부 콜 포비아(call phobia) 96 홀로 울부짖다 98 초콜릿 단상(斷想) 99 장마, 눈멀다 100 초원의 끝 101 ‘홀딱 벗고’ ‘홀딱 벗고’ 102 ‘사만다’를 찾아서 104 비 오는 날이면 젖은 편지를 106 순환선 2 107 가츠우다케(嘉津宇岳)에서 108 시간의 바깥으로 110 미궁의 그늘 112 박수중의 시세계 | 서안나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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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들어오는 것 물처럼 스며 들어와 목소리와 얼굴을, 이름을 지운다 잊지 않으려고 물안개 기억에 매달리지만 어느 이름은 끝내 찾지 못한 이야기일 뿐 까맣게 잊었다가도 문득 멍멍한 무념 속에서 떠올랐다 낯설게 사라진다 어느새 여기까지 왔지? 돌아보아도 지나온 길 보이지 않는다 모든 시선이 비어 있다 길거리 걷는 인파의 띠에도 누구의 생각 속에도 나는 없다 나를 확인할 스모킹 건*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저무는 계절 불타는 낙엽의 시간이 청명한 가을 햇빛 속 우두커니 선 나무가 너무나도 낯설다 --- 「낯섦에 관하여」 중에서 비가 오면 횡격막에서 동전 소리가 났다 마당에는 우편배달부의 자전거가 비를 맞고 있었지 낡은 가죽가방에서 꺼내는 편지, 손으로 쓴 그 봉투의 내 이름은 빗방울에 젖어 번져 있었다 설레던 순간도 흘러간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간 멀리 둑길 넘어 기차는 기적소리를 길게 뽑고 있었지 이제 내 여생의 주소는 허공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우두커니 기다린다 다시 오지 않을 너의 젖은 편지를. --- 「비 오는 날이면 젖은 편지를」 중에서 1 아무 말 없이 가장 크게 말한다 침묵할지 깨달으면 침묵이 기회로 반전한다 말하기보다 경청의 침묵이 더 절실하다 말 배우기에는 3~4년 말 멈추기에는 70년이 걸린다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다* 2 강한 부정이기도 약한 긍정이기도 하다 말없이 전하는 진심이 느껴지게 만든다 회복과 치유를 향한 무언의 헌사이다 3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 「침묵에 관한 담론(談論)」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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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
先 인생 後 문학이라는 후문학도의 길을 걸어오며 제2의 삶을 급히 쫓아오느라 창작이 넋두리에 그친 아쉬움이 있지만 남은 노을의 아름다움도 계속 그리고 싶다 다만 앞으로 시의 세계는 생성형 AI의 진전으로 독특한 체험이나 기발한 상상, 초월적 감성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여 어찌 대처하여야 할지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을사년 3월 土坪 寓居에서 有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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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중 시인의 시는 기교가 지나쳐 주제가 매몰 실종되기도 하는 현대시의 경향에 휩쓸리지 않고, 최소 기교 외에는 주제와 소재에 더 치중했다. 그래서 날것처럼 담백하고 생생하다. 그의 시편들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었던 갈망으로 태어나 아리고 저리게 감명 깊어진다. - 유안진 (시인,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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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버리기’는 곧 새로운 존재로의 탄생을 의미한다. 시인은 이름을 통해 존재론적이고 언어 철학적인 성찰과 사유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무루(無漏)’ 와 침묵의 덕목을 통해 순환론적 세계관을 형상화하고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는 시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 서안나 (작가,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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