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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를 깨문 밤
정수월
한국문연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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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기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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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첫사랑 12
붉은 생각 13
건널목 14
경계 16
오로라 17
은유를 깨문 밤 18
붉은 그리움 20
붉은 입술 21
까치는 모른다 22
거울 23
붉은 문장 24
말테의 수기 26
시가 되지 않는 말 27
그림자 지나가는 길 28
달의 노래 30
언어의 물결을 물고 32

제2부

퍼덕거리는 유화 34
초롱꽃 35
열세 번째 발자국 36
잿빛 소음 38
중력 아래의 밤 40
소리 없이 채색되는 42
나이테 43
꽃잎 이후 46
빛의 산란 47
월아산 48
저녁 창에 쓰는 편지 50
자치기 놀이 52
내면의 목소리 53
마당극 54
버팀목 56
바람도 없이 58

제3부

동화 몇 줄 60
하모 61
봉선화 62
수채화 64
구름은 국적이 없다 66
인기척 없는 문장들 68
바다를 읊은 시가 없어요 70
하네스를 찬 나 71
행성처럼 74
귀동냥 76
꿈 78
창가에 여름비 80
감나무 82
곪아 바스러진 83
스케치 84
노을 85

제4부

파토스 88
보랏빛 심장 89
산죽 90
이면 도로 91
달맞이꽃 92
재개발 94
은행잎 96
노랑 98
길을 묻다 100
침묵 위를 긋다 102
노란 우산 104
환승역에서 106
새벽 108
장마의 내부 109
풍경소리 110

정수월의 시세계 | 이재훈 111

저자 소개 1

남해 출생. 2023년 [시와경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열세 번째 초록』 『은유를 깨문 밤』 등이 있으며, 2024년 진주문단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우담문학 동인, 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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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36*216*20mm
ISBN13
9788961043939

책 속으로

올가미처럼 벌어진 꽃
박꽃 같은 웃음이 눈을 찌른다.

더운 찻잔에 달그락거리던 꿈이 보인다. 구멍 난 기억이 슬픔을 키우고 있었다. 나는 그 먼 길 혼자 걸어왔지. 길을 잃어버린 오랜 시간

사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묻는다.

무수한 별빛 같은 모성
손가락 마디마디 꽃이 피고, 어둠을 지킨 바닥에 들꽃처럼 꿈이 피어오른다.

내 심장을 대신해 물들인 슬픔의 꽃, 꿈으로 더럽혀진 길에 고라니 한 마리 쓰러져 있다. 피를 흘리면서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어금니, 꽉 깨문 저 은유를
--- 「은유를 깨문 밤」 중에서

오라고 한다. 산수유, 진달래, 매화가 입술 내미는 산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가끔 꿈길에 휘파람새 노래하는 곳으로 나를 오라고 한다. 휘파람의 유혹에 산을 오른다. 내 발걸음에 놀란 장끼 한 마리 달아난다. 닳아빠진 이념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바위를 오른다. 봄 햇살에 나는 눈 호강을 한다. 숨은 가빠지고 몸엔 열이 난다. 내원골에 화염이 솟는다. 눈치챈 마을의 개 한 마리 짖기 시작한다. 덩달아 모든 개가 짖어댄다. 꽃에서 꽃으로 옮겨붙는 입술, 피 묻은 입술은 말의 출구다. 말 따라 나는 꿈을 받아 적는다. 무더기로 불붙은 진달래, 내 입술이 붉어진다. 아직 기다리는 이 보이지 않고 꿈이 부스럭거린다. 벌거벗은 지평선이 바싹 마른다. 슬픔만 불러일으키는 베개가 축축하다.
--- 「붉은 입술」 중에서

꽃잎 떨어지자
무성한 이야기가 성큼 다가오네
라디오 주파수에 물든 나는
손톱에 봉선화꽃 물들였지
지지직거리는 연속극이 끝나면
손바닥처럼 꿈길은 시작되었지
웃음은 웃음으로
울음은 울음으로
잎이 되었다가 꽃이 되었다가
이야기가 되었다가
손톱으로 사라져가던 꽃물
꿈의 뒤안길엔
나의
웃음과 울음
핑크빛과 파랑
무엇이 있을까
잎이 뭉개진 자리에
나만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 손톱
이제
꽃물은 보이질 않고
라디오 연속극이
이명으로 쏟아지는 밤이네

--- 「봉선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가슴을 흔드는 앵강만의 빛이 때로는 기억처럼 밀려왔다. 다락방 창을 열면 무당벌레가 숨 쉬던 작은 텃밭, 시간이 멈춘 어린 날의 오후. 풀과 벌레와 꽃과 바다, 이름 없이 친밀했던 것들. 그 투명한 형상들이 아직도 나를 흔들고, 눈부신 바다는 오늘도 나를 껴안는다.

2025년
정수월

추천평

정수월 시인의 시는 관념을 이미지로 육화하여 존재의 그리움과 생명을 향한 열망을 보여주며, 사소하고 낮은 존재에 대한 희생의 상징적 맥락을 파헤친다. 인간의 내면에서 더 나아가 보편적 생명의 본질에 이르는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색채 이미지로 가득하다. 붉거나 검고 떨어지거나 솟구치는 다양한 빛깔들이 넘실대며, 이는 시인의 생명에 대한 욕망과 충동이 자연에의 회귀와 호응으로 표출되는 방식이다. - 이재훈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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