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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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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위대한 일을 체험할 운명이었다. 나는 ‘결맹’에 속해 그 유일무이한 여행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기에, 이제 그 놀라운 여정에 대해 짧게나마 기록을 남기고자 결심하였다.
--- p.10 만약 독자들을 공동체의 비밀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 허락되기만 한다면 우리가 행한 일들이 펼쳐졌던 그 차원, 그리고 그 행위들이 속하는 영혼의 체험들을 비교적 쉽게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기에, 많은 것들이 어쩌면 모든 것이 독자에게는 믿기 어렵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 p.14 언젠가 동방에서 온 현명한 친구 싯다르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말이란 숨겨진 깊은 뜻에는 이롭지 못하다. 모든 것이 언제나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씩 왜곡되며, 조금씩 어리석어진다. 그렇지만 그것도 괜찮다. 나는 그것조차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에게는 보물이자 지혜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 p.15 나는 세계사가 종종 단지 한 권의 그림책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 그림책은 인간의 가장 격렬하고 맹목적인 갈망, 곧 ‘망각에 대한 갈망’을 비추어 보여준다. 어느 세대든지 어김없이 금지하고, 침묵하고,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전 세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제거해 버리고 있지 않은가? --- p.16 이 예술가들은 아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이었으나, 놀랍게도 그들이 창조해낸 인물들은 예외 없이 창조자인 그들 자신보다 훨씬 더 생기 있고, 아름답고, 쾌활했으며 어쩌면 더 참되고 현실적인 듯 보였다. --- p.53 나는 하인 레오에게 물었다. 왜 예술가들은 때때로 ‘반쪽짜리 인간’처럼 보이는 반면 그들이 창조한 형상들은 이토록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냐고 말이다. --- p.54 유일무이한 영혼의 공동체와 그토록 경이롭게 고양되고 생기 넘쳤던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나는 우리 동료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서, 위대한 여정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구해내고 싶다. 마치 카를 대제의 팔라딘 가운데 한 사람을 섬기던 늙은 하인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기억 속에 빛나는 행적과 기적의 연대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p.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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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말하는 ‘자아 실현’이란
이 작품의 결말은 헤세가 1933년 11월 19일에 쓴 편지와 연결된다. “젊음의 과제는: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늙음의 과제는: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위해서라면, 나는 신앙의 교리를 설파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영적인 삶이란 이 두 극단 사이를 오가며 전개되어야 한다. 젊은이의 갈망과 의무는 ‘생성(Werden)’이며, 성숙한 인간의 의무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것, ‘소멸(Entwerden)’이다. 인간은 먼저 온전한 존재, 하나의 진정한 인격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겪고 자라난 뒤에야 비로소 그 인격을 희생할 수 있다.” 헤세는 이 소설 속에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자아를 극적으로 대비시켜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는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리알 유희』의 모태가 된 작품 헤세의 주요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내적 투쟁의 표현이지만 보다 새로운 형식을 갖추어 향후 『유리알 유희』로 이어지는 서문적인 의미를 지닌다. 회의와 긍정, 절망과 희망이라는 양극단의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으며 그는 자전적 글쓰기 자체의 가능성을 하나의 비판적 성찰의 대상으로 제시한다. 헤세는 그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고뇌했다. “열두 권이 넘는 서로 다른 일기들조차도 영혼의 온전함과 다면성을 기록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직접 경험한 사건들을 처음에는 도무지 서술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과거를 일관된 서사로 재구성하는 데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 바로 과거에 대해 가능한 관점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헤세는 소설 속 H. H.처럼 집요하고 회의적인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해서만 말년의 자전적 글쓰기를 ‘허구’의 상태로 발전시키고 그의 삶의 우연적 요소들을 자전적 소설, 나아가 시적 진실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