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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_ 당신은 저를 만나 다행이었나요
이정모 _ 나는 죽었지만 인류는 더 살아남기 바라노라 최백호 _ 내 죽거든 박수를 쳐주오 정재민 _ 이석화 여사께 이영주 _ 마음을 남겨두고 갑니다 김양미 _ I’ll be back! 장동석 _ 저세상에서 카잔차키스와 함께 안부를 전합니다! 구미정 _ 사막의 암사자여, 동무인 양 만나요 김성신 _ Non tornare!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정용실 _ 나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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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마지막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그저 제 마음 깊은 곳을 박박 파내어 진심을 꺼내어보니, 제가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은 질문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당신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잠시나마 제가 있어 다행이었나요?’
---p.19 정지우 개체는 사라져도 생명은 이어집니다. 저는 사라졌지만 저를 이루던 물질은 여전히 이 세계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남긴 말과 생각 그리고 웃음은 여전히 여러분 사이를 떠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변환되는 존재죠. ---p.29 이정모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으로 기절할 정도로 위험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게 참으로 기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생명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이 장엄한 마무리를 단지 이별이란 이유로 애끓어하고 아파만 할 게 아니라 그 삶을 칭찬하고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p.45 최백호 관객이 떠난 뒤 무대에 오른 배우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해도 박수칠 사람이 없는 무대, 그것이 저의 첫 법복이었습니다. 다 살고 보니 떠나신 어머니가 남은 저를 통해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내신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의 인생은 온통 어머니였습니다. ---pp.52-53 정재민 저의 장례식장에 모인 여러분,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죽음은 생각보다 좋고, 아름답습니다. 소멸은 제가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p.72 이영주 명랑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만, 때론 실망스러운 모습도 보여줬을 테고 누군가에겐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겁니다. 한 줌의 모래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그 끝을 생각지 않고 살아온 것 같아 후회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작은 일에도 화내고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주워 담을 수 없는 수많은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p.77 김양미 신으로부터 삶을 선물 받아, 손에 주어진 패를 가지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남의 손에 든 패가 더 좋아 보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도 빼거나 더할 것이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옳았습니다. ---pp.107-108 구미정 한편이 있다는 믿음, 전적인 내 편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그 감각. 그 작은 것 하나가 사람을 얼마나 강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네. ---p.123 김성신 제 부고장을 쓰기 위해 마지막으로 이 방에 앉아 있다 보니 새삼 저의 삶을 이만큼 이끌어준 수많은 책과 작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p.138 정용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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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난 뒤, 나는 어떤 이야기로 남을까
열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을 전하는 『나의 부고장』 언젠가 우리의 이름 앞에도 ‘고인’이라는 말이 붙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나운서, 가수, 소설가, 시인, 변호사, 과학자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열 사람의 저자들이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며 직접 부고장을 썼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나열하는 대신 오래 마음에 남은 사람과 순간, 미처 전하지 못한 말, 후회와 그리움, 삶에서 끝내 놓지 못한 것들을 돌아보았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누군가는 먼저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낸다. 자신의 상처와 실패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이도 있고, 유머와 농담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도 있다. 그렇게 시작된 열 편의 부고장은 죽음에 관한 기록을 넘어,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들려주는 가장 내밀한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삶의 끝에서야 보이는 것들 자신의 부고장을 쓴다는 것은 죽음을 예행 연습하거나 아름다운 결말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이라는 먼 지점에 잠시 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일에 가깝다. 삶의 끝을 떠올리자 잊고 지냈던 사람들의 얼굴이 돌아오고, 사소하게 흘려보낸 순간들이 새롭게 보인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무엇을 사랑했는지가, 얼마나 멀리 갔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걸었는지가 마음에 남는다. 정지우는 자신이 떠난 뒤 남겨질 아이를 걱정하며, 장례식에 온 사람들에게 아빠의 좋은 모습을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자신의 글을 읽어준 이들을 한 사람씩 떠올린 뒤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잠시나마 제가 있어 다행이었나요?” 과학자 이정모에게 죽음은 단순한 사라짐이 아니다. 자연사박물관의 뼈와 화석이 오래전 생명의 이야기를 전하듯, 한 사람의 죽음 또한 기록이 되고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개체는 사라져도 그를 이루었던 물질과 정보, 말과 웃음은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남을 거라 전한다. 최백호는 어린 시절 강물과 저수지에 빠졌던 순간부터 낙뢰를 맞은 비행기에서 죽음을 예감했던 순간까지, 여러 차례 죽음과 맞닥뜨린 기억을 특유의 유머로 풀어놓는다. 그러고는 자신의 삶이 끝나는 날, 슬퍼하기보다 살아온 시간을 칭찬하며 박수를 보내달라고 당부한다. 누군가는 먼저 떠난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자신을 살게 한 책과 음악을 떠올린다. 저세상에서 만나고 싶은 작가에게 안부를 띄우는 사람도 있고, 죽음 이후에 통과할 관문을 상상하며 자신의 삶을 익살스럽게 변론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부고장』은 죽음을 다루지만 엄숙하거나 비장한 분위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편지와 회상, 농담과 과학적 사유를 오가는 열 편의 글은 죽음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과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들의 마지막 인사는 독자에게도 자신이 사랑해온 사람과 오래 간직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타인의 부고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읽는 이의 삶으로 조용히 건너온다. 장례식에 흐를 음악까지 담은 열 편의 마지막 인사 『나의 부고장』에는 각 저자가 자신의 장례식에서 들려주고 싶은 음악도 함께 담았다. 저자들의 글과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취향과 관계, 기억이 모여 그만의 장례식을 만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부고장』은 삶을 평가하거나 정리된 교훈을 건네지 않는다. 열 명의 저자가 각자의 기억과 관계, 기쁨과 상처를 솔직하게 들여다볼 뿐이다.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뭉클하며, 때로는 예상 밖으로 유쾌한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조용히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나의 부고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적히게 될까.’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은 어쩌면 삶을 이야기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열 사람이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마지막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각자의 삶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