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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가을 저녁 / 가뭄 / 거미 / 골짜기의 포장도로 / 공중 정원 / 교신 / 구멍 / 그래, 단 한번이면 족하다 /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 기러기 / 기찻길 옆 오막살이 / 꿈에 크게 취함 / 나무 베기 / 나의 여름 / 노천시장 / 대전 / 동물왕국 중독증 / 두더쥐 제2부 말 / 매미들 / 무서운 버드나무 / 목련 유감 / 물에 잠긴 스와니강 / 미인 / 붉은 고구마 / 밤 벚꽃 / 밥 푸는 여자 / 버스 잠깐 신호등에 걸리다 / 버즘나무 길 / 봄 밤 / 부전자전 / 비 젖은 숲에서 돌아와 / 빵집 / 뿔 / 서쪽 바다 / 생의 북쪽 제3부 소쩍새 울다 / 손공구 / 술병 빗돌 / 십년 뒤에도 호수에 가을비 / 쓸쓸한 길 /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어떤 갠 날 / 어제 밤 아무 일 없었다 / 여름은 끝났다 / 여름 도시 / 오늘, 쉰이 되었다 / 왕벚나무 숲에서 자전거 타다 / 이천년 숲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 임금 인상 / 입동 / 저녁길 / 주발 / 집, 사람, 소리 / 천수만, 석양 / 파란 불꽃 / 행복 / 화염 경배 발문/유용주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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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버드나무, 참새떼 들이마셨다가 뱉어낸다
회초리 가지 산들바람에 낭창낭창대다 해바라기씨 기총소사하듯 다다다다 뱉어낸다 아니다. 버드나무는 참새떼 한 번 빨아들일 때마다 꼭 한마리씩 삼키는 거다 옛 이야기 속 냇둑 산발한 여자 술 취한 남자 홀랑 벗겨 냇물에 떠내려보낸다는 무서운 버드나무, 참새떼 들이마셨다가 휘이익 뱉어낸다 아무도 모르게 봄날이 간다 --- p.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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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면우 시인이 두번째 시집으로 펴냈다.
이면우 시인은 지방 출판사에서 시집 『저 석양』을 간행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시단에 홀로 등단한 무명 시인이다. 그가 지방으로부터 서서히 알려지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빼어난 작품 때문이었다. 문단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그의 시가 『창작과비평』 『시평』지에 발표되면서 이면우 시인은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시의 특장은 서민들의 고단하고 진실된 삶 속에 있다. 또 문단 외각에 숨어 있었다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그의 시를 빛나게 하였다. 문단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한 시인이 그토록 진솔하고 깊은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시 작품의 수준이 문단의 부정적 요소와는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면우 시는 가정과 사업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보는 자연의 모습, 말 못하는 동물들의 삶과 죽음을 틈틈이 보아내는 눈이 밝다. 계속 응시하는 눈보다 훨씬 부드럽고 깊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눈에 비친 자연스러움에 어긋나는 병적인 요소들이 그의 시 속에서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 [골짜기의 포장도로]가 그런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왕국 중독증]에서는 처참한 적자생존을 읽어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고, 수작 [거미]에서는 거미줄에 걸린 고추잠자리를 거미와 함께 화자가 보고 있다. 삶의 긴장이 시의 긴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면우 시인은 가난하지만 "몸을 살았으므로 행복했다"고 말한 것처럼 세계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여유 때문에 이 시집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