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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와 엄마는 마음을 맞출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는 꿈이 있다. 귀여운 아기가 생기면 통통한 몸매를 강조해 주는 멜빵바지를 입혀야지, 겨울에는 예쁜 망또를 입히고 폭신한 부츠도 신겨야지, 서양화에 나오는 아기천사처럼 구불구불 파마를 시켜야지, 부분부분 염색도 해 줘야지……. 천하에 멋부리지 않기로 소문난 엄마라 하더라도 아기의 외양을 꾸미는 데는 좀 남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마련이다. 예쁘게 차려 입혀 놓은 아기를 보는 엄마들이란 그 얼마나 흐뭇할까. 하지만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라, 아기들은 엄마들에게 협조할 마음이 별로 없다. 옷 한번 갈아입히려면 달아나기 일쑤고 붙잡히고 나서는 빽빽 울기까지 한다. 난 그냥 이대로 편하다고요! 그런데 미용실에 가자고? 쓱싹쓱싹 머리를 깎는 동안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있으라고? 아기들은 엄마가 잘났든 못났든 상관하지 않는다. 잘 차려입었거나 말거나 멋진 머리 모양을 하고 있거나 말거나 무조건 우리 엄마가 최고니까. 마찬가지로 엄마 눈에 아기가 예쁜 것은 예쁜 옷을 입었다거나 머리를 단정하게 잘랐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우리 아기니까. 하지만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여운 우리 아기가 조금만 더 예쁘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들이여, 아기들에게 자유를 달라. 아기들은 과일물이 든 내복을 대충 입고 좀 길고 헝클어진 머리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단, 꼬옥 안아주고 예뻐해 줄 엄마만 옆에 있다면. 『머리 안 자를 거야』는 도미니크가 막무가내로 고집부리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아주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어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하고 한숨을 쉬면서도 이내 웃음 짓는 엄마의 눈빛을 닮아 있다고나 할까. 한편 길고, 짧고, 고불고불하고, 뻣뻣한 도미니크의 봉두난발을 표현하기 위해 거친 붓놀림이 살려 그린 그림이 활달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어 이야기의 따뜻한 어조와 묘한 균형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말뜻에 맞는 다양한 서체의 활자다. 길고 짧은 고불거리고 빳빳한 느낌은 기본, 살금살금 묻고 빽 소리치고, 잔뜩 긴장했다가 확 터뜨리는 듯한 느낌이 글자에서 전달된다. 타이포그래피만으로도 꽤 다양한 느낌을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이 새삼스러울 정도. 이제 막 글자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재미있어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