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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를 돌아보는 나선형 계단
신발장에서 사라진 범선 어떤 손수건 누드와 거울 본적 늙은 호박의 학명을 묻는다면 해발 680m의 굴뚝새 공룡의 마지막 탱고 K에게 보낸 e-mail 나를 돌아보는 나선형 계단 내비게이션 물방울의 춤 밤 9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목관 악기 2부 거울 앞에서 탈 쓰는 여자 봄의 소묘 겨울 몽타주 아득한 알타미라 동굴 빗살무늬 아내 통점의 저녁 뉴스 生의 주어를 찾다 판화처럼 사는 모래여자 A4 용지의 프로필 겨울 도마뱀 두부 북쪽 새 떼들 거울 앞에서 탈 쓰는 여자 갱부 노인과 그 가문 낙타 3부 비에 사람들이 젖다 달의 뒤편 녹등길 25-1 사람들 뚝섬을 지나 구로디지털역까지 단오별곡 백야, 까레이스끼의 아리랑 뭉게구름의 기원 암컷모기들의 축제 산 667번지 분수 성산포 은갈치 쉼표 없는 모정의 강 ‘비’에 사람들이 젖다 ‘비’에 사람들이 젖다 2 4부 집을 허물며 산다 연탄재 12월의 바캉스 음주운전 장미축제 조르바의 춤 주홍거미 쥐포 집을 허물며 산다 취화선 2 해우소 DMZ의 침묵서약 자목련 가시연꽃 2 삼겹살 집 환풍기 겨울 나비 용접공의 딸꾹질 자동차가 엎드려 받아 쓴 말 한 끼가 비어 있는 하루 전자공문 한양고물상의 史記 해설 박동규/표상과 의미의 혼재를 사물의 새로운 창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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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1. 누가 그 까닭을 물어본 적도 없거니와 그가 그 까닭을 말한 적은 더욱 없다 천둥오리 떼가 언 발로 한강을 건널 때부터라는, 고드름처럼 서 있는 지하철 사람들 숲에 끼어 “내 그림자가 밤(夜) 나무의 잎인가”라는 독백의 전설쯤으로 생각했다 이방인을 극히 경계하는 도시, 물렁한 어둠을 자꾸 뱉어낸다 단단한 가식이다 2. 노량진으로 간다 고층빌딩 속 미래는 만년 과장의 화석시대인 까닭에, 새벽마다 어물전 시장바닥을 유영하는 물이끼인, 시간이 멸종된 기록은 어떤 책갈피에도 끼어 있지 않는, 직선 먹줄 따라 걸어야만 하는, 영면의 잠 속으로 퇴각하는 늙은 군인들의 군화발소리에, 밤(夜) 나무의 잎이 될 수 없는 까닭에 학원으로 밤 9시, 3. 가족사 안쪽을 서성이며 목 메이던 누대(累代)는 떠나갔다 마감소인이 찍힌 아내의 젖무덤에 만발하는 패랭이꽃, 핵융합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폭발한다 철모를 눌러쓰고 철야기도를 떠났던 완행열차, 도시로 망명했던 누이 편물 짜는 소리 싣고 돌아온다 빨간 신호등이 우글거리던 지갑 속, 푸른 지폐들이 목회를 하고 있다 --- p.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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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섭 시인은 우리의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평범한 사물들을 통해서 그의 시에 담고 있다. 평범한 사물이라는 말은 그의 일상성에 매달려 언제나 그의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사물들이라는 뜻도 된다. 그는 이러한 사물들에 의도된 상상의 방법을 통해서 하나의 사물에 담겨진 굳어 있는 의미의 형태를 새롭게 포장하는 특별한 상상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 예이지만 그가 살아가는 강릉의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다와 다른 일상의 시야에 잡혀지는 수평의 선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다를 찾아 갔을 때 느끼는 놀라움과는 달리 그는 이 일상의 바다에서 수평을 벗어나 거품과 흔들림과 배와 그리고 일출과 노을의 변화를 찾아내고 이 변화의 발견을 통해 다양한 사물의 의미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에서 얻는 빠른 이해의 지름길을 따라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시적 환상의 세계를 추적해보면 두 가지의 큰 설정된 무대를 만나게 된다. 첫 번 째는 그의 시에는 수많은 은유들이 담겨 있다. 이는 오늘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일상에 젖은 손때 묻은 익숙한 것이기에 그의 의식에서 생겨나는 낯선 형상을 그려낼 수 없다는 전제로 해서 새로운 표현의 양식을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는 사물의 다양한 의미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서는 놀라움이라는 무대를 만나게 된다. 사물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밝혀내는 그런 무대이다. 둘째는 그의 시에서는 자아와 타자가 하나의 틀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가 기술하는 방식이 화자가 ‘나’라는 주제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의 관계에서 비롯하고 있다. 이 무대는 그의 다양한 표현기법이 주는 현란함 속에서 그만의 독특한 지적 상상의 충족을 맛보게 하는 것이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