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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세계
최악의 외계인 꿈틀꿈틀 장관 고로하치 항공 관절화법 이판사판 인질극 하늘을 나는 표구사 역자 후기 |
Yasutaka Tsutsui,つつい やすたか,筒井 康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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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SF 문학의 기수, 츠츠이 야스타카의 『최악의 외계인』에는 미지의 별 ‘맥맥’에서 파견된 케랄라와 지구인 대표 다케모토의 도무지 소통할 수 없는 절망적인 동거를 다룬 표제작을 비롯해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동안 발표해온 많은 단편 중 작가 자신이 직접 고른 작품으로 츠츠이 문학의 정수를 농축한 이 소설집은 2008년 작가정신에서 출간된 『최후의 끽연자』에 이은 ‘자선自選 뒤죽박죽 걸작 단편집’ 2권이다.
츠츠이 야스타카는 우리나라에는 유명 애니메이션의 원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SF뿐만 아니라 풍자, 세태, 유머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과격한 독설과 그로테스크한 묘사, 파격적인 내용을 다뤄온 괴짜이자 천재 작가다. 1970~1980년대 일본에 ‘츠츠이 붐’을 일으킨 그는 지금까지도 ‘츠츠이스트’라 불리는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 책의 수록 작품은 다음과 같다. 날마다 조금씩 기울어가는 해상도시의 웃지 못할 최후를 그린 「기울어진 세계」(1989),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경제산업부 장관과 그 비서관의 민가 방문기 「꿈틀꿈틀 장관」(1988), 펑퍼짐한 엉덩이에 젖먹이까지 업은 대책 없는 아줌마 비행사의 아찔한 이야기 「고로하치 항공」(1974), 온몸의 관절을 꺾어 대화하는 우아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사람 잡는 외교회담 「관절화법」(1977), 엘리트 샐러리맨이 인질범에 대항하는 방식이란? 「이판사판 인질극」(1975), 하늘을 날고 싶다는 황당무계한 꿈을 꾼 남자의 일대기를 담은 「하늘을 나는 표구사」(1972). 이처럼 무제한의 상상력과 신랄한 풍자, 환상과 유머가 종횡무진 교차하는 『최악의 외계인』은 츠츠이 소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밀도 높게 보여준다. “이 작가, 어쩌면 외계인이 아닐까?” 정상과 광기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간담 서늘한 맹독성 유머와 블랙코미디 우주적 상상력이 작렬하는 츠츠이 월드! 지구 밖으로 일탈하는 거침없는 상상력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츠츠이 야스타카지만, 일본의 SF문학 1세대로서 보여준 독창적인 작품들이 그를 거장의 반열에 놀려놓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SF를 통해 그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도 하거니와, 다른 세계, 다른 시각으로 인간사회의 요지경을 풍자하기도 한다. 표제작 「최악의 외계인」의 주인공 다케모토는 기지 내의 다른 요원들과 달리 알코올중독자도 아니고 자폐증도 아니고 살인마도 아니고 얼간이도 아니라는 이유로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지구인 대표로 선발된다. 주어진 임무는 맥맥인 대표 케랄라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알아내기 위한 일주일간의 공동생활인데, 문제는 케랄라의 사고와 행동에서는 어떤 패턴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케랄라의 언동은 분명히 상식을 벗어났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일리가 있고, 때로는 지적이기도 하고 문학적이기도 하며, 가끔 다케모토가 일부러 비상식적인 행동을 취할라치면 그때만큼은 꼭 지극히 상식적이 되어서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냐고 되물어서 그를 자기혐오에 빠뜨린다. 「관절화법」은 소리를 내서 말하는 것이 무례로 여겨지는 외계의 별 마장, 온몸의 관절을 꺾어서 소리를 내는 이곳에 대사로 파견된 지구인의 처절한 관절화법 습득기. 지구인의 관절을 가지고는 ‘배려심 있는 사람’과 ‘바보’, ‘미안합니다’와 ‘꼴좋다’가 구별되지 않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대사의 연설이라는 게 이런 식이다. “‘그 한 개의 장관이 방금 소개를 맡긴 그것은 이것 나 지구인 대사입니다. 나는 기뻐한다 이 별 온 것에 있습니다. 이것은 관계된 지구 마장의 한 개의 무역은 거기에서 대단히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왔으면 좋았던 것입니다…….” 폭주하는 난센스와 전복적인 유머 츠츠이 야스타카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해 점점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 이야기 구조를 꼽을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추함을 남김없이 까발려서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그 웃음이 갑작스럽게 공포나 불안으로 돌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기울어진 세계」의 배경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마린시티. 태풍이 지나간 후 어느 날, 대학교수 론리다니 닌테이는 도시가 남남서 쪽으로 2도 정도 미세하게 기울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다. 하지만 그와 앙숙인 데다가 이 도시 건설을 추진한 공로로 시장이 된 요네다 도모에는 이를 유언비어로 일축해버린다. 그런데 기울기가 점차 심해지자 병원에는 두통, 이명,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조금 더 기울자 추락사고와 내리막길 교통사고가 폭증한다. 그래도 사고의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한 공무원들. 하지만 하루하루 경사는 급격해지고 이 도시는 세기말적인 혼란과 패닉 상태에 빠져들어간다. 「꿈틀꿈틀 장관」은 중요한 협상을 끝내고 새벽녘에 숙소로 돌아온 경제산업부 장관과 비서관이 푸념을 늘어놓는 데서 시작한다. 문제는 바로 두 시간 후부터 각 부처 장관들을 만나 보고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 잠들었다가는 때맞춰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두 사람은 밤을 새우기로 하는데, 각성제인 줄 알고 먹은 것이 수면제다. 잠에 취한 그들이 초능력인지 염력인지를 발휘하자 이불이 저절로 허공에 둥둥 떠오르고, 독자가 당황할 틈도 없이 온갖 환각적인 장면과 선문답이 이어진다. 「이판사판 인질극」은 평범한 회사원의 일상적인 퇴근길에서 출발한다. 집 앞에 경찰과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기에 물어보니 탈옥수가 그의 집에 침입해 아내와 아이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것. 놈은 아내와 아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는데, 오고로고로의 부인이라는 표독스러운 여자는 남편을 설득해달라는 이야기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방송기자며 경찰이며 구경꾼들이며 하나같이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엘리트 샐러리맨의 폭주가 시작되고, 이야기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말을 향해 비약한다. 두 가지 비행, 익살과 골계의 줄타기 한편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단편은 특이하게도 ‘비행’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 편은 코믹한 상황과 희화화된 캐릭터로 철저히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는 데 비해, 다른 한 편은 에도 시대라는 배경 속에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오히려 현대사회를 비춰보게 한다. 소재는 같지만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어,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고로하치 항공」에서는 무인도에 대한 르포를 쓰기 위해 취재 차 치치 섬에 들른 나와 사진기자 하타야마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악천후 때문에 고립될 위기에 처한 두 사람에게 외딴 오두막에서 만난 농부들이 주민들만 애용하는 개인항공편이 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도착한 것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후줄근한 헬기, 게다가 조종사는 갓난아기를 업은 시골 아줌마다. “저기, 말이야, 자네 설마 이 비행기 탈 생각은 아니겠지?” 하지만 죽는 것보다 월요일에 지각해서 밥줄이 끊어지는 게 더 무섭다고! 한편 「하늘을 나는 표구사」는 에도 시대, 하늘을 날고 싶은 ‘새인간’ 우키다 고키치의 이야기다. 날갯짓을 연습하다가 주위의 비웃음을 산 소년 시절에 이미 자신의 꿈이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님을 깨달은 그는 밖으로는 표구장이 일에 몰두하면서도 남몰래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점점 발전된 날틀을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도를 관아에 들켰다가는 불경죄로 목이 잘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