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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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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Yamada,やまだ えいみ,山田 詠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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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이리로 와봐."
히토미는 쇠파이프 위를 어기적거려서 신타 옆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파이프에 문질러진 샅에서 미지근한 물이 스며 나온 것처럼 느낀 것은. 그녀는 당황했습니다. 또 오줌을 지렸나 생각한 것입니다. 신타가 눈치채지 못하게 손을 뒤로 돌려 치마 속을 슬쩍 더듬어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자 방금 전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세게 문질러봅니다. 온수의 온도가 조금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 온수가 샅에서 배 쪽으로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허리를 앞뒤로 살살 움직여봅니다. 그 묘한 느낌이 자꾸 퍼져나갑니다. 쇠파이프를 보니 녹이 슬어 있습니다. 이것이 독인지도 몰라. 그렇게 두려워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 모토코 오빠들은 벌거벗은 여자 사진이 실린 잡지를 돌려본다고 합니다. 벌거벗은 여자. 더욱 불가해합니다. 히토미가 치르는 의식에 벌거벗은 남자가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여자의 상상력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남자의 망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르구나! 알몸 사진이라니! 얼마나 현실적입니까. 거기서 떠오르는 기억은 예전에 들여다보았던, 아빠와 엄마가 한밤에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는 모습입니다. 알몸 사진은 진짜 여자가 없을 때 이용하는, 야구에서 말하는 대타 같은 걸까?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녀는 다시 궁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남자의 딸딸딸과 나의 소중한 의식은 전혀 달라. …… 알몸으로 하는 이런저런 행위들은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몸 자체에 주어진 상쾌함이 요만큼도 없는 것입니다. 치호의 말을 흉내 내면, 쾌감이라는 걸까요? 그것이 조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사람을 좋아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그런 진창에 몸을 던지는 듯한 공동 작업에 가담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자신과 선배를 비교해보면 그 좋아한다는 감정의 출처가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는 그녀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몸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릅니다. 그러면 마음 쪽에 무게를 두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아닙니다. 선배와 할 때 그녀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그 자리의 무대장치와 비슷한 무엇입니다. 입맞춤으로 시작하는 예의바름의 뒤에서 풍겨나는 유화물감의 야비한 냄새. 기우는 태양 아래 길게 드리운 이젤의 그림자. 미처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서 구르는 제복의 조개단추. 그 와중에 나지막이 흐르는 옛날 영화의 사운드트랙. 그런 것들에 마음이 흥분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좋아, 하는 생각은 그다음입니다. 이때도 마음이 끌리는 대상은 성적 쾌감을 주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몸 쪽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아아, 하고 왠지 미안해집니다. 익살스러울 만큼 일사불란한 그의 성기보다 무감하게 남아 있는 귀를 얼마나 성적으로 느꼈는지 모릅니다. 4711 향수의 오렌지 향을 풍기는 귀 뒤쪽이 그녀의 마음을 훨씬 더 쑤석였던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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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연애소설의 여왕",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와 비견될 만한 유일한 여성 작가". 솔직하고 대담한 표현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유명한 야마다 에이미의 작품 중에서 신작 장편소설 『학문』은 아름다운 문체와 서정적인 묘사로 새로운 경지를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소설에 대해 일본 문단은 "야마다 에이미의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말로 찬사를 보냈다.
아버지의 전근을 따라 도쿄에서 미루마 시로 이사 온 일곱 살 여자아이 히토미는 혼자 뒷산을 헤매다가 수수께끼의 소년을 만난다.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아 어디서든 무리의 대장이 되는 그의 이름은 신타, 그 밖에 사택 옆집에 사는 잠꾸러기 여자애 치호, 식탐이 많아 늘 간식 주머니를 끼고 사는 병원장 아들 무료와 히토미는 어느새 사인방으로 불리며 늘 붙어 다니게 된다. 4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각 부는 3년을 주기로 진행되어 사인방은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데, 이들은 자운영 꽃밭을 지나고, 술 냄새가 나는 도랑을 건너고, 뒷산에 있는 무덤가의 비밀 기지와 교실을 오가며 성장해간다. 이 소설에서 '학문'은 일반적인 공부와는 다르다. 스스로를 "욕망의 애제자"로 규정하는 히토미의 말대로, 각각 지배욕과 수면욕, 식욕 등을 상징하는 네 아이는 각자의 욕망을 실현하는 법을 배우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다. 특히 성에 대한 욕망을 대변하는 히토미는 신타를 만난 후 처음으로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쾌감을 발견하고, 자기 행동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 혼자만의 비밀 의식으로 감각을 단련해간다.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리송하고 가장 궁금한 학문에 매진하는 청춘. 이 과정에서 금기시되어온 여성의 욕망이 야마다 에이미 특유의 솔직한 문체로 표현된다. 일본 문단의 권위 있는 여성 작가가 그동안 말해지지 않은 여성의 내밀한 성을 다뤘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소녀와 여자를 위한', '가장 관능적이고 가장 서정적인' 성장소설이다. 난 욕망의 애제자야. 배우는 즐거움이 너무 많아. 무엇이든 배우고 익히면 그것이 바로 학문! 섹스에 대해 우리가 하는 이야기 "사람들은 '섹스'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자기 몸에 관한 이야기가 되면 다들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그것에 대해, 이 소설의 주인공 히토미는 순수하게 거침없이 탐구한다.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가 우연히 자기 다리 사이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을 발견하고, 그때 감지한 미묘한 쾌감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 애벌레 흉내를 내며 연습에 몰두하는 과정, 부모님의 "한밤중의 행복한 부부생활"을 목격하고 그것과 자신의 비밀 의식을 연결시키기까지의 혼란, 실제의 섹스와 환상을 구분하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확인해가는 과정이 과감하고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그동안 소년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많은 작가들에 의해 탐구되어왔지만, 소녀들의 성을 주목한 작품은 드물었다. 하지만 감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이 소설은 남자들의 성과는 분명히 다른, 여자들의 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놀라운 즐거움을 주는 그 무언가를 추구하는 소녀의 학문은 비밀스럽지만 생기 넘친다. 삶과 죽음, 그 가운데 있는 욕망의 역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사인방은 각각 성욕, 지배욕, 식욕, 수면욕을 상징한다. 덧붙여 무료의 여자친구인 당돌한 독서광 모토코는 지식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볼 수 있겠다. 사인방은 우정이나 연애, 어느 한쪽으로 정의할 수 없는 특별한 끈으로 묶여 있는데, 이는 더없이 끈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곧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들의 중심에는 "이 세상 전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신타가 있는데, 그는 모두에게 사랑받으면서도 늘 외로워 보인다. 히토미는 처음부터 그에게 끌리지만 단순한 남녀관계로 나아가고 싶지 않아 계속 머뭇거린다. 한편 네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며 세상을 배운다. 흥미롭게도 각 부의 첫머리에는 각각의 인물이 어떤 죽음을 맞았는지를 알리는 부고 기사가 실려 있다. 아이러니컬한 이들의 욕망과 죽음의 관계는 언제든 죽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이 삶임을, 그리고 청춘은 무지하고 미숙했던 덕분에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음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