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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소녀 제2부 배교 제3부 백지 제4부 떠나는 떠나지 않는 김지율의 시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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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구운몽 외 2편
사람들은 나를 구운몽이라고 부른다 구운몽이라고 하면 왠지 귓속말처럼 느껴지지만, 너도 알다시피 아직 오늘 밤이잖아 발꿈치를 살짝 들고 말할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밤이었고 충분한 밤이었고 들판에 가득한 밤이었어 너는 밤마다 젖은 구름으로 왔고 고양이 없는 웃음으로 왔고 때로는 눈보라 눈보라로 왔지 네가 사과 하나를 들고 똑같이 나누자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 졌어 오늘 밤 너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지만 호주머니를 잃어서 슬퍼 라고만 할게 너는 나를 구운몽이라고 부른다 네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검은 보자기라고 했던 것을 모른 척했으면 좋겠어 오늘 밤 구름 가까이 더 가까이서 너의 등을 두드리며 왜 신발을 벗었니 라고만 할게 그러면 구름 속에 있는 복사씨와 살구씨는 어떤 마음일까 나는 나를 구운몽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서 금방 해가 저물어 엄마는 구름을 낳고 여전히 눈이 두 개, 귀가 두 개였던 걸 제일 기뻐했어 그럴 때 너는 내 귀에 대고 말하겠지 귓속말 너머 귓속말 물고기 너머 물고기 구름 너머 구름 그리고 내 이름은 구운몽 너에게 해줄 이야기는 아직 많지만 커피엔 각설탕은 빼고 라고만 할게 우린 아직 아홉의 눈동자 아홉의 구름 그리고 아홉의 꿈 프리즈버드 ― 슬픔은 다른 온도를 가졌다 얼굴의 얼굴 밖으로 창문을 연다 모르는 얼굴과 계절들이 사라진 입구 어쩌면 더 빨리 끝날지도 몰라 밤중에 손톱을 깎으면 검은 새와 가까워진다 미안하다는 말은 새가 많다는 말 폭염은 리얼하고 혁명은 오래전의 일 그러니까 나무 속에는 숨을 수 있는 구멍이 많아, 컨테이너에서 죽은 남자는 아직 새를 모른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돌멩이에서 피 냄새가 난다 끝까지 눈을 감고 끝까지 귀를 닫고, 한 번 더 해봐 공기 속에는 비밀이 많아서 빈 곳의 벽이다 검은 밤을 날아가는 돌멩이 매번 다른 기도를 위해 숨을 참는 것을 프리즈버드, 라고 부를 때 흰 발을 보여줄게 가끔 구름이 들어왔다 나간다 조용히 혀를 대보면 슬픔은 다른 온도를 가졌다 이 모든 것이 폭설 때문이라 말하면 종이를 찢을 때마다 흰 새가 날아간다 이상한 호명 이 교실에선 언제나 내가 제일 조용해, 기다림이 새라는 걸 잊을 때도 있지만 닫힌 문은 기척이 없다 방금 누군가 잡은 손잡이는 따뜻하다 잠깐씩 보였다가 닿기 전에 움직인다 문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은 왜 모두 새가 되었을까 대답하는 사람이 없을 때 문은, 조용히 열린다 목구멍에 걸려 있던, 새를 문고리 안에 숨긴다 아직 따뜻한 숨을 쉬며 가라앉는 것들 아무도 없는데 문이 열린다 손바닥에 꾹꾹 눌러 쓴 이름들을 지우며 기침을 하면 토막토막 새가 튀어 나온다 손을 들면 까맣게 타는 눈 부르던 이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운동장을 다 지날 때까지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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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은 민감한 눈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예민한 귀의 소유자임을 ‘소리’로써 입증하는 시인이다. 김지율 시인의 기이한 발화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자리한다. 우리는 스스로 를 ‘구운몽’으로 칭하는 자와 대면하게 된다. 우리가 그의 시집에서 최종적으로 귀를 닫기 전에 들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 장철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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