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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시에 대하여 예술지상주의 시인은 모름지기 다시 시에 대하여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나의 시가 절망의 끝 이 겨울에 적막강산 돌멩이 하나 잣나무나 한 그루 밤 길 제2부 설날 아침에 악몽 내 나이 벌써 아기를 보면서 고집 고뇌의 무덤 한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그네 검은 눈물 황영감 집의 노래 용택이 마을에 가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서 동행 제3부 길 사상의 거처 숨막히는 자유의 이 질곡 속에서 고난의 길 노예라고 다 노예인 것은 아니다 굴레 동두천에서 남과 북이 패를 갈라 자유에 대하여 항구에서 혁명은 패배로 끝나고 아메리카여 아메리카여 아메리카여 제4부 똥 누는 폼으로 세상은 고이 잠들고 법 좋아하네 똥파리와 인간 도둑의 노래 토산품 별유천지비인간 흡혈귀 같은 놈 돼지의 잠 공부나 합시다 너는 총각 나는 처녀 모가지여 모가지여 모가지여 제5부 산에 들에 봄이 오고 세월 다시 그 방에 와서 봄날에 철창에 기대어 김병권 선생님 사람이 살고 있었네 마지막 인사 엉뚱한 녀석 안부 철창에 기대어 사랑의 얼굴 단식 발문/김윤태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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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강산
콕 콕콕 콕콕콕 새 한 마리 꼭두새벽까지 자지 않고 깨어나 일어나 어둠의 한 모서리를 쫀다 콕 콕콕 콕콕콕 이윽고 먼데서 닭울음소리 개울음소리 들리고 불그레 동편 하늘이 열리고 해 하나 불쑥 산너머에서 개선장군처럼 솟아오른다 --- p.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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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햇빛은 나무가지에 눈보라가 치고 삭풍은 철창에서 우는 곳 그곳에 겨울이 다가옵니다. 봄 여름 가을도 없이 한줄기 햇살도 스며들지 못하는 그곳에 겨울이 다가오면 북풍한살을 막아보겠다고 당신은 비닐판으로 철창을 가리고 종이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문틈이며 마루통이며 틈이란 틈은 죄다 막겠지요. 그리고 화로도 없거 인정도 없는 그 곳에서 영하 십도 이십도의 취위를 이겨 보겠다고 가슴에 미지근한 식수통을 껴안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느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을 새울지도 모르고요 부디 건강하세요 사슬 풀려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당신이 겪은 고난은 무익하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겨울에도 끝이 있는 법이니까요.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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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흔해빠진 아카시아 향기에도 넋을 잃고 촌뜨기 시인인 내 눈은 꽃그늘에 가려진 농부의 주름살을 본다 바닷가가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낙조의 파도에 사로잡혀 몸둘 바를 모르고 농부의 자식인 내 가슴은 제방 이쪽 가뭄에 오그라든 나락잎에서 애를 태운다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난한 시대의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구차한 삶을 떠나 밤별이 곱다고 노래할 수 없는 놈인가 --- P.16 <가엾은 리얼리스트>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