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제2부 제3부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옮긴이의 말 |
Gustave Fla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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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야위어갔다. 두 뺨은 창백해지고 얼굴은 길어졌다. 그녀의 검은 머리채, 커다란 두 눈, 곧은 콧날, 새와도 같은 걸음걸이, 게다가 이제는 항상 침묵에 잠겨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삶에 닿을 듯 말 듯 스쳐만 지나가는 것 같고 그 무슨 숭고한 숙명의 알 수 없는 표적을 이마에 새겨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 그녀는 동시에 너무나조 슬프고 너무나도 차분하고 너무나도 부드럽고 또 다소곳했기 때문에 그녀의 곁에 가까이 가는 사람은 마치 교회 안에서 대리석의 냉기가 서린 꽃 향기에 몸이 으스스 떨리듯, 그 어떤 싸늘한 매혹에 사로잡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같은 매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약제사는 곧잘 이렇게 말했다.
'대단한 여성이야. 군청에 데려다 놓아도 결코 빠지지 않을거야' 중류층 마누라들은 그녀의 검소함을, 환자들은 그녀의 예의바름을, 가난한 사람들은 그녀의 자비로움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녀는 탐욕과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 --- p.158 '난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하고 그는 말했다. 로돌프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샤를르는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꺼져들어가는 목소리로, 무한한 고통을 채념하는 어조로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심지어 그는 태어나서 여지껏 한번도 입에 담아본 적이 없는, 단 한마디 엄청난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게 다 운명 탓이지요' 이 운명을 인도한 당사자인 로돌프에게는 그 같은 처지에 놓인 사내가 하는 말 치고는 어지간히도 마음 좋게 들릴 뿐 아니라 우스꽝스럽기조차 했거 약간 비굴하게도 느껴졌다. --- p.502 |
현대 소설의 기념비를 세운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사실주의 소설의 시작과 동시에 그 완결을 이룩한 작품 카프카에게는 바이블, 누보로망 작가들에게는 교과서가 된 소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피가 몸 속에서 젖의 강물처럼 순환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아주 멀리, 숲 저 너머, 다른 언덕 위에서, 분간하 기 어려운 긴 외침소리가, 꼬리를 길게 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를르 보바리는 루앙 근처의 작은 마을 용빌에서 개업한 시골 의사로, 나이 많은 과부였던 부인이 죽은 뒤 엠마 루오라는 처녀와 재혼한다. 엠마는 농가의 딸로 루앙에 있는 기숙학교 에서 얼마간 교육을 받았다. 낭만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다 따분한 남편과 권태로운 시골 생 활에 질려 버린 엠마는 외도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결국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로 엄청난 빚을 지고 정부들에게 버림받은 엠마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빠진다. 통속적인 소재와 그에 따른 법정 소송으로 더욱 유명해진 『마담 보바리』는 ‘보바리즘’이라 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오늘날 이 말은 ‘과대망상’ 혹은 ‘자기 환상’ 등으로 그 뜻이 일반 화되었지만, 플로베르는 이 ‘보바리즘’을 통해 현실 자체를 변질시키고 외면하게 만드는 낭만 주의적 몽상의 본질을 유감없이 해부하고자 했다. 『마담 보바리』는 1857년 보들레르의 『악 의 꽃』과 함께 ‘현대(modern)’를 열어젖혔고, 이후 모든 문예사조,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아방 가르드와 구조주의에 이르는 예술의 도저한 흐름의 씨앗이 되었다. ▶ 먼저 플로베르의 꿈과 환상이 있은 후에, 말라르메와 조이스, 카프카와 보르헤스가 가능 했던 것이다. ─ 미셸 푸코 ▶ 플로베르에 이르러 글쓰기는 그 내용과 형식의 대립 자체가 사라진다. 글을 쓰는 것과 사 유하는 것의 차이가 사라지며 글쓰기는 어떤 총체적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플로베르의 문장들은 하나하나가 독립된 사물이 된다. ─ 롤랑 바르트 ▶ 나는 『마담 보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플로베르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담 보 바리』는 정녕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장폴 사르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