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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나무의 자세 13 손톱의 꿈 14 새벽을 기다리는 방법 16 봄, 2013 18 별을 보다 19 구두에 관한 회고 20 빨래 1 22 빨래 2 24 빨래 3 26 길 28 불빛의 흔적 30 모과 31 변명 32 play misty for me 34 청량리역 2번 출구 36 목련 이후(以後) 38 제2부 포도나무 41 비 개인 날의 제스처 42 수련 44 장마 45 맥주는 맥주다 46 초록의 좌표 48 봄비 50 웃음이 켜지던 오후 51 그늘이 붉다 52 봄길 54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다 56 엽서를 읽다 57 구름 58 먼 곳으로 돌아가다 60 봄을 터뜨리고 61 틈 62 제3부 생일 65 당신의 성묘 66 목련이 필 때면 67 빛들이 떠다니던 시절 68 옛집 70 못 박는 저녁 71 외출 72 삼월, 눈 74 공터에서 76 폭설 77 빈집 78 청량리 80 대화 81 이사 82 시간을 묵혀놓는 계절 84 최초의 초록 86 제4부 슬픔의 높이 89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다 90 다행(多幸) 92 엽서 94 남향(南向)으로 둔 화분 95 동백 96 붉은 生에 대한 회고 98 휴가 99 당신의 빈방 100 감기 102 병력기(病曆記) 104 다리 106 동물원 108 새들처럼 110 바흐의 단일 주제에 의한 변주곡 in D minor 111 門114 해설 | 부재중인 휴머니즘의 풍경들 115 진순애(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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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도 깊이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너무 이르거나 늦게 하루를 엿본 새들이 전선을 스쳐갈 때마다 툭, 툭 색깔을 떨어트렸다 무심코 계절을 읽던 오전의 바람도 나뭇잎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삐딱하게 내리꽂힌다 이른 아침이면 언제나 제 몸을 밝히던 것은 아팠거나 불편했던 기억들, 멀리 선 감나무 몇 그루 적막한 풍경을 접으며 뿌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 「나무의 자세」중에서 묵은 상처는 통증의 밀도로 견고해진다 정면을 감춘 생애는 모서리가 없고 적막할 때면 촘촘히 접힌 내력이 흔들렸다 혼자 밥 먹는 저녁에도 이렇게 기억은 저물고 오래 머물렀던 시절이 제 몸을 풀어 정적으로 남는 얼룩 부근, 묵은 향기가 낭자하다 소리 없이 제 몸을 비워야 완성되던 뒷모습도 한 줄 헐벗은 문장으로 아름다운가 --- 「모과」중에서 누가 내게서 오래 저물다 가는가 왼쪽 뺨을 스치며 찬바람이 지난다 별빛들이 자기 몸을 부수는 거란다, 할머니가 말씀하실 때는 빨간 석류가 담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계절이었다 마음이 선뜻 가지 못하던 자리에 유년의 이름이 곧게 내렸다 알 수 없던 날들의 반성이 엇갈리며 발자국들이 서성거렸지만 지금은 먼 곳에 젖은 종소리가 더 푸르렀다 저녁을 닫아거는 집집의 창문마다 남 몰래 켜지던 등불 그 붉은 자국들 ---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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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흐린 저녁은 늘 적막하다. 언제나 내 어눌한 삶의 왼쪽에 서 있는 아내와 아이의 사랑이 남 은 생의 적막을 따스하게 위안해줄 거라고 믿는다. 가족과, 시집에 자기 이름을 꼭 써달라고 조르던 나루네 논술교 실 아이들과 함께 이 시집을 읽고 싶다. 용미리에서 이 시집을 기다리고 계실 당신들과도…… 아이들은 즐거워할까?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 2019년 여름 박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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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시집은 내면의 목소리를 밀도 있는 사유의 세계를 통해 잘 담아내고 있다. ‘화해를 재배’하며 손을 내미는 정원사를 추구하며, 텅 빈 무게의 한때로 돌아갈지라도 어둠 속에 빛나는 소망의 눈빛을 키우는 일조자로서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생각이 젖어드는 날을 꿈꾸는 일이 세월을 이겨가는 발자국이 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그의 사유하는 방식이 감각적이고 이채롭다. - 권순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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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시인의 시들을 읽을 때면 나는 빛바랜 활동사진을 떠올리게 된다. 적막한 활동사진 속으로 겨울비가 내리고 길 잃은 희망들이 허름한 시간 위를 부유한다. 그의 시편들은 사라진,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엘레지다. 시인은 그 내밀한 삶의 기억들을 일일이 불러내 파스텔톤의 색조를 입혀 세상에 내놓았다. 2002년 등단 후 첫 시집이 나오기까지 참 긴 시간이 걸렸다. 오래 벗어두었던 구두를 신고 길 나선 시인의 첫 시집 상재가 그래서 반갑다. - 장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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