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가격
12,000원
10 10,800
YES포인트?
6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문학의전당 시인선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제1부
우렁배미 이야기 13/봄을 안고 울다 14/해룡송신소 철탑 16/위험한 녀석들 18/어부바 부바 20/연꽃을 기억하다 22/소멸 1 24/소멸 2 26/소멸 3 28/소멸 4 29/새가 그린 판화 30/파문(波紋) 32/날수를 계산하다 34/도마 소리 36/싹 38

제2부
자귀나무 41/꽃 따지 마라, 새야 42/멀구슬나무 44/목피(木皮) 46/종려나무 48/두루미목부작 49/매화 50/나는 화장(火匠)이다 52/수상한 날 53/바람을 만나다 54/서로서로 56/끝 57/생가 무너뜨리고 58/절정 60

제3부
일식 63/팥단자 64/뱀과 나 66/자장면 67/뼈들끼리 68/바지랑대 70/할망구 71/끈 72/사성암 74/가을 76/통곡 77/강씨녀(姜氏女)의 부엌칼 78/검무 80/월식 82

제4부
청명 85/유월에 쓴 묘 86/오래된 나무 88/잠 90/쪽샘 91/침묵 92/버섯에서 버섯으로 94/월현리 사람들 97/수락폭포 100/소나기 101/고원 독수리 102/민호에게 104/시월의 꿈 106

해설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107

저자 소개 1

충남 태안 남면 출생. 2011년 《시와사람》으로 데뷔. 시집 『뿔 없는 그림자의 슬픔』 『물소리를 밟다』 『갈대는 바다를 품고 산다』 『바람은 갯벌에 눕지 않는다』 『향단이 생각』 『국화는 뜨겁다』 산문집 『꽃잎에도 핏줄이 있다』 [화순문학상] 수상

정홍순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25*204*8mm
ISBN13
9791158968069

책 속으로

고라니와 왜가리가 다녀간
논바닥에 우렁이가 온몸을 밀고 있다
발자국 하나 두지 않고 온종일 기어간다
우렁이는 몸을 풀었다
웅덩이 근처에 빨갛게 알집을 붙였다
달빛 터지듯 새끼들이 조르르 흘러내릴
달맞이꽃 돌려놓던 이장네 논이다
산그늘 아래 우렁이는 한 무더기 새끼들을
여름 논에 두고 떠났다
삭갈이 하면 단번에 뒤집어질 논배미가
붉던 어느 날
통샘 앞으로 빨간 말뚝이 박혔다
얼마 후 파란 말뚝이 또 박혔다
그럴 때마다 왜가리가 역정을 놓았다
연향들 도시개발사업 기공식 날
버드나무 아래 엎어져 있는 왜가리
냇물에 깃털 풀어 넣는 몸에서
마지막 연두 그늘이 피어나고 있었다
― 「우렁배미 이야기」 전문


연향뜰이 연향들이 되었다
안마당보다 더 넓어서 수정한 들판은
기공식으로 개발을 알렸다
작년 가을 마지막 추수 때
콤바인과 트랙터 몇 대 들락거리며
서너 집 농사처럼 끝냈다
떨어진 나락을 기러기들이 겨우내 부지런히 먹었다
올겨울 다시 돌아와
고개 쳐들고 익다가 만 앵미
종일 뒤뚱거리며 훑어대고 있다
그들의 계획은 틀어졌다
누구도 나락을 뿌려주지 않는다
순천만 대대나 장산들과 다르다
순천만으로 합류하지 못하는 녀석들
경작금지 알림판 앞에서
조용히 가슴에 주둥이 파묻고 운다
봄을 안고 운다
끝나가는 겨울, 높은 날개가 필요하다
깃발 꽂힌 들판에 떠서
오늘도 몇 차례 선회하는가 싶던 화살은
북쪽 하늘로 줄줄이 박혔다
이별이 명중한 날
고향에서 부고장이 날아왔다
막내 처삼촌이 돌아가셨다고
― 「봄을 안고 울다」 전문


가림막으로 둘러쳐지고 있는 연향들

차일 치는 상갓집 같다
부산하게 꽃들이 움직인다
화분처럼 백일홍 반짝 떠서
굴삭기가 달려가고
조팝나무 그늘 파고 들어가는 사람들
한식(寒食) 맞추고 있다

나락은 나락같이 실해야
농사는 감동이 된다는 말처럼
48만 8,459㎡의 땅

북풍 몰아치는 길목
출입문 부서질 때마다
교회 밥 먹고 하는 일이 무어냐고
면박당하길 수차례
바람의 길목 새로 생긴다 해도
감동으로 부합할 결말이 의문스럽다

바람을 위하여
여닫이를 미닫이로 바꾸고 나자
유리창에 박는 새들의 판화
십자가 붉은 네온등 끄고 살아간다
더 이상 조등 걸고
들판 끝에 서 있을 수 없는 노릇

저만치 강판 울타리가 쳐지고 있다
― 「새가 그린 판화」 전문


빈 나뭇가지에 싹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봄은 아직 멀었는데
점등인의 성탄도 멀었는데
빈 나뭇가지에 눈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사마귀 눈 닮았다 해야 하나
꽃게 눈 같다 해야겠네요
그래도 그녀 입에서 튀어나오던
‘뭘 봐’는 아닐 겁니다
표독스럽던 눈 당신도 봐야 했는데요
독이란 방부제 쓰고 사는
‘그이’보다 못한 ‘그이’의 표정
나도 한없이 자유롭지 못한 몸에서
반질반질 곪아 터져야 하는
뾰두라지
몇 번이고 할퀴거나
물리고 싶은 싹수 떡하니 서 있습니다
― 「싹」 전문


직박구리가 날아온다
거침없는 비행만큼 그들은 두려움도 없다

꽃망울 터지는 앵두나무
해가 오르자마자 순식간에 점령한다

마을에서는 이름마저 찍새라고 부른다
몰려다니며 행패 부리는 애들처럼
양아치 정도로 부르고 있다

꽃 따지 마라, 새야

꽃 꼬투리 입에 물고 마구 흔들지 마라
앵두나무 심으며
얼마나 고대하던 봄이었던가를
너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앵두꽃이 필 때면 아이들은 커서
시집도 가고
장가도 가고
우리 서러움도 많이 피어나리라 하였다

꽃 따지 마라, 새야

서러움에 행패 부리지 말거라, 새야
― 「꽃 따지 마라, 새야」 전문

출판사 리뷰

[해설 엿보기]

공동체적 장소를 파괴하는 폭력적 상황 속에서 정홍순 시인은 절망하고만 있지 않다. 「꽃 따지 마라, 새야」에서 시인은 “꽃 꼬투리 입에 물고 마구 흔”드는 직박구리에게 “서러움에 행패 부리지” 말라고 말한다. 이때의 서러움은 다가올 봄에 대한 기대와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이별의 정조인데 이는 아이들이 “커서/시집도 가고/장가도 가”는 상황과 맞물리는 한편 그로부터 멀리 나아간다. 그것은 집을 떠나 새로운 장소로 구축해 갈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와 걱정뿐만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경험할 무수한 정동의 층위를 총체적으로 사유한 정조라고 할 수 있겠다. 서러움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도록 봄을 맞이하고픈 시인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무엇을 만나면 끝이 되고 완성이 되는지”(「바람을 만나다」) 알 수 없어 “생을 데우는 몸부림 앞에서/따뜻한 무늬 거두어 가는”(「나는 화장(火匠)이다」) 고통을 끌어안고 시인은 “더 푸른 하늘로 내몰려 보자”(「일식」)고 제언한다. 이 제언에는 “가을 배웅하고/겨우내 앓고 난 가지처럼”(「매화」) 꽃가지 사이로 꽃봉오리 맺는 생의 의지가 담겨 있다.

민둥산에 줄 띄워 놓고 잣나무를 심었습니다

어린나무들은 민둥산에 신세 많이 졌습니다

춤추는 산 꿈꾸며
어른들은 나무 심을 때만 해도
잣나무가 자라 잣 맺으리라 생각했을라고요

어느덧 어른들보다 훨씬 더 커서
민둥산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이제 산이 나무들에게 신세 지게 됐으니까요

산길, 산속에 있습니다
나무 사이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산과 나무 사연 모르고 있나 봅니다
신세 지고 사는 것 더 많으면서 잊었나 봅니다
― 「서로서로」 전문

저 생의 의지는 자기 본위로 홀로 만들어지거나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와 존재가 함께 어우러진 장소에서 상호부조의 방식으로 축적된 시간을 나눔으로써 발산되는 것이다. 나아가 장-뤽 낭시가 이야기한 ‘공동-내-존재(être-en-commun)’로서의 관계, 즉 타자와 목적 없는 나눔을 나누고 함께 있음 자체를 나누는 보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기대도 없이 “민둥산에 줄 띄워 놓고” 심은 “잣나무”가 알게 모르게 민둥산의 영향을 받아 자라는 것, 그리하여 민둥산을 몰라보게 달라지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산과 나무, 저 자연이라는 공동체의 양태를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은 그 무엇을 나눈다는 목적 없이 그저 함께 있음 자체가 되는 공동체로 늘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동체는 개별 존재의 고유한 내재성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바깥으로 나아가 타자를 마주하고자 한다. 마주함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의 실존을 나누는 일이다. 그로부터 우리는 산속 깊은 곳, 나무 사이에 산길을 내어 생의 의지를 북돋는다. 이처럼 우리가 공동체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 어떤 부정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내고 낯선 실재성으로 삶을 긍정할 수 있게 한다. ‘서로서로’ 마주하여 무위의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인 자연이라는 공동체, 이는 어쩌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인지도 모를 일이다. 정홍순 시인이 도시 개발로 파괴되는 순천 연향들의 모습과 그 안에서 삶을 잇고 있는 사람과 동물을 재현하는 이유도 이러한 공동체적 가치를 재정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이별, 신이 내린 선물이다.

셋째 날에
땅과 바다 헤어졌지만

사람들은
절연
또
절연

끝없는 노릇 꽃이 웃는다.

2026년 10월
정홍순

추천평

정홍순 시인이 지켜내고자 하는 공동체는 개별 존재의 고유한 내재성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바깥으로 나아가 타자를 마주하고자 한다. 마주함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의 실존을 나누는 일이다. 우리가 공동체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 어떤 부정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내고 낯선 실재성으로 삶을 긍정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정홍순의 저 오래된 미래의 꿈은 비록 가난하지만 넉넉한 품으로 안정과 영속에 값하는 공동체적 장소를 내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으로부터 시인은 존재의 시원이 되는 장소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가 그린 판화』는 정홍순 시인이 오래된 미래의 꿈으로 현재의 부조리에 절망하지 않고 삶의 의지를 고요히 다지는 시적 분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분투가 이끌 또 다른 미래를 같이 꿈꿔보자. - 이병국 (시인·문학평론가)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사락 별점0

혜택 및 유의사항

첫번째 별점을 남겨주세요.

첫번째 밑줄을 남겨주세요.

10,800원
총 1개 10,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