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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리뷰 총점7.2 리뷰 19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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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3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23g | 153*224*20mm
ISBN13 9788932013985
ISBN10 8932013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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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빈곤한 인간들
소설의 첫 몇 페이지는 단연 압권이다. 방안에 날아다니는 담뱃재와 고양이 오줌 자국이 얼룩덜룩한 침대보가 있는 쓰레기통 같은 집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대사를 주고 받는다. "돈이 없어." "그게 울 일이야? 젠장" 다시 한번, "그게 울 일이야? 젠장." 그들은 스키야키의 '달콤한 가쓰오부시 국물에 잠긴 표고버섯의 숨 막히는 향기'를 상상하지만 저런 상황에서 그것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더군다나 평화로워야만 하는 '일요일'에 '스키야키'를 제목으로 삼은 작가의 의도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모든 빈곤은 타인과 비교됨으로써 상대적이며 또한, 한번 그 늪에 빠지게 되면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절대적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빈곤'은 물질적 조건에서의 결핍만은 아니다. 정신적 육체적 상대적인 모든 '결핍'과 그것에 뒷덜미를 잡힌 채 살고 있는 인간군상들이 이 안에서 구물거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빈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마치 "그래 나 가난하다. 그래서 어쩌라구?"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의 이러한 '방임'은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빈곤에 대한 적의 섞인 체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수아 식의 독특한 인물설정이 눈에 띄며 이전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의 변신이 돋보인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서서히 가난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본래부터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들도 있지만 태어나자마자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있고 너무나 이른 나이에 가난해졌기 때문에 가난하지 않았던 때의 일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부유했던 시절의 일을 글로 써두었거나 그 시절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기억하기가 용이합니다. 가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굶주리는 가난입니다. 이것은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최근에 들어서는 자주 간과되기는 하지만, 가난이란 근본적으로 굶주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허기, 현기증, 두통, 구역질, 무기력증, 공허한 눈동자로 표현됩니다. 또한 반대로 뚜렷한 이유 없는 공격성이나 과도한 자기 집착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곧 가난의 성격은 더도 덜도 아닌 굶주림의 성격입니다. 설사 끼니를 거를 정도가 아니라 해도 역시 가난은 굶주림인 것입니다. 나에게는 긍정적인 의미의 가난이란 이미 순수한 가난이 아닙니다. 그런 가난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난은 단순한 불편과 수치를 넘어선 어떤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정서적으로 지배합니다. 인간과 그 아들과 그 아들을. 그러므로 굶주린 가난의 기억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부유하던 시절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입에 빵을 처넣어주어도 역시 게걸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괴로워하겠죠.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테니까요...... 그렇습니다. 나, 나는 지금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도저히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없습니다.
--- pp. 199∼200
그날, 스키야키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마(馬)의 아내는 입술을 깨물고 서 있다가 흑 하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마는 침대 곁의 쓰레기통에 담뱃재를 천천히 털면서 일어나기도 귀찮고 해서 고약한 냄새나는 재가 허공에서 부스러져 날리는 것만 바라보았다. 고양이 오줌 자국이 침대보에 얼룩덜룩했다.
"뭐야?"
훌쩍이는 꼴이 지겨워진 마가 한마디 했다.
"그게 울 일이야? 젠장."
마의 아내 돈경숙은 70킬로그램이 넘는, 그러나 살이 쪘다기보다는 건장하다고 하는 편이 어울리는 몸집으로 일부러 느릿느릿 세탁기 속의 빨래를 꺼냈다.
"그게 울 일이야? 젠장."
마는 다시 한 번 더 같은 대사를 중얼거렸다.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는 몸무게 55킬로그램의 빈약한 몸을 허덕거리며 돌아누웠다. 머릿속으로는 달콤한 가쓰오부시 국물에 잠긴 표고버섯의 숨 막히는 향기를 상상했다. 젠장, 그런데 돈이 없단 말이지.
"그리고 우리는 오늘 외출할 수 없어."
돈경숙이 번질번질한 콧물을 손바닥으로 쓱 닦으며 말했다.
"그건 왜?"
"내 유일한 외출복은 세탁소에 가 있고 구두는 밑창이 떨어진 것 뿐이야. 머리는 오랫동안 미장원에 못 가서. 봐, 미친년이 쑤셔놓은 실타래 같지. 이 꼴로 어떻게 외출하란 말이야?"
돈경숙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그녀의 젖가슴이 낡아서 너덜너덜 해어진 면 속옷 아래 비좁게 들어앉은 것이 보였다. 축 처진 아랫배의 살덩어리와 거기에 반해서 무서울 정도로 단단하고 탄력있어 보이는 불그스름한 허벅지가 속치마 아래로 언뜻언뜻했다. 그녀의 종아리는 그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짧고 가느다래서 우스꽝스러운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 가는 다리로 좁은 방안을 이리저리 어정거리며 마의 입에 물린 담배를 쓱 뽑아서 자기의 입술 사이에 끼웠다. 마는 불쾌해져서 한번 걷어차줄까 생각도 했지만 귀찮아서 생각을 바꿨다. 지금 돈경숙은 마에게 돈이 없다는 것을 시위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또 오늘 손님이 오기로 했어."
"손님이라니."
마는 좀 놀랐다. 누가 이따위 집구석에 손님으로 방문할 일이 있단 말인가.
"그러니 당신 옷이나 좀 입어. 그렇게 개구리 좆만 한 거 달고 어슬렁대지 말고."
"흠. 도대체 누군데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답지 않게."
마는 겨드랑이를 슥슥 긁으며 귀찮아 죽겠다는 포즈로 일어나 앉았다. 돈경숙의 말대로 마는 알몸이었고 돈경숙은 속옷 바람이었다. 마의 겨드랑이에서는 돈경숙의 사타구니 지린내가 풍겼다.
"당신 전처야."
"뭐야?"
"귀먹었어? 당신 전처가 오늘 방문하겠다고 전화했었단 말야."

"씨발년. 그걸 오라고 그랬단 말이야?"
드물게 마는 욕을 하고 화를 냈다. 마의 머리 속에서 긴장이 팽팽해졌다.
--- pp. 7∼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 전직 국립대학 교수인 ‘마’는 교통사고 후 장애를 겪고 전처와 이혼했다. 현재 엄청난 거구의 ‘돈경숙’과 재혼한 상태. 생활 능력을 상실한 마는 생계를 전적으로 돈경숙에서 의지하고 있다. 그가 즐기는 음식은 가쓰오부시 국물의 스키야키 요리.

2 만두, 소양 치즈
: 사고 이전의 마와 ‘박혜전’은 평범한 부부였다. 어느 날 박혜전이 집에 사들고 온 소의 위양이 들어간 만두를 먹고 마는 급채를 한다.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가 퇴원 후 어느 날, 집 근처 이발소를 다녀오는 길에 마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3 모계 사회
: 오로지 돈과 허울 좋은 남자에게만 관심이 있는 돈경숙은 무능력한 마에게 폭언과 구타 등 히스테리를 부리기 일쑤다. 그녀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전남편과의 사이에 둔 아들 세원이다. 다섯 살 때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피해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는 세원은 고등학교마저 중퇴한 채 하는 일 없이 엄아에게서 돈을 뜯어간다. 현재 세원은 수선집 딸 뚱땡이 부혜린과 몰래 사귀고 있는 중.

4 성(聖) 모녀
: 마와 돈경숙이 살고 있는 건물 1층에서 수선집을 열고 있는 ‘표현정’은 7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의 딸 부혜린과 함께 살고 있다. 젊었을 적 명동의 의상실에서 재봉사로 일하고 피팅 모델 일을 한 경력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갖고 있는 표현정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는 것은 ‘돈.’ 그녀에게 돈은 곧 ‘권력’의 상징이며 인생에서 모든 불가능한 것들조차 해결해줄 수 있는 영원불변, 절대 가치, 그것이다. 어머니 밑에서 전전긍긍하는 부혜린은 독립해서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에 취직하라고 부추기는 남자친구 세원 때문에 걱정만 쌓여갈 따름이다.

5 지식인의 초상
: 타고난 웅변가 체질인 ‘백두연’은 마의 대학동기이다. 모호한 사상을 펼치며 스스로의 웅변과 장악력에 도취되는 타입이다. 그는 마와 이혼하고 서서히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박혜전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6 눈의 여왕
: 백두연의 또 다른 대학 동창인 ‘음명애’는 눈에 띄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인스턴트 음식을 선호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백두연을 어설픈 지식인 흉내를 내는 사기꾼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녀의 애인 ‘우균’은 서른 살의 룸펜으로 음명애에게 경제적으로 기생하고 있다. 음명애의 남성 취향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응석이 강하고 자존심과 고집이 센 반면 현실적으로 미숙한 학교 우등생인 동시에 사회의 열등생에 가깝다. 그런 그녀가 우균에게 절교를 선언하던 날, 지하철 벤치에서 한 남자애, 세원을 만나고 그와 거래를 한다. 세원은 새들을 잔뜩 키웠다는 그녀의 집에서 야릇하게 풍겨나오는 침묵을 느낀다. 한편 세원의 갑작스런 잠적에 걱정과 우울증이 심해진 부혜린은 자꾸만 체중이 불어나고, 그런 그녀를 엄마 표현정은 단 것으로 달랜다.

7 두 마리 통통한 비둘기
: 막과 말리는 마와 박혜전 사이의 아들과 딸. 그들의 출장 탁아교사로 일하는 ‘진주’는 약혼자 ‘성도’와 둘만의 둥지를 갖기 위해 밤낮으로 돈을 번다. 허름한 부암동 골목에서 값싼 셋집을 구하러 다니던 중, 대학 시절 교수였던 ‘마’와 부딪친다. 예전의 모습은 온데 간 데 없고 입가로 줄줄 흘러내리는 침을 제어하지 못하는 그에게서 그녀는 도망치듯 떠나온다.

8 털 모델
: 특정한 직업 없이 자유기고가로 일하고 있는 성도는 대도시가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 비정형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기사를 위해 ‘털 모델’을 하는 한 여성을 만난다. 그녀의 최근 관심사는 ‘스키야키 식당 찾기’이다. 인터뷰 도중 우연히 부암동에 있는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이야기를 동시에 꺼내게 된다.

9 낯선 천국으로의 여행
: 진주와 성도의 친구인 배유은과 김요환은 9년 10개월 차 동거해온 딩크족 부부이다. 사랑하니까 결혼한다는 친구 진주를 결단코 이해하지 못하는 두 사람.

10 황견
: 배유은은 나태함은 부끄러움이고 곧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아이를 원함.
김요환은 겉멋 들린 인간. 출산과 양육에 반대.

11 강시
: ‘강시’라고 불리는 세탁소집 어린 딸 혜영이는 곧잘 어울려 노는 박혜전의 딸 말리에게 어른스러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며 이것저것 값나가는 것을 요구한다. 백동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강시가 혜영이를 연필로 내려찍으려는 찰나, 말리의 탁아교사 진주가 이를 목격한다. 결국 강시는 사디스트인 아버지에게 끔찍한 구타를 당하고 응급실로 실려 간다.

12 검은 하루
: 혼외정사를 마친 남자와 여자. 슬슬 서로에게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이 둘은 얼룩진 셔츠를 강시네 세탁소에 맡기고 돌아서면서 검게 흐린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을 만난다. 지하방에서 뚜렷한 직업도 없이 독서와 편지쓰기 등으로 소일을 삼는 한 남자는 두 사람분의 식탁을 준비하고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검은 하루를 기념한다.

13 그런데, 먹을 것 좀 가지고 있어?
: 무직(無職)인 ‘노용’은 하루하루 버려진 음식들을 찾아서 그것으로 연명하는 인간. 그의 배다른 여동생 ‘준희’는 인간에게 과거의 태생은 절대적인 배경이며 인격이나 삶의 양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주체의 자각을 두려워하는 노용에게 그녀는 단지 망상증 환자일 뿐이다.

14 나는 그냥, 낙서할 뿐이다‥‥‥
: 노용과 준희, 그리고 노용의 과거 여자친구 ‘김지선’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이들의 성장 배경이 드러난다.

15 콘트라베이스
: 성도는 김지선을 통해 노용을 소개받고 그를 인터뷰한다. 그의 목적은 자발적인 가난이나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삶의 형태를 취재하는 것. 극단적 나태함은 질병이고 범죄라고 생각하는 성도와 나름대로 가난을 누릴 권리를 주장하는 노용.

16 예비적 서문 - 슬픈 빈곤의 사회
: 어느 자선단체의 관리자 한과 계약을 맺고 빈곤에 대한 취재 글을 쓰는 성도는 여러 상황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빈곤에 의한 존재의 확인’을 목도한다.

17 오직 무참히 짓밟힌 인간
: 백두연의 삼촌은 전당포 주인(고리대금업자)이다. 그는 가난 때문에 편협한 지적 영역만을 체험한 자의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고집불통 인간이다. 그의 눈에 좋은 집안의 수혜자이자 지식인으로 비쳐지는 조카 백두연과 사고의 출발점이 다르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90년대 등장한 일군의 작가들-김영하, 백민석, 정영문 등- 가운데 단연 그 독특한 소설 쓰기로 자신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배수아의 소설은 흔히, 전통 문학사적 배경과 이데올로기를 비껴나 있는 다소 몽환적인 이미지, 건조함과 냉소로 가득한 문체로 특징 지워진다. 그 동안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채 일탈과 방황, 비정상적 상황에 처한 신세대 개인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들이 내뱉는 말과 몸짓 역시 어둡고 불온한 색깔을 입고서 파괴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그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하는 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문학과지성사, 2003)은 다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이미지에 치중됐던 그녀의 오감이 이번에는 뚜렷하게 보이고 들이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삶의 실체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환상적 이미지가 강한 배수아식 소설에 길들여져 있던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당혹스러움마저 던져줄 수 있다. 무엇보다 가난으로 얼룩진 일상, 그 병든 세계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데서 배수아 이전의 소설들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번 장편소설은 존재의 어둠과 불안이 잠식하는데 불가피한 요소인 ‘빈곤’을 주제로 무려 17개의 길고 짧은 에피소드가 연작소설의 형태를 띠고 펼쳐진다. 자칫 사건 전개와 등장인물 관계에 이렇다할 연관성이 없이 독립되어 보이지만, 부암동 허름한 골목길의 스키야키 식당 주변에 모여 살고 있는 인물들이 “빈곤에 무참히 짓밟힌” 존재의 비루함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엔 유식한 밥버러지(마), 허울 좋은 지식인(백두연, 음명애, 우균, 김요환), 돈을 절대가치로 삼는 가엾은 영혼(돈경숙, 표현정), 의식 없이 매일매일을 소비하는 아이들(세원, 털 모델)이 있다. 입가로 진득하게 번지는 침, 죽은 새가 남기고 간 베란다의 곰팡내와 왠지 모를 인물들이 뿜어내는 불안하고 음산한 기운은 전형적인 배수아의 소설로 읽게 하지만, ‘빈곤에 대한 보고서’를 위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취재하는 성도의 입을 빌린 배수아의 목소리는 이전의 작품들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작가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친절하게 비치기까지 한다. 메마르고 탁한 그러나 세련된 그녀의 문체는 여전하지만 인물의 외모와 성격을 낱낱이 묘사하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화로 집요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구성의 힘에서 조심스럽게 변형과 성숙의 맛을 익혀가는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짐작하게 한다.

어떤 시각으로 본다면 현재 빈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다. 그것은 더 이상 보편적으로 중요한 화제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를 말한다면 좀 다르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거나 혹은 직접 만자니 못한 사람에게서 빈곤을 읽었다. 가난을 겪은 사람이나 심지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 말고는 사람에게서 아무것도 읽은 것이 없다고 말할 수조차 있다. [……] 그러한 빈곤의 모습들은 이것을 쓰는 내내 나를 자극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터무니없는 욕심을 갖고 있기도 했는데, 빈곤과 마찬가지로 이 원고를 영원히 끝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_「작가의 말」에서

제발 타인을 위해 살라는 둥, 사람의 목적을 자아 이외의 것에 돌려보라는 둥 하는 말은 하지 마라. 그런 설득력도 없고 상투적인 문장에는 아주 신물이 나니 말이야. 아마 나는 아주 타락하고 싶다거나 성적으로 천박해지고 싶다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받는 문란한 생활을 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는지도 몰라. [‥‥‥] 그래, 나는 자유롭기를 원해. 나는 지적이지 않은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동시에 지적인 나 자신을 혐오해. 나는 거품이 많이 들어간 커피처럼 자극 없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아. _ 본문 중에서

경제적인 결핍으로 인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이 빈곤이라고 한다면, 견해에 따라서 상당히 다르기는 하겠지만 내가 인터뷰했던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내 글은 빈곤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확대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도 같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내 빈곤은 너무 많은 얼굴과 가면을 쓰고 인터뷰어의 등 뒤에서 어깨 너머로 나를 보면서 미소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완성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지고 있다. 빈곤은 스스로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점점 빈곤 아닌 다른 것의 이름을 차용하거나 데카당한 가면을 쓰고 있기도 하면서 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뒤를 쫓아가기가 힘에 부칠 정도였다. 나는 빈곤에 서서히 점령당하고 포로가 되어가는 자신을 느낀다. 결핍에서 유래된 온갖 부자연스러움이 이제는 친근하고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이것이 극단적이고 왜곡된 시각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_ 본문 중에서

회원리뷰 (19건) 리뷰 총점7.2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일요일에는 권하고 싶지 않은 소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꼼* | 2015.11.10 | 추천7 | 댓글7 리뷰제목
익숙함에서 멀어질수록 소설은 극과 극의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아주 좋았다거나 최악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말로 집약된다. 천명관의 소설 <고래>가 그랬고,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낯섦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중견작가로 성장했다는 점일 것이다. 소설가 배수아는 이들과 비교;
리뷰제목

익숙함에서 멀어질수록 소설은 극과 극의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아주 좋았다거나 최악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말로 집약된다. 천명관의 소설 <고래>가 그랬고,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낯섦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중견작가로 성장했다는 점일 것이다. 소설가 배수아는 이들과 비교하여 상당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세상에 들고 나온 그녀의 첫소설이 비록 낯설고 파격적인 것이었지만. 그러나 그녀는 지금 유행하는 소설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오직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하며 소설을 쓰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남아 있다. 고집스럽게도 말이다. 파격적인 소설로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대다수 작가들이 어느 순간 자신의 색깔을 잃고 그들과 동화되었던 점을 감안할 때 그녀는 분명 특이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일반적인 형식이나 구성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작품이다. 그것은 어쩌면 낯섦에 대한 이질감이 아니라 동일성에 대한 놀람으로 읽힌다. 예컨대 거울을 자주 보지 않던 사람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읽는 소설은 어느 정도 미화하고, 가지런히 정돈하고, 적당히 가지치기를 하여 실제 우리가 사는 모습에서 상당히 순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찌질한 모습 그대로, 한숨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그 느낌 그대로를 기록한다. 그것은 불편함이다. 객관화한 '나'를 대하는 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돈경숙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그녀의 젖가슴이 낡아서 너덜너덜 해어진 면 속옷 아래 비좁게 들어앉은 것이 보였다. 축 처진 아랫배의 살덩어리와 거기에 반해서 무서울 정도로 단단하고 탄력있어 보이는 불그스름한 허벅지가 속치마 아래로 언뜻언뜻했다. 그녀의 종아리는 그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짧고 가느다래서 우스꽝스러운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p.8) 

 

그렇게 시작된 소설은 줄곧 가난과 빈곤, 탐욕과 일탈의 그렇고 그런 모습을 비춘다. 어둠과 불안이 잠식된 존재의 구차하지만 질긴 삶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는 이 책에서 ‘빈곤’을 주제로 한 무려 17개의 길고 짧은 에피소드를 연작소설의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 사건의 전개와 등장인물간 관계에 있어 이렇다할 연관성이 없이 독립되어 보이지만, 부암동 허름한 골목길의 스키야키 식당 주변에 모여 살고 있는 인물들이 가난에 찌든 채 비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엔 유식한 밥버러지(마), 허울 좋은 지식인(백두연, 음명애, 우균, 김요환), 돈을 절대가치로 삼는 가엾은 영혼(돈경숙, 표현정), 의식 없이 매일매일을 소비하는 아이들(세원, 털 모델)이 있다.

 

"죄는 부모자식 됨에서 근원 되는 것이죠. 남자가 여자의 자궁을 피할 수 없음과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욕망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세속의 사람들이 이상을 구현할 수 없는 이유도 그런 욕망 아닙니까."    (p.61)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성도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빈곤에 대한 보고서’를 위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취재하는 성도는 가난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소설 속에서 마치 한 편의 논문을 쓰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것은 비록 작가 자신이 독자들에게 간절히 전하고 싶은 의도된 대목이었다고 할지라도 절정을 향해 치달아야 할 소설의 끝부분에 메마르고 탁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선명한 주장이 드러나는 산문 성격의 글을 배치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갑자기 의욕저하를 일으키도록 한다.

 

"곧 가난의 성격은 더도 덜도 아닌 굶주림의 성격입니다. 설사 끼니를 거를 정도가 아니라 해도 역시 가난은 굶주림인 것입니다. 나에게는 긍정적 의미의 가난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난은 단순한 불편과 수치를 넘어선 어떤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정서적으로 지배합니다. 인간과 그 아들과 그 아들을. 그러므로 굶주린 가난의 기억밖에 가지고 잇지 않은 사람들은, 부유하던 시절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입에 빵을 처넣어주어도 역시 게걸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나, 나는 지금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도저히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없습니다."    (p.199 ~ p.200)  

 

우리가 아는 빈곤은 타인과 비교됨으로써 상대적인 것이지만 또한, 한번 그 늪에 빠지게 되면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것이다. 이 소설에서의 가난은 물질적 결핍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핍'과 그것에 뒷덜미를 잡힌 채 살고 있는 인간군상들의 체념은 차라리 자신에 대한 방임에 가깝다.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극복되어질 수 없는, 제 몸뚱아리를 가난의 벽에 스스로 내던질 수밖에 없는 비극적 현실임을 말하고 있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은 일요일 한낮에 느긋이 읽을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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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줄 수 있다.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마***사 | 2015.06.15 | 추천0 | 댓글2 리뷰제목
      배수아정말 힘든 작가이다.그런데 이번에 읽은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은 배수아의 책 중에서 그래도 읽히는 책이다.그녀의 책들 당나귀들, 독학자, 에세이 책상,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북쪽거실, 알려지지 않는 낮과 밤, 훌,푸른사과, 올빼미의 없음.....읽으면서도  읽히지도 않는  책을 왜 붙잡고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그래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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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아

정말 힘든 작가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은

배수아의 책 중에서 그래도 읽히는 책이다.

그녀의 책들

당나귀들, 독학자, 에세이 책상,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북쪽거실, 알려지지 않는 낮과 밤, 훌,

푸른사과, 올빼미의 없음.....

읽으면서도  읽히지도 않는  책을 왜 붙잡고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

그래도 읽는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작가이기 때문이다.

뭔가를 말하고 있겠지 하고.

하지만 다 읽고 난 느낌은 허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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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스키야키 식당ㅣ배수아ㅣ문학과 지성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G***y | 2008.05.26 | 추천0 | 댓글2 리뷰제목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불편한 작가 배수아. 내게 배수아라는 작가는 한없이 매력적이면서 한없이 불편하다. 그리고 돌아서면 난 그녀의 이 불편함을 찾아 다시 그녀의 책들을 뒤적이는지도 모른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스키야키를 무척 좋아하는 나이기에 스키야키와 먼 연관이 있을까란 생각 했지만 웬걸. 상징적 역할도 없고 스키야키는 단지 전직 국립대학 교수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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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불편한 작가 배수아. 내게 배수아라는 작가는 한없이 매력적이면서 한없이 불편하다. 그리고 돌아서면 난 그녀의 이 불편함을 찾아 다시 그녀의 책들을 뒤적이는지도 모른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스키야키를 무척 좋아하는 나이기에 스키야키와 먼 연관이 있을까란 생각 했지만 웬걸. 상징적 역할도 없고 스키야키는 단지 전직 국립대학 교수였던 마가 혹은 돈경숙이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며 그들이 한번쯤 혹은 몇 번쯤 가본 맛있었던 음식점의 이름으로만 존재 한다.그 뿐이었다. 책의 등장인물들은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거쳐 갔지만 그들이 마주쳤는지 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럴지도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는 그러고 그런 장소. 그다지 큰 위치를 차지하지도 상징적 역할도 없는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이 제목으로 등장한 이유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처음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읽었을 때 난 마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전직 국립대학 교수이지만 어쩐 일인지 우연한 사고로 그의 지성은 무너졌고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착을 보이는 추잡한 인간으로 추락한 인물로 돈경숙에게 기생하는 비틀린 인간이 주인공인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비단 마뿐일까.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평범함과 보통의 삶과는 거리가 멀고 무언가 부족하고 비틀린 인간들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런 비틀린 인간들도, 그들의 남루한 삶도 아닌 '결핍'이었다. 책의 등장인물들은 단지 배수아가 생각하는 가난과 결핍이란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소재들에 불과했다. 물질적 결핍이 불러오는 물질적 가난과 남루함 에서부터 정신 적 가난이 불러오는 무기력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까지를 그려내면서 배수아는 가난과 결핍이란 것이 단순한 단어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질적 가난에서부터 시작한 그녀의 가난과 결핍에 대한 탐구는 확장 되어 정신적 결핍으로 이어지고 가난이란 의미를 한없이 확장 시켜 간다. 그리고 마지막 성도의 인터뷰를 빌어 가난에 대한 배수아의 말을 풀어낸다.

 

 경제적인 결핍으로 인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이 빈곤이라고 한다면, 견해에 따라서 상당히 다르기는 하겠지만 내가 인터뷰했던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내 글은 빈곤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확대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도 같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내 빈곤은 너무 많은 얼굴과 가면을 쓰고 인터뷰어의 등 뒤에서 어깨 너머로 나를 보면서 미소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완성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지고 있다. 빈곤은 스스로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점점 빈곤 아닌 다른 것의 이름을 차용하거나 데카당한 가면을 쓰고 있기도 하면서 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뒤를 쫓아가기가 힘에 부칠 정도였다. 나는 빈곤에 서서히 점령당하고 포로가 되어가는 자신을 느낀다. 결핍에서 유래된 온갖 부자연스러움이 이제는 친근하고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이것이 극단적이고 왜곡된 시각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_ 본문 중에서


 짧게나마 그녀의 책에 대한 첫 리뷰를 써본다. 몇권의 그녀의 책을 읽었지만 선뜻 그녀의 글에 대한 어떤 썰도 풀어내기 어려웠고 일요일의 쓰키야키 식당을 읽고 난 후의 나의 감정을 풀어 내기 위해 3번이나 다시 읽어야 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책은너무나 이질적이면서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리고 나의 그녀의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감정들은 나의 감정임에도 붙잡아 풀어내기 어렵다.   

 가장 배수아 답지 않지만 가장 배수아 다운 책 일요일의 스키야키 식당 을 읽고 나니 갑자기 배가 무척이나 고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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