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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

정소현 | 창비 | 2019년 08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14건 | 판매지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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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44g | 145*210*16mm
ISBN13 9788936438005
ISBN10 8936438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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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제52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예기치 못한 죽음, 혹은 미리 준비하거나 설정해놓은 죽음 앞에서 허덕이는 인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죽음을 직면한 인생의 비참한 현실과 외면하고 싶지만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삶과 죽음의 문제 앞에, 함께 하자며 손을 내밀어 주는 책입니다. "삶과 죽음이 펼치는 아름답고 차가운 이야기"

“그 알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도대체 난 인생을 얼마나 허비한 거냐.”

삶과 죽음이 펼치는 아름답고 차가운 그림자극,
오래 기다려온 정소현 소설의 품위 있는 귀환

삶의 어둡고 적나라한 민낯을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면해온 작가 정소현이 첫 소설집 이후 7년 만에 신작 소설집 『품위 있는 삶』을 들고 돌아왔다. 기발한 상상력과 우리사회를 꿰뚫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2019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을 비롯해 총 여섯편의 단편이 실렸다. 이들 작품은 각기 다채로운 이야기와 반전으로 한순간에 독자를 사로잡으면서도 종국에는 묵직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예기치 못한 죽음, 혹은 미리 준비하거나 설정해놓은 죽음 앞에서 허덕이는 인간을 다룬 이 작품집은, 우리의 삶 아래 묻혀 있던, 뒤에 숨어 있던, 외면하고 싶던 비참한 현실을 매끄러운 문장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낱낱이 드러낸다. “주변을 둘러싼 세계를 괴로울 정도로 정확하게 느끼게 될 것을 각오하고 읽기 시작”(정세랑 추천사)해야 할 이 소설들은, 어정쩡한 위로나 되다 만 공감 같은 것이 아닌, 지금 여기를 직시하게 하는 힘,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과거의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미래에 대해 무슨 약속을 했건 그건 잘 모르고 한 개소리야. 내가 살아보지도 않은 시간을 어떻게 알고 그랬겠어. 모르니까 무서웠던 거지. 그 알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도대체 난 인생을 얼마나 허비한 거냐.
--- p.45-46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이 복잡했던 날들을 생각했다. 차마 다 기억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그것들은 명백히 지나가버렸고, 기세등등한 위력을 잃은 지 오래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다행이라 말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 p.93

비참함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내게 남겨준 유품 같은 것이었다. (…) 사는 동안 나를 휩쓸고 간 수많은 감정 중 가장 강렬한 것이 비참함이었고, 빈방은 그 상징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 빈방을 채우기 위해 늘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맸으나 그것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 p.102

지수는 자신의 뺨에 와 닿던 지훈의 솜털과 한참 만에 돌아온 지훈의 땀 냄새, 둘이 함께 나누던 사소한 농담, 둘이 먹던 형편없는 식사, 둘이 앉아서 졸곤 했던 낡은 가죽소파, 그가 좋아했던 부드러운 무릎 담요를 떠올렸다. 그것은 그녀가 유일하게 속해 있던 아주 사소하고 구체적인 세계였다. 지수는 그 세계가 정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동시에 영원히 잃어버렸다.
--- p.191

젠장,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거야. 정말 열심히 했는데, 큰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내 이름값을 하고 싶은 건데, 왜 이렇게 운이 없는 거냐고. 사는 게 너무 무서워. 여기서 나가면 죽을 것 같아. 사실은 여기도 무서워.
--- p.22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살아 있어 다행이다.”
비참한 세계를 두 발로 딛고 버티는 힘


죽은 상태에 있는 「지옥의 형태」의 화자는,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계속해서 되풀이한다. 부모님, 친구들, 이후에는 남편과 딸에게까지 버림받았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화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영원히 돌고 도는 불행의 기억 속에 갇힌다. 화자는 학창시절 사랑받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으로 친한 친구의 안 좋은 소문을 지어내어 결국 친구가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 속 ‘화자’와 ‘친구’는 이어지는 작품 「어제의 일들」에서 ‘율희’와 ‘상현’으로 다시 등장하는데, 이 둘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얻어 잘 살고 있는 듯한 ‘가해자’ 율희는 불안, 질투, 자격지심 등 스스로 만든 지옥 속에 살아가는데, 자살 시도로 몸이 망가져 장애를 얻은 채 비참하게 살고 있는 듯한 ‘피해자’ 상현은 오히려 자신만의 단단한 내면을 갖추었다. 선생님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문, 그로 인한 따돌림과 자살 시도, 가족들의 외면은 상현에게 이미 지나간, “어제의 일들”일 뿐이다. 그림책 작가가 된 상현은 그림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고 비참해 보이는 현실을 두 발로 딛고 버티며 살아간다.

「엔터 샌드맨」의 지수는 폭발 사고로 건물 잔해에 깔리면서 친구는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폭발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지수와 지훈은 서로를 버팀목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끝내 함께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지훈의 죽음 이후에야 지수는 비로소 지훈과 함께했던 구체적인 현실, “사고 이후 처음 느낀 아주 명징하고 단단한 고통”을 실감한다.

“그러니까, 제발 나 좀 살려줘. 이쁜 내 새끼들아.”
어느날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서늘한 질문


「그 밑, 바로 옆」과 「꾸꾸루 삼촌」은 죽음을 다소 환상적인 방식으로 그린 소설들이다. 도시의 철거민, 노숙자, 실종자들이 모여 있는 땅 밑 마을 ‘개미촌’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견’은, 어느날 할머니의 죽음을 맞닥뜨린다. 죽은 할머니는 견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하고, 그것들을 하나씩 수행하며 견은 태생의 비밀과 할머니의 과거를 알게 된다. 그토록 꿈꾸던 ‘깨끗한 신축 아파트’에서 살 기회를 얻지만, 견은 자신이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존재, 자신이 안심하는 세계를 찾아 죽은 할머니 곁으로 돌아온다. 「꾸꾸루 삼촌」에서는 지하 음악실에서 곡 작업을 하며, 죽은 혼과 흡사한 ‘그것’들을 맞아주는 철완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풀이처럼 쏟아놓는 ‘그것’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위로삼아 들려주며 지내던 철완은 뜻밖에도 행방불명된 자신의 삼촌을 만나게 된다. 삼촌과 함께 지내면서 철완은 삼촌의 과거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표제작 격인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은 삶과 죽음에 대해 가장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치매를 앓았던 아버지를 겪었던 윤승은 인간다운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 ‘치매안락사 보험’에 가입한다. 일단 치매 판정이 내려지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조건의 보험인데, 치매가 진행될수록 윤승은 더욱 살고 싶어한다. 마침내 “제발 나 좀 살려줘”라고 외치는 윤승을 통해 독자는 윤리적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면하게 된다.
죽음을 다채롭게 변주하고 유려하게 다루는 『품위 있는 삶』은, “재난과 타자의 죽음을 빈번히 만나게 되는 우리 시대에 삶다운 삶이라는 이상에 우리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신샛별 해설)를 묻는다.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이지만 가장 난해한 문제, 외면하고 싶지만 결국 우리 곁에 존재하는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자꾸 들추면서 작가는 이 시간과 세계를 함께 견디는 우리에게 작은 손을 내미는 것 같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것은 부재하는 것들에 대한 책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언젠가 있다가 사라진 것이기도 하고, 애초에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그처럼 결이 다른 공동(空洞)들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묻는 기묘한 질문이 이어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망설이며 읽다보면 부재하는 것들이 사실 비어 있는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걸,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침범해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편편이 아름다운 그림자극에 가깝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소현은 소설과 현실, 삶과 죽음 사이에 드리워진 반투명한 장막에 어른거리는 존재들을 놀라운 솜씨로 다룬다. 한껏 현혹되어도 좋다. 그렇지만 위로 같은 것은 끝내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어정쩡한 위로나 되다 만 공감 같은 것은 일절 할 생각이 없다. 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예민하게 깨어난 감각수용체 아닐까. 주변을 둘러싼 세계를 한 부분도 얼버무리거나 뭉개지 못하고, 괴로울 정도로 정확하게 느끼게 될 것을 각오하고 읽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작가가, 어쩌면 그렇게 매끄러운 문장으로 까끌까끌한 것들에 대해서만 쓰는지 알 수가 없다.
- 정세랑(소설가)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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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품위있는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일**이 | 2021.12.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품위 있는 삶. 단권에 재록된 단편들을 모두 한데 모아 이르기에 이보다 적당한 제목이 또 있을까. 소설이지만 읽을수록 철학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태어나 죽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이다.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없고, 죽음 또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맞닥드리게 된다. 탄생은 이미 나에게서 멀어졌고, 죽음 또한 현실의 나에게는 조금 머나먼 이야기;
리뷰제목

품위 있는 삶. 단권에 재록된 단편들을 모두 한데 모아 이르기에 이보다 적당한 제목이 또 있을까. 소설이지만 읽을수록 철학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태어나 죽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이다.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없고, 죽음 또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맞닥드리게 된다. 탄생은 이미 나에게서 멀어졌고, 죽음 또한 현실의 나에게는 조금 머나먼 이야기 같지만 이유 없이 불현듯 나의 미래, 혹은 나의 죽음을 막연하게 상상하게 될 때가 있다.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110세 보험'을 읽으면서, 읽고 난 뒤에는 조금 심란하기도 했다. 다른 글 들 또한 굉장히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지만 글 자체는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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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도 죽기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20.12.25 | 추천4 | 댓글2 리뷰제목
 지금은 100세 시대라 하지만, 진짜 백살까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백살이 됐을 때 자신을 잊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일흔 여든도 참 먼 느낌인데 백살은 더 멀다. 난 백살까지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별일 없어도 우울하기도 한데. 큰 걱정도 없으면서 우울하다 하면 안 되겠지.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나도 모르는 바람이 마음속에 있는 건지;
리뷰제목

 지금은 100세 시대라 하지만, 진짜 백살까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백살이 됐을 때 자신을 잊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일흔 여든도 참 먼 느낌인데 백살은 더 멀다. 난 백살까지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별일 없어도 우울하기도 한데. 큰 걱정도 없으면서 우울하다 하면 안 되겠지.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나도 모르는 바람이 마음속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게 없어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덜 우울하려나. 나이를 먹으면 여러 가지를 덜 생각한다고 하던데, 내게도 그런 때가 찾아올지. 그때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른 마음은 생기지 않을지도.

 

 난 나중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산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고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야겠구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 그런 준비 말이다. 맨 처음에 나오는 소설은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이다. 이 소설은 지금이 아니고 앞날이구나. 2055년, 2058년. 그래서 110세였다. 지금은 100세 보험일지도. 나윤승이 든 보험은 집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집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거다. 윤승은 마흔까지는 노후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쉰이 되고 생각하게 됐다. 자식도 남편도 없고 믿을 건 돈밖에 없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윤승이 그랬던 건 아니다.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나윤승과 어머니는 아버지를 안락사시켰다(지금은 안락사 안 된다. 여기 나온 때는 지금보다 나중이다). 그 뒤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승은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는데 아이한테 사고가 나고 뇌사 상태가 되었다. 그때는 남편과 아들 호흡기 떼는 데 동의한다. 의사인 남편은 오지로 의료 봉사활동하러 가고 윤승은 일만 한다. 그러다 ‘품위 있는 사람-110세 보험’을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윤승이 만 일흔살이 되자 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집으로 음식을 해주러 사람이 오고 청소하는 사람도 온다. 윤승은 문화생활을 하고 즐겁게 산다. 하지만 여든이 되고 조금 이상해진다. 치매가 나타났다고 해야겠구나. 여든 넷에는 더 심해진다. 그렇다 해도 윤승은 즐겁게 산다. 보험회사에 앞으로도 보험을 한다는 동영상을 찍어 보낸다. 하지만 이 보험에는 치매증상이 나타나고 검사받고 치매 판정을 받으면 치매 안락사라는 특약이 된다. 윤승은 다른 것보다 그게 있어서 많은 돈을 내고 보험에 든 거다. 아버지와 자식을 죽게 한 자신은 즐거우면 안 된다면서. 보험을 들 때는 그랬지만, 여든넷이 된 윤승은 나아 보였다. 지난 일을 잊어서 그랬지만, 무엇이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치매라 해도 그때를 즐긴다면 더 살아도 나쁠 건 없지 않나 싶은데. 보험료도 냈으니 보험회사에서 돌보면 되는 거 아닌가. 소설 보고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내가 그렇게 된다면 살기 싫을지도. 아직 오지 않은 걸 벌써부터 걱정하는구나. 지금을 즐겁게 살아야 할 텐데.

 

 다음 소설 <어제의 일들>은 예전에 본 적 있다. 세번째 소설인 <지옥의 형태>와 이어진 소설이기도 하다. ‘어제의 일들’에서 상현은 고등학생 때 아이들의 괴롭힘과 괴로운 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머리를 다치고 기억을 잘 못하게 됐다. 상현은 자신을 돌봐준 간병인을 어머니라 하고 함께 살다가 어머니가 하는 주차장 일을 한다. 거기가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데 주차장이 생겨서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았다. 그래도 상현한테는 그곳이 가장 좋았다. 어느 날 오랜만에 손님이 오는데 그 사람은 상현을 알아보고 자신은 중학생 때 친하게 지낸 율희라 한다. 율희는 상현한테 자꾸 무언가를 주었다. 그리고 중학생 때 있었던 일도 말했다. 상현은 잊어버린 일을.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일들을. 상현은 처음에는 율희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걸 공책에 적었지만 곧 하지 않게 된다. 율희가 주는 물건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상현이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한 건 율희가 한 말 때문이었다. 난 율희가 상현한테 미안해서 이런저런 거 주는 건가 했는데, <지옥의 형태>를 보니 그게 아닌 듯했다. 율희는 상현한테 물건을 주고 자신한테 붙잡아두려한 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죽은 사람은 율희 같다. 율희는 자신이 딸이어서 부모한테 인정받지 못했다고 여겼다. 늘 마음이 바깥으로 갔다. 난 상현보다 율희와 비슷할지도. 나도 상현 같은 사람 부럽다. 뭐가 부럽냐면 혼자만의 세계에서도 잘 사는 게. 율희는 사람들이 다 자신을 떠난다 여긴다. 남편과 딸도. <지옥의 형태>에서 ‘나’는 죽어서도 그 기억을 되풀이한다. ‘나’한테는 그게 지옥이다.

 

 청계천에 정말 개미촌이 있었구나. 그러면 <그 밑, 바로 옆>은 예전 이야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청계천 복원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견이는 할머니가 죽고 땅속에 홀로 남았다. 할머니는 죽었는데 견이한테 삼촌한테 돈을 달라고 하라거나 어딘가에 찾아가라는 말을 한다. 할머니 말대로 했더니 견이는 진짜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와 동생도 만났다. 견이는 좋은 아파트에 살게 되지만 그곳은 추웠다. 견이는 다시 할머니한테 돌아온다. 그 뒤 견이는 어떻게 됐을지. 식구라 해도 오래 떨어져 살면 남이나 마찬가지다. 견이는 가난해도 할머니와 살 때가 더 따듯했겠지. <엔터 샌드맨>은 같은 사고를 겪고 살아 남은 두 사람 지수와 지훈의 이야기다. 지수는 친구 은하와 함께 있었는데 혼자 살아 남아 죄책감을 가졌다. 사고가 나고 살아 남은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겠지. 그런 두 사람이 오래 잘 지낼까. 처음에는 괜찮아도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것 같다. 그래도 친구로라도 지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마지막 소설은 거의 끝날 때쯤 반전이 기다린다. 삼촌과 철완(<꾸꾸루 삼촌>). 이 말만 쓸 거였다면 한번만 봐도 괜찮았을 걸 그랬다. 두번 봐도 잘 못 쓰는구나. 한국 단편소설은 늘 그렇다.



희선




☆―

 처음에 불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훗날 행운으로 바뀐 것이 꽤 있는 걸 보면, 살아 있는 게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일들>에서, 63쪽)


 “모든 게 화무십일홍인 거라. 후회하고 원망하고 애끊으면 뭐 해. 좋은 날도 더러운 날도 다 지나가. 어차피 관 뚜껑 덮고 들어가면 다 똑같아. 그게 얼마나 다행이야.”  (<어제의 일들>에서,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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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품위 있는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b*****7 | 2020.06.24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어떤 내용일까 제목을 정말 잘 지은것 같다. 단편 단편을 읽어 가면서 왜 품의 있는 삶이라 칭했는지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내 안에 무엇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해온 그것을 띵~ 건드리는 느낌은 뭘까. 그저 이야기를 풀어갈 뿐인데 나는 무엇을 느끼는지, 읽는 내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죽음...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은 또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가...;
리뷰제목

어떤 내용일까 제목을 정말 잘 지은것 같다. 단편 단편을 읽어 가면서 왜 품의 있는 삶이라 칭했는지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내 안에 무엇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해온 그것을 띵~ 건드리는 느낌은 뭘까. 그저 이야기를 풀어갈 뿐인데 나는 무엇을 느끼는지, 읽는 내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죽음...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은 또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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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1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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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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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 2021.12.26
구매 평점5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b*****y | 2020.07.08
구매 평점5점
제목 잘지었다.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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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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