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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대마왕 영훈이가 펼치는 네버엔딩 핑계 쇼!
영훈이는 숙제를 했을까? 안 했을까? 요즘 영훈이는 부쩍 학교 가기가 싫다. 친한 친구도 없고, 공부도 재미없는 데다 급식도, 흰 우유도 다 싫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홉 살이면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라며 깨워 주지도 않고 쪽지만 달랑 남기고 일하러 갔다. 결국 늦잠을 자게 된 영훈이. 방과 후에 받을 벌칙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영훈이는 무슨 핑계를 댈까 궁리하며 숨도 안 쉬고 뛰어 학교에 도착했다. 아뿔싸! 영훈이는 지각뿐만 아니라 숙제까지 안 해 왔다. 어제 분명 창민이가 숙제 없다고 했는데, 창민이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어 버렸다, 바보같이. 그런데 지독한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쓴 선생님이 영훈이에게 왜 숙제도 못 하고 지각을 했는지 발표해 보라고 한다. 서른두 명의 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영훈이를 쳐다봤다. 영훈이가 벌을 안 받으려면 무슨 핑계든 대야 하는데…….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손에는 땀이 나지만, 영훈이는 어제 하굣길에 있었던 일부터 차근차근 더듬어 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떠돌이 개 둥글이를 만난 이야기, 놀이터에서 혼자 시소 타는 아이를 만나 신 나게 논 이야기, 학원 다녀오자마자 배가 고파 힘겹게 라면을 끓여 먹은 이야기, 숙제를 하려고 할 찰나 위층의 쿵쿵 뛰는 소리에 화가 난 이야기, 진정하고 숙제를 하려고 하자 이번엔 10층 아줌마가 와서 뛰지 말라며 협박한 이야기, 10층 아줌마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 겸 게임을 한 이야기, 게임을 하다 보니 얼마 못 가 지루해졌고 이내 동생이나 누나가 없다는 외로움이 밀려 와 엄마를 원망한 이야기, 그리고 진짜 숙제를 하려고 하는데 낮에 놀이터에서 만난 여자아이가 자꾸만 생각나 한숨도 못 잔 이야기까지. 하지만 결국 숙제를 못 한 이유가 누구 때문도 아닌 바로 영훈이 ‘자신’ 때문임을 깨닫고, 잘못을 반성한다. 그리고 어느새 영훈이의 핑계 쇼를 즐기는 동안 하나가 된 반 아이들은 영훈이 편을 들며 선생님에게 봐 달라며 조르고, 영훈이는 귀까지 뜨거워지면서 감동을 받는다. 왜 여태 이런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을까 돌아본다. 그래도 선생님은 숙제를 안 해 왔으니 다른 뭔가를 보여 달라고 하고, 영훈이는 일기 쓴 걸 읽겠다고 한다. 그러자 반 아이들이 놀라며 수군거린다. 선생님까지 고개를 돌리고 웃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아이들과 선생님의 반응이 이런 걸까? 영훈이가 또 뭘 잘못한 걸까? “요리조리 둘러대는 핑계에도 다 이유가 있어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심리를 꿰뚫는 작가의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 아이세움 창작 동화 시리즈 ‘익사이팅북스’ 50번째 이야기 《숙제 해 간 날》은 아홉 살 영훈이가 늦잠을 자 지각을 하고, 친구의 거짓말에 깜박 속아 숙제를 못 한 이유로 친구들 앞에서 구구절절 핑계를 늘어놓는 재미난 이야기이다. 숙제 없다고 거짓말한 친구 때문에 숙제를 못 해 왔다고 바른대로 말하려는 순간, 지독한 감기에 걸린 선생님의 재채기에 변명할 시기를 놓쳐 버린 영훈이는 반 아이들의 맞장구에 넉살 좋은 입담으로 끝내 방과 후 벌칙을 면하게 된다. 또, 친한 친구도 없다며 학교생활에 재미를 못 붙여 갈팡질팡하던 영훈이는 그동안 몰랐던 반 아이들의 진면목을 발견하며 한데 어울리는 성과를 거둔다. 끝날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영훈이의 핑계 쇼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 통한 것이다. 다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서로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라는걸. 《숙제 해 간 날》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헤아리는 작가의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길거리를 떠도는 개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도 놓치지 않았고, 학원 가느라 바빠 정작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다는 한숨 섞인 아이들의 푸념도 적나라하게 풀어 놓는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층간 소음 문제와 외둥이들의 외로움까지도 세심하게 보여 준다. 짧은 동화 속에 어른들도 쩔쩔매는 사회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한참 이성에 눈 뜨는 아이들의 감성도 톡톡 건드리면서. 기성 작가 못지않은 능청으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박서진 작가의 힘을 받아, 자꾸자꾸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재기발랄한 김재희 화가의 그림은 이 작품을 더욱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끌어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