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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힘센 아이, 모란이
2. 이게 다 창귀의 짓 3. 호식당할 운명 4. 이름을 세 번 부른다 5. 왔다, 창귀가 왔다 6. 가야 할 길을 잃다 7. 흑호가 나타났다 8. 은혜를 갚는 거야 9. 깊고 깊은 구덩이 10. 제발, 제발 살아 줘 11. 창귀의 정체 12. 모란이 돌아왔다 13. 산신님, 나의 산신님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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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전 종이 되느니 차라리 산으로 가서 산적이 될래요.”
“무슨 그런 흉한 소리를 해. 네가 바라는 게 되어야지.” 모란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도 모란도 알고 있었다.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나면 제가 바라는 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혼인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걸. 모란은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나 아닌 누군가를 따르는 일이 종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단지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자의 뜻대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 p.13 창귀는 호랑이에게 먹혀서 귀신이 된 자였다. 창귀가 되면 항상 호랑이를 따라다니며 시중을 든다고 했다. 산 사람을 홀려서 호랑이의 먹잇감으로 바치는데, 호랑이가 다른 이를 잡아먹게 해야만 자신이 종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였다. --- p.18 “목숨은 하나잖아요. 제일 귀하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 가족은 살리고 싶어요. 제 주변 사람을 구하고 싶어요.” “그래서 국밥집 누렁이도 살렸느냐?” 할아버지가 웃으며 황매화 한 송이를 모란의 귀 뒤에 꽂았다. 모란은 활짝 웃었다. --- p.27 백호가 모란의 마음을 읽은 듯이 말했다. “넌 용기 있고 힘도 세지.” “내가?” “호랑이 입에 몸을 집어넣을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나? 호랑이를 잡기 위해 이 큰 구덩이를 팔 사람은? 제 운명에 맞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p.84 “맞아. 나는 더 이상 네가 두렵지 않아. 넌 그림자니까. 허깨비지!” 모란은 매일 구덩이를 팠다. 흑호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호식당한다는 운명에서 도망치고 싶은 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흙을 한 움큼씩 깎아 낼 때마다 마음 안에 쌓였던 불안도 한 움큼씩 덜어졌다. 흙을 한 움큼씩 밖으로 던져 버릴 때마다 마음 안에 들끓던 두려움도 줄어들었다. 그 깨달음에 모란의 마음은 한껏 단단해졌다. 무엇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그러나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조차 허깨비와 부질없는 씨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난 이게 내 꿈속인 것도 알아챘어. 내 마음대로 이 꿈에서 깰 수 있다는 것도!” --- p.100 모란은 대답 대신 백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안았다. 모란의 손안으로 백호의 피가 흘러내렸다. 모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란은 힘없이 늘어진 백호를 조심히 눕혔다. 그리고 피가 묻은 손으로 제 얼굴의 눈물을 닦아 냈다. 그러자 얼굴에 스민 열기 위로 무늬가 생겼다. 마치 살아 있는 강인한 호랑이의 수염과 같은 얼룩이. --- p.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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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자가 ‘창귀’가 되어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해 호랑이에게 제물로 바친다는 설화가 있다. 호랑이에게 먹힐 운명을 타고난 여자아이 모란이에게 찾아온 창귀는 오라버니 보현의 목소리로, 죽은 이웃 개똥이의 목소리로 밤마다 모란이를 부른다. 모란은 의녀가 되어 아녀자들을 살리겠다는 꿈을 안고, 자신을 시집보내려는 가족과 여자아이라서 차별받는 운명에 맞선다. 하지만 창귀는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모란이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결국 모란이는 살고자 향한 산속에서 산신 ‘백호’를 만나 창귀와 흑호를 꺾을 방법, 나아가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는 길을 하나씩 배워 나간다. 과연 모란이는 창귀의 부름에서 벗어나, 호식당할 운명과 조선 시대 ‘딸’에게 씌워진 운명을 끊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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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이 집안을 지키세요. 나는 나를 지킬 거예요!’
시대와 운명이 정한 길이 아닌, 자신이 정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뜨거운 이야기 모란이는 꿈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쓸모 있는 딸’로 인정받는 것, 치료받지 못하고 죽은 언니 같은 사람이 없도록 의녀가 되어 더 많은 여인을 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 여자들은 제대로 공부할 기회는커녕, 자신의 꿈을 펼치기도 어려웠습니다. 어른들이 모란이에게 바라는 모습은 그저 착하고 순종적인 딸일 뿐이었지요. 모란이는 의술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는 공부를 시키지 않습니다. 심지어 모란이가 호랑이에게 먹힐 팔자라는 말을 듣고는, 오라버니 보현의 출셋길을 막지 말라며 서둘러 멀리 시집보내려 하지요. 그제야 모란이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일구겠다고 결심합니다. 모란이는 사회적으로는 조선 시대 ‘딸’에게 정해진 역할에서 탈피하고자, 운명적으로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팔자에서 벗어나고자,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여성임에도 의술을 배워 의녀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창귀는 그런 희망을 짓밟듯 꿈속까지 찾아가 모란이를 괴롭힙니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고통받다 마침내 산으로 향했을 때, 모란은 산신 ‘백호’를 만나 뜻깊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호랑이를 삼킨 아이, 모란이』는 전통적인 규범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모란이는 두려움 속에서도 부당한 규범과 주어진 운명에 맞서고, 자신의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 줍니다.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온갖 금기에 시달리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모란이의 모습은, 자기 결정권과 스스로에 대한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합니다. 또한 백호를 만나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모란이를 통해 삶이란 믿음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선택했을 때 더 빛이 난다는, 오래 곱씹어 볼 만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된 어린이가 긍정적으로 성장해 가는 눈부신 성장 서사 모란이는 세상의 규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지요. 그렇다고 자기 마음만을 우선하지 않습니다.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늙은 누렁이를 외면하지 않고 지키려 하고, 치료받지 못하는 여인들을 위해 의녀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호랑이에게 먹힐 팔자를 타고났음에도 다친 백호를 끝까지 도우려 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다정한 마음이 선한 선택을 몇 번이고 이끌어 냅니다. 시대와 운명이 모란이를 벼랑 끝으로 내밀어도, 모란이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습니다. 『호랑이를 삼킨 아이, 모란이』가 전하는 가치는 성별과 시대를 뛰어넘습니다. 호랑이에게 먹힐 팔자라고, 여자아이라서 안 된다는 주변의 낙인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와 타인을 향한 연민, 공동체의 책임을 잃지 않는 모란이의 태도는 무척이나 눈부십니다. 쉽게 꺾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씩씩한 모란이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뜻깊은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