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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하나 이야기 7
2. 오수영 이야기 35 3. 김현성 이야기 59 4. 왕호찬 이야기 83 5. 신효재 이야기 113 에필로그 140 작가의 말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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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이와 자주 눈이 마주쳤고, 그때마다 현성이는 웃고 있었다. 현성이가 웃을 때, 몇 번은 나도 같이 웃었다. 현성이의 웃는 얼굴이 그냥 좋다. 함께 웃어서 기분 좋은 건 우리 반 남자애들 중 현성이가 유일하다. 현성이가 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 p.9 “선생님도 너희만 했을 때 어른들이 마시는 커피 맛이 어떤가 하고 몰래 마셔 봤거든. 쓰기만 하고 맛이 없더라. 이걸 마시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 됐어. 하지만 지금은 커피의 매력을 알았지. 사람도 사랑도 다 다르잖아. 커피가 사랑의 맛 같다고 한 건 괜히 한 소리가 아니란다. 커피는 쓴맛, 신맛, 단맛 등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고, 어떻게, 언제 마시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나거든. 누가 커피를 내렸느냐에 따라 맛과 향도 다르고. 신기하지? 너희가 내린 커피는 어떤 맛일까?” --- p.17 6학년에 같은 반이 된 건 하늘이 준 기회 같았다. 내 마음을 전할 마지막 기회. 다른 중학교에 배정되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좋아한다고 말도 못 하고 졸업하면 내 마음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건 너무 슬프다. 더 늦기 전에 말해야 한다. 짝사랑도 사랑이라면 현성이가 나의 첫사랑이다. 현성이가 접어 준 노란 미니카를 타고 현성이에게 달려갈 수만 있다면. --- p.39 ‘현성아, 왜 안 와?’라는 톡을 썼다 지웠다. 다른 사람한테는 쉽게 보낼 수 있는데, 왜 현성이한테는 쉽지 않을까? 다른 애한텐 잘도 말하면서 왜 현성이한텐 안 될까? 인사 정도는 해도 되는데, 왜 그것도 못 할까? 하나는 남자든 여자든 인사도 잘하고 말도 잘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용기가 없는 걸까? 좋아하니까……. 좋아하니까 아무 말도 못 하는 거다……. --- p.54 하나에게 첫눈에 반하고 나서야 그 말을 믿게 되었다. 그날부터 내 눈엔 언제나 하나가 가장 먼저 보였고, 안 보이면 찾게 되었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는지 하나 목소리만 들어도 하나가 어떤 표정일지 알 것 같았다. 하나가 내 뒤나 옆에 있어도 보이는 신비한 능력이 생겼다. --- p.66 수영이가 나를 좋아해서 하나는 나를 좋아할 수 없다니!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수영이가 좋아질 리가 없는데, 좋아하는 마음 방향이 어긋나 버렸다. 전류가 흐르긴 하는데, 연결이 잘못되어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수영이의 무심했던 얼굴이 생각났다. 수영이도 어쩌면 마음을 정리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어느새 다 쓴 건전지가 돼 버렸다. --- p.80 주전자로 동그라미를 그리니, 운동장에 글씨를 쓰던 때가 생각났다. 하나 이름을 쓸 때도 동그라미를 그렸다. 망치지 않으려고 막대기로 미리 그려 놓은 다음, 빈 병에 담아 온 물을 그 위에 따라 그렸다. 내 고백을 받아 주기만을 기대하며. 물이 가득 든 페트병이 무거운 줄도 몰랐다. 그런데 이 주전자는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팔이 덜덜 떨렸다. 뛰면서 빨리 그린 동그라미는 힘든 줄 몰랐는데, 드리퍼에 그리는 작은 동그라미는 그리기 어려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몰아붙이다 고백을 망친 게 아닐까?’ --- p.93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르는 하나가 좋았다. 하나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화려한 고백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땐 왜 성공할 것만 생각하고 멋진 이벤트만 생각했을까? 적어도 하나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 고백했어야 하는데, 나는 준비가 하나도 안 되었던 거다. 제길, 이름도 하나. 아, 하나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통스럽다. 그런데 하나도 나 때문에 고통스러웠다니……. 고백에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 고통이 숨통을 조여 온다는 것도. --- p.99 나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나는 달리기에서 누구한테 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달리는데도 웃음이 났다. 첫사랑이라는 말이 이제야 실감 나는지, 온몸이 간지러워 웃음이 자꾸 밀려 나왔다. --- p.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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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랑해, 널 사랑해, 5! 오늘은 말할 거야.
6! 6학년 교실에서 널 만난 건 7! 럭키야! 6학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채하나. 언젠가부터 같은 반 김현성이 하나의 마음속에 살며시 들어온다. 하지만 항상 붙어 다니는 절친 오수영이 현성이를 오래전부터 좋아해 왔다고 먼저 말했기에 하나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엉뚱하고 눈치 없는 같은 반 친구 왕호찬이 반 친구들 앞에서 ‘숫자 송’을 ‘하나 송’으로 개조해서 부르며 하나에게 공개 고백을 한다. 당황한 하나는 일단 호찬이의 고백을 무시하지만, 다음 날 아침 운동장에 대문짝만 하게 ‘호찬♡하나’를 써놓고 꽃다발을 내민 왕호찬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꽃다발을 내동댕이치는데 ……! 꼬일대로 꼬여 버린 사각 관계에서 과연 하나의 선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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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그 애가 보였고
지금도 그 애만 보인다. 그 애는 잘 웃는다. 나처럼 생각과 말을 우물쭈물하지 않는다. 나도 용기를 내서 속마음을 말하고 싶다. 좋아하니까 닮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같아서 괴로울 줄이야. 우리가 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연예인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좋아하는 남자애는, 휴! 같이 좋아할 수도 없다." 흔한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안 흔한 우정’과 ‘특별한 사랑’ 『고백시대』에는 네 명의 중심인물들이 등장한다. 6학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채하나, 하나의 오랜 단짝이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질투와 열등감을 느끼는 오수영, 수영이와 하나 두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김현성, 그리고 철없는 고백으로 친구와 부모님 모두와 크게 갈등하는 위기의 왕호찬까지. 같은 반 아이들인 이 네 명은 모두 각 챕터의 화자가 되어, 좋아하는 마음들이 얼키설키하게 꼬이고 만 희대의 ‘학급 고백 사건’을 각자의 시선으로 경험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쌓아 간다. 미숙하고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욱 미워할 수 없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 모두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4인방의 다사다난한 사랑 이야기 외에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같은 반 친구 신효재, 박헌재의 이야기도 『고백 시대』에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나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통스럽다. 그런데 하나도 나 때문에 고통스러웠다니……. 고백에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사람과 사람 간의 감정, 예의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이별을 통보한 것에 격분하여 짝사랑하거나 교제하던 상대방에게 폭행을 가하고 끝내 살인까지 이르는 사건들이 최근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정이립 작가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해지는 이런 폭력 사건들에 충격을 받아 『고백 시대』를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 마음이 소중하듯이 거절한 상대방의 마음도 소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잊고 그저 내 마음이 다친 것을 못 견디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작가가 전하는 ‘거절당하는 용기’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또한 사춘기 시기의 가족, 친구 관계에 있어 쉽게 생길 법한 질투나 외로움, 따돌림 같은 여러 불완전한 감정들을 다룬 이 작품은 불완전하고 부족하기에 누군가가 좋아지고, 그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쟁취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로 인해 좌절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음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필통에 넣어 둔 빨간 미니카에 자꾸 눈길이 갔다. 미니카가 필통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들어온 것 같았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감각적인 묘사와 구성 “난 느리고 어려운 게 좋아. 조금 복잡해도 과정마다 소리와 냄새가 다른 게 마치 사랑의 맛이랄까?” ‘당장이라도 버리고 싶지만, 롤리팝 사탕이 내 짝사랑을 닮은 것 같아 버리지도 못했다.’ ‘구멍을 찾을 수 없는데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내 마음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수영이도 어쩌면 마음을 정리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어느새 다 쓴 건전지가 돼 버렸다.’ 『고백 시대』를 읽다 보면 감각적인 비유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비유는 독자들이 대상의 이미지와 감정들을 보다 선명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고백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장은 채하나, 오수영, 김현성, 왕호찬, 신효재, 각기 다른 화자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러한 교차 서술은 사건의 이면을 자연스럽고도 생생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사건 전개 속도를 조절하는 완급 역할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데, 정이립 작가는 노련한 필력으로 그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흔한 시작이 흔하지 않은 우정과 특별한 사랑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다툼, 질투, 자괴감, 외로움, 후회, 따돌림과 같은 갈등 요소들을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네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봉합할지를 끝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