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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죽지 않는 속도_최정화 에버 어게인_조우리 연수에게_김지숙 외두_지혜 N분의 1을 위하여_박하령 휴일_최진영 운동화와 양말 두 켤레_최양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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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화, 〈아무도 죽지 않는 속도〉
나는 배달 라이더. 오토바이에 달아둔 브로스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퇴근할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지각과 무단결근 3번이면 아웃이다. 근무지를 이탈하면 벌점을 받는다.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배달을 멈추거나 지연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특수고용근로자. 배송사업자. 이것이 노동자에서 제외하기 위해 우리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 p.10 작가의 말 비가 오는 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신호를 위반해야 한다는 것을 소설을 쓰면서 알았다. 위험한 날에는 일을 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늦어도 괜찮으니 아무도 죽지 않는 속도로 가도 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 p.35 * 조우리, 〈에버 어게인〉 밥도 못 먹고 출근한, 열아홉 살 내 새끼. 어미가 되어 늦잠이나 자서 애를 못 챙기고, 우유도 사다 놓지 않아 시리얼도 못 먹고 고된 출근길에 올랐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뒷모습이. --- p.46 작가의 말 떠난 아이들의 영정 앞에 헌화하는 마음으로 썼다. 부디 아이들만은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반드시 변화하길, 우리의 관심이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 준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잊지 않길 마음으로 바란다. --- p.65~66 * 김지숙, 〈연수에게〉 “지금 연결해 드릴 상담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고객님, 잘 부탁드립니다…….” 통화 연결음이 멈추고 상담사가 상냥하게 인사를 해 왔지만, 나는 답을 못 하고 끊어 버렸어. 너의 가족은 나였잖아. 너를 지켜 줘야 할 사람이 바로 나였잖아. 그런데 기회를 놓쳐 버린 것 같았어. --- p.92 작가의 말 언젠가 여러분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인간답게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버틸 수 없을 만큼 노동이 자신을 해치고 있다고 느낀다면, 모두 감당하려 들지 마세요. 항의하거나 도움을 청하세요. 그래도 안 되면 멈추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삶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요. --- p.95 * 지혜, 〈외두〉 “다들 몰라도 잘만 가. 우리도 마찬가지야.”--- p.124 작가의 말 한 사람 몫을 해내는 데 그리 대단한 결심은 필요 없다고, 지금 당장 방법이 없어 보일지라도 눈앞의 길이 영 틀린 건 아니라고. 당신이 가려는 그 길이 너무 고단한 여정이 아니기를, 언젠가 머물렀거나 당도할 외두에서 당신도 래영을 만나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 p.127 * 박하령, 〈N분의 1을 위하여〉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도 질질 짜지도 않았으며 내 안에 비굴과 분노도 심지 않은 기특한 나를 보게 된 건 크나큰 수확이다. 앞으로도 휘둘리지 않고 내 삶에 건강한 뿌리를 내릴 밥벌이를 위해, 또 나를 지켜 내기 위해 N분의 1의 역할을 찾아 나서리라. --- p.154 작가의 말 우리 사회에는 각자에게 맞는 재능이 직업이 되어 즐겁게 일하고 먹고살 수 있는 사회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기까지 우리 모두는 N분의 1만큼의 온전한 가치관에 뿌리를 내리고 꿋꿋이 서야 한다. 가치관이란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그 사람을 해방시키고 그가 나아갈 길을 안내한다. 그러니 나부터라도 하자. --- p.157 * 최진영, 〈휴일〉 윤이 아니라면 내가 저 자리에서 윤처럼 아슬아슬하게, 위험하게, 사고를 감수하고, 우리에게도 승차 의지가 있다는 것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똑같은 요금을 내고 버스를 타는 어떤 사람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몸짓을 해야만 하는 거다. --- p.177 작가의 말 어른이 된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당시 제가 보기에 ‘어른답지 않은 어른’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진짜 어른이었다는 것을요. 우리가 만나는 어른 중 적어도 절반 정도는 좋은 어른이길 바랍니다. 저는 좋은 어른이고 싶습니다. 여기, 제가 쓴 소설의 어른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결코. --- p.185 * 최양선, 〈운동화와 양말 두 켤레〉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견고한 세계에는 언제쯤 익숙해지는 걸까. 가끔 이 세계로 편입되기 전에 준비 과정을 알려 주는 수업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좁고 높은 위치에 올려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곳은 처음 굽이 가는 하이힐을 신었을 때보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했다. --- p.212 작가의 말 상처받은 아이 둘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알아봐 주고 다독여 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발뒤꿈치의 굳어버린 상처에 바람을 불어 주는 일, 때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순간이 있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 p.219~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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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몰라도 잘만 가. 우리도 마찬가지야.”
일찌감치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애쓰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성장통 고졸 취업 테마 소설집 《N분의 1을 위하여》 최근 청년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에세이와 르포가 주목받고 있다. 청년 용접공의 이야기를 다룬 《쇳밥일지》, 배달 라이더의 목소리를 담은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알바노동자들의 세계를 그린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금이 바로, 노동의 가치를 왜곡하는 사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고졸(高卒). 고등학교 졸업을 줄여서 부르는 말은 어느새 누군가의 최종 학력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교육계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열을 올리며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학력이 ‘고졸’인 이들의 취업 전선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취업한 후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이를 극복하기도 하고, 때론 좌절하며 아픈 성장통을 겪는다. 최근 문단에서 주목받으며 독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지숙, 박하령, 조우리, 지혜, 최양선, 최정화, 최진영 7인의 작가들은 이러한 고졸 취업생들의 애환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N분의 1을 위하여》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어른 없는 사회에 단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소설집이다. 관심 사각지대에서 스러져 간 어린 생명,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고, 이웃이었다 연일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로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어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아까운 생명을 잃고 있다. 여수에서 한 현장 실습생이 잠수를 하다 목숨을 잃은 지 1주기가 되었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학생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는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어른’이 보이지 않는 사회, 관심 사각지대,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편견의 벽. 사회는 어린 노동자들에게 냉엄하고 위태로운 사지(死地)일 뿐이다. 조우리 작가의 〈에버 어게인〉, 김지숙 작가의 〈연수에게〉, 최정화 작가의 〈아무도 죽지 않는 속도〉는 사회에 내몰린 어린 노동자들의 불행한 사고,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차분하게 때로는 극적으로 그려 냈다. 소설 속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동생이고, 이웃이다. 어른들에게 남은 것은 후회뿐이다. 넘어지고 울먹이려는 아들에게 그냥 크게 울라고 말해주지 못한 것을, 당장의 내 일상이 버거워 동생의 죽어 가는 마음을 모른 체한 것을, 폭우가 쏟아지는 날 무리한 배달을 막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조우리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떠난 아이들의 영정에 헌화를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관심이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한 사람 몫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애쓰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대졸과 경력직만 찾는 회사, 채워야 할 공란이 많은 이력서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 정보 사이트를 하루 종일 뒤지다 보면 눈앞이 캄캄하다. 남들보다 한 줄을 덜 채운 학력 표에 입맛이 쓸 때도 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의 길고 긴 취준 생활을 버티고 들어간 회사도 암담하기만 하다.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는 회사, 책임 회피와 성과 경쟁에만 급급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제 몫을 다하고 있음에도 아직 부족하다는 주변의 날 선 평가에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되어 주는 존재, 역시 사람이다. 지혜 작가의 〈외두〉, 최양선 작가의 〈운동화와 양말 두 켤레〉 이 두 편의 소설 속 주인공은 고단한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지만 의외의 순간, 뜻밖의 존재를 통해 어깨를 누르던 불안과 걱정을 털고 더 잘 살아 보리라는 용기를 얻는다. 최진영 작가의 〈휴일〉도 마찬가지다. 위험한 삶의 도로에 내몰린 상황에서 자매는 고단한 삶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표제작인 〈N분의 1을 위하여〉은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고, 제게 주어진 N분의 1만큼의 역할을 해내리라 다짐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준다. 비교로부터 해방되어 건강한 가치관 아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제 몫을 해내겠다는 결심이다. 우리는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 사람 몫을 다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N분의 1을 위하여》가 먹고살 궁리를 하느라 힘들고 지친 청춘들에게 다정한 공감과 응원을 전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