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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익은 사과 외
2001년도 제15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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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시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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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김혜순
2. 고재종
3. 고진하
4. 나희덕
5. 송재학
6. 이문재
7. 함민복
8. 황인숙
9. 정호승

저자 소개 3

등저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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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김혜순의 다른 상품

등저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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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喜德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임화예술문학상, 미당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백석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임화예술문학상, 미당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백석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가능주의자』, 『시와 물질』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문명의 바깥으로』,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예술의 주름들』 등이 있다.

나희덕의 다른 상품

등저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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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 등 7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독각』과 육필시선집 『방죽가에서 느릿느릿』이 있고, 시론집 『주옥시편』, 『시간의 말』, 『시를 읊자 미소 짓다』와 산문집 『쌀밥의 힘』,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감탄과 연민』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 등 7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독각』과 육필시선집 『방죽가에서 느릿느릿』이 있고, 시론집 『주옥시편』, 『시간의 말』, 『시를 읊자 미소 짓다』와 산문집 『쌀밥의 힘』,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감탄과 연민』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흙의문예상, 영랑시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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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2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123578

책 속으로

잘 익은 사과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 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

그 작은 구름에게선 천 년 동안 아직도
아가인 사람의 마음 냄새가 나네요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을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마을만큼
큰 사고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
구멍가게 노망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그렇게 큰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서
잇몸으로 오믈오믈 잘도 잡수시네요

--- p.27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 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
그 작은 구름에게선 천 년 동안 아직도
아가인 사람의 냄새가 나네요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을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
구멍가게 노망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그렇게 큰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서
잇몸으로 오물오물 잘도 잡수시네요

--- 「잘 익은 사과」 전문

출판사 리뷰

·수상소감―그 시리게 섧던 시인의 이름으로

나는 한동안 내 시가 소월과 같은 우리 나라의 서정시와는 다르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소월 시를 다시 읽으면서 나는 놀랐다. 내 시도 소월의 식민지 의식과 다를 바 없는 분열의 의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여성이며, 한국 사람이다. 나의 시에도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타자성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나는 그 타자성으로 시 안에서 울고 웃는다. 나는 한동안 한국의 일제 시대 선배 시인들의 시를 의식적으로 읽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을 읽지 않는 것이 나에게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식민지 근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어떤 계기가 찾아와서 소월서부터 연대를 따라 시들을 읽어 내려 오면서 한없는 역설적 행복감을 느꼈다. 그들에게서 나에게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동질감, 공통의 정서를 발견한 것이다. 시 한 편 한 편의 독립성을 세우고, 자신들의 존재를 시대와 비벼 넓히며 우리말의 결에 몸 부비던 찬란한 시인들의 고독, 그 중에서도 여성시인인 나를 가장 몸둘 바 모르게 했던, 가장 징그러운 이름, 그 젊고 시리고 섧던 소월의 이름으로 상을 받는다니.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문학적 자서전―2000년 4월 17일, 태양지우개님이 싹싹 지워주실 나의 하루

병(病)은 답장이다. 상대방은 보내지 않았는데 나는 답장을 받는다. 학교에 가지 않고 내가 책을 읽고 있다. 책 말고도 종이에 글씨가 씌어진 것은 모조리 갖다 놓고 읽는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글자만 있으면 나는 모조리 읽는다. 읽고 또 읽는다. 고기를 싸온 종이도 읽고, 창 밖을 내다보며 간판도 읽는다. 아파서 학교에도 못 가고 책만 읽는다. 친구네 집에서 정음사,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을 빌어다 놓고 모조리 읽는다. 얼마나 번역이 잘못되었는지, 좋은 작품인지, 그렇지 않은지, 그런 것은 따져 보지 않고도 모조리 읽는다. 전후 세계문학전집도 읽고, 백과사전도 읽는다. 아픈 내 몸은 읽지 않고, 책만 읽는다. 내 병실의 옆 침대에서 처녀가 죽는다. 그녀는 남의 집살이를 하던 중에 2층 유리를 닦다 떨어져 병원에 실려온 고아 처녀였다. 처녀가 죽은 날도 나는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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