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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배교자 작품 해설 알베르 카뮈 연보 |
Albert C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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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 p.9 커피를 마시고 나니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으나,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좋을지 어떨지 몰라 망설였다. 생각해보니 조금도 꺼릴 이유가 없었다. 나는 문지기에게 담배 한 대를 권하고 둘이서 함께 피웠다. --- p.16 어제 일로 피곤했기 때문에 일어나기가 괴로웠다. 수염을 깎으면서 오늘은 무엇을 할까 생각한 끝에 수영을 하러 가기로 했다. --- p.29 영화는 때때로 우스웠지만 너무나 싱거웠다. 마리는 다리를 내 다리에 기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영화가 끝날 무렵 키스를 한다는 것이 그만 서툴게 되고 말았다. 영화관을 나와 그녀는 내 집으로 왔다. --- p.30 어제는 토요일이라 약속대로 마리가 찾아왔다. 나는 몹시 정욕을 느꼈다. 마리가 붉고 흰 무늬의 화사한 옷을 입고 가죽 샌들을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탄력 있어 보이는 젖가슴이 완연히 드러나 보였고 햇볕에 그을은 살갗이 얼굴을 꽃처럼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 p.46 저녁에 마리가 찾아와서 자기와 결혼할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마리가 원한다면 결혼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이미 한 번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 p.56 이번에는 아랍인이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단도를 뽑아서 태양빛에 비추며 나를 겨누었다. 빛이 강철 위에 반사되자 마치 번쩍거리는 길쭉한 칼날이 내 이마를 쑤시는 것 같았다. --- p.75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내가 한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던 바닷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버렸음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쓰러진 몸뚱이에 다시 네 발을 쏘았다. 총탄은 보이지도 않게 깊이 들어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인 듯했다. --- p.76 그는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 싶어 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어머니를 사랑했냐고 물었다. “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했습니다” 하고 나는 대답했다. --- p.82 결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도 있다. 형무소로 들어와 며칠이 지난 후에 나는 장차 인생을 살면서 그 시기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 p.87 내가 들어온 지 다섯 달이 지났다는 말을 어느 날 간수로부터 들었을 때 나는 그의 말을 믿었으나 그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나로서는 언제나 같은 날이 내 감방으로 밀려오고 언제나 같은 일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 p.97 검사는 그때 배심원들에게로 돌아서며 말했다. “어머니가 사망한 다음 날 가장 수치스러운 정사에 골몰한 그 사람은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치정 사건의 결말을 지으려고 살인을 한 것입니다.” --- p.115 그가 어머니에 대한 나의 태도 얘기를 꺼낸 것은 바로 그때였다. 변론 중에 한 말을 그는 다시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범죄를 이야기했을 때보다도 더 길었다. 너무나 길어서 마침내 나는 그날 아침의 더위 말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 p.121 어느 누구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괴로움을 씻어주고 희망을 안겨주기라도 한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 찬 밤하늘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 p.145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 p.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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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프랑스 문학과 지성의 상징이자
실존주의 문학의 기수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제는 신화가 된, 부조리에 대한 불멸의 고발 《이방인》은 실존주의의 문학적 승리, 나아가 부조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신랄한 고발로 격찬받는 카뮈의 대표작이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작품이기도 하다. 카뮈에게 부조리는 이성을 가진 자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에 관한 것이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합리적 욕망을 품는다. 그런데 세계는 인간이 알아야 할 만한 별다른 뜻이 없다. 그러니까, 인간의 욕망은 합리적인데 세계는 불합리하다. 부조리는 바로 이러한 이율배반에서 생기는 모순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이 피하지 못하는 숙명, 인간의 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모두가 부조리를 예민하게 감각하지는 않는다. 의식이 졸고 있는 사람은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의식이 졸고 있는 자들은 습관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그들은 비극을 모른다. 그러나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곧 ‘행복’은 아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건 자신이 가진 이성을 활용해 부조리를 명확히 인식할 때다. 역설적으로 부조리야말로 인간의 존엄인 것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은 죄인가? 부조리, 도덕, 죄에 관한 카뮈의 근본적 물음 《이방인》은 카뮈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부조리의 문제를 가장 명료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 해수욕을 하고, 여자와 관계를 맺고, 영화를 보며 즐거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열하던 태양 빛 아래서 홀린 듯 아랍인을 죽이고 법정에 선다. 변호사와 재판관, 검사들은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에서 보인 태도를 중점적으로 심문한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것만이 중요하다. 판사가 뫼르소에게 어머니를 사랑했냐고 묻자, 뫼르소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답변한다. 뫼르소에게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가 이후 보인 행적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냉혹한 인간이 건달패와 섞여 음란한 일에 관련되어 사람을 죽였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결국 뫼르소에게는 사형이 선고된다. 자신을 보고 경악하는 방청석의 표정을 보고 뫼르소는 마침내 깨닫는다. 자신의 죄는 다름 아닌 세속적 도덕의 논리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정말 죄라면, 뫼르소는 이 죄를 기꺼이 감당하기로 한다. 전후 황량한 폐허에서 간파한 인간 정신의 위기 우리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이끄는 부조리에 관한 깊은 통찰 《이방인》은 2차 세계대전으로 온 유럽이 사회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혼란기를 보내던 시기인 1942년에 출간되었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떠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탐구한 카뮈의 문학 작업은 실존주의 사상과 합을 이루어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했다. 카뮈가 1957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도 전후 황량한 폐허에서 인간 정신의 위기를 간파하고 부조리를 통해 그 극복을 모색했기 때문이었다. 《이방인》은 종종 《시지프 신화》와 함께 통속적 허무주의의 작품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이는 오해다. 카뮈는 오히려 인간의 너절한 현실을 누구보다 적확하게 간파하여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모색한 작가였다. 이제는 신화가 된, 부조리에 대한 불멸의 고발인 《이방인》은 우리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