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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그리운 셔벗 랜드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군함 말리(軍艦茉莉)의 우주여행 진실 게임 피곤 셔벗 랜드, 글쓰기의 영도 장마 기분 권야(倦夜)-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구멍」(1998)에 부쳐 젖은 손 마음이 없는 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누드 냉장고 대니 보이 셔벗 랜드, 기억의 오작동 셔벗 랜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제2부 십칠야 날씨, 포근함 백하야선(白河夜船) 오래된 집을 떠나며 안국동울음상점 천사 꿈에 겐지가 내게 온다 젊은 흡혈귀의 초상 버스 정류장에서 장이지 프로젝트 이과수 폭포 아래서 콜라병 기념비 자작나무 길을 따라 소요유 꽃게처럼 안아줘 십칠야 날씨, 포근함 ●제3부 안녕, 용문객잔 담장 위의 소풍 TV 채널들 사이를 떠도는 노래 변성기 장 콕도와 나 흡혈귀의 책 탄토 템포 골반이 뒤틀린 여자-이영주 시인에게 수놓는 여자 용문객잔 까마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해변의 밤 용문객잔의 노래 ●제4부 급시옹포(及時擁抱) 용천역 부근· 몬스터 몽타주-대구 지하철 참사· 철남· 가죽 점퍼를 입은 앨리스· 카스파가 죽은 뒤에-아르프의 「카스파는 죽었다」(1912)로부터 말하는 법을 배움 천국, 내려오지 않는 오래된 미래 해바라기 수트라 철남, 붉은 무지개 ‘제로’라 불리는 전투기 마술사와 눈-노숙자의 꿈 너구리 저택의 눈 내리는 밤 | 작품 해설 | 김종훈(문학평론가) 작은 혁명의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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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장이지 시인의 첫 시집을 펴낸다. 등단 이후 칠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의 제목은 『안국동울음상점』. 안국동에 가면 정말이지 울음상점이 있을까, 싶을 만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 첫인상으로부터 마지막 시 「너구리 저택의 눈 내리는 밤」에 이르기까지 이번 시집을 떠받치고 있는 제 일의 요소는 다름 아닌 잡다한 문화코드다. 이는 우리 시에 있어 또 하나의 새로움이라 여겨질 수 있는 바, 가령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이라든가, 차이밍량의 영화라든가, 장 콕토의 시라든가, 피카소의 그림이라든가 하는 다양한 음악, 영화, 미술 등등이 시 곳곳에 아주 촘촘히, 지금까지의 그 어떤 시인들의 시보다도 빈번하게 모자이크되어 있는데 이들을 골라 읽는 재미 또한 묘미다. 그런데 왜 장이지 시인은 시 속에 이러한 인접 장르들을 텍스트 안으로 팔 벌려 끌어안았을까.
시인은 곧잘 공상에 빠진다. 현미경으로 본 양파의 껍질 세포 안에서 장 콕토를 처음 보았다고 고백할 정도로(「장 콕도와 나」) 그는 마이크로적인 눈을 가지기도 하였으며, 꿈에 겐지가 내게 와서 그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없다고 말하는(「꿈에 겐지가 내게 온다」) 얘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예민한 청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렇듯 열린 감각의 소유자인 그, 나이 서른이 넘었다고는 하나 세상살이를 그대로 풀이하여 늘어놓기에는 아직 여린 감각의 소유자인 그, 그래서 시인 김사인은 그를 두고 ‘장이지의 내부에는 잊혀진 별 명왕성의 어린 왕자가 살고 있다.’고 말한 걸까. ‘장이지 시인은 지도에도 없는 별로 찾아가기 위해 특이하게도 메르헨적인 상상력을 시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고 시인 강우식은 또한 얘기한 걸까. 장이지 시인의 시에 있어 그 흐름은 맑은 샘이다. 허나 그 맑음은 밤에 빛나는 빛이다. 그러니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해가 지고 달도 감춘 뒤에야 비로소 환해지는 저 혼자만이 확인할 수 있는 청정이다. 이 맑음에 있어 그 기저는 무릇 시인의 소년 됨에 있다 할 것이다. 그의 시는 펼친 날개의 황금빛 눈부심을 말하기보다는 웅크린 날개의 깜깜한 눈멂을 말하는 데 더 가깝다. 그러나 그가 구사하는 시의 언어들은 송곳처럼 뾰족하지 않고 쇳덩어리처럼 투박하지 않는 그 어떤 서정,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소박한 말법에 가 닿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조합에서 터져 나오는 울림에 있어 그 절망의 깊이, 진자의 폭은 그 누구보다 깊고 넓다. 저기 귀에 이어폰을 꽂고 홀로 폐달을 밀고 가는 한 소년이 보이는가. 그의 이어폰 너머로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의 폐달 밟는 속도는 느리고 느려 맘먹는다면야 언제고 따라잡을 수야 있겠지만 누군가 선뜻 다가가 그를 부르거나 그의 자전거는 세울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는 폭주족처럼 집단으로 무리지어 나 잡아봐라, 하는 식의 유치한 속도내기에는 절대로 낄 수 없는 자기만의 격이 있다. 그것을 일컬어 어떤 품격이라 한다면 그는 그렇게 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