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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열매는 불알이다 노오란 개나리 보지가 만들어낸 소담스러운 소망,
지금까지 내 생활은 꽃만 보았다 꽃이 진 자리, 가만히 들여다보니 수줍게 익어가는 개나리 아기가 누워 있다 누에똥만한 게 꼭 풋감을 빼어 닮았다 이 한 알을 빚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오래 몸 비틀었을까 배 아프다며 학교도 안 가고 누워 있는 아이의 배꼽에 손을 얹으며 세세연년 낫지 않는 부스럼 딱지 같은 마른꽃, 한 아름 받아 안는다 -「꽃이 진 자리」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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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즈음 잡티 하나 없는 고요의 대낮이 되어서는 꽃, 새, 바위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당신은 고요히 자신의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때 귀 먹먹하고 숨 갑갑하다면 남산 일대가 바다로 바뀐 탓일 게다 -「가오리 날아오르다」 부분 이렇듯 자신 속으로 깊게 침잠하면 하늘과 바다는 땅을 중심으로 반으로 접히고 반원이 되는 한 세계로 모인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보는 나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수많은 나로 합쳐져 숨 쉬는 터, 결국 시인의 상상력은 꽃이라는 건강한 생명력에 집중된다. “아무리 몽둥이 휘두르고 끓는 물 갖다 부어도 수분하지 않고서는 꽃잎 떨구지 않는다는 사실”(「꽃」)은 그러므로 시인이 시를 열고 닫음에 있어 큰 열쇠가 되어주는 말임에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참 집요한 섹스를 가졌어요 허긴 발정기의 동물들 생식기 그게 바로 꽃이 아닌가요? 짝짓기 하는 새소리 또한 공중에 흩뿌려지는 생리혈(?? 아닌가요? 꽃과 짐승은 한 배꼽에서 자란 형제들, 돌아다니고 안 돌아다니고 간에 이미 한 배꼽이라는 거죠 그러므로 섹스가 우주의 배꼽이라는 거죠 제가 곧 꽃이라는 거죠 -「꽃」부분 “오줌 담아놓은 묵은 페트병 들여다보니 허옇게 곰팡이 꽃이 피어 있다”(「오줌꽃」)라고 한 것이나 “세상 모든 짝 없는 것들 위해 속 깊은 나무는 한 번은 귀로 한 번은 눈으로 두 번 꽃을 피우는 것이다”(「곤충의 울음이 아니라」) 라는 말 외에도 시집 곳곳을 채우는 꽃의 자리는 그 다양성으로 충만하다. 말하자면 시인에게 꽃은 아주 작고 작게 오므라뜨려서 현시하게 한 우주의 본령과 다름 아닌 것이다. 해서 시인에게는 꽃의 피어남만큼이나 꽃의 지고 남 또한 동일하게 중요한 문제다. 이 때 시인의 어조는 강한 힘으로 다져져 있다. 이를 단순히 감상적으로 기록하는 자였다면 이렇듯 수많은 시가 다양한 이야기로 쓰일 수 있었을까. 등 긁을 때 아무리 용써도 손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읽을 수는 있어도 발음할 수 없는 시니피앙 ‘어’와 ‘으’, 달의 뒤편이다 천수관음처럼 손바닥에 눈알 붙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내 얼굴, 달의 뒤편이다 물고문 전기고문 꼬챙이에 꿰어 돌려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 먹을 수는 있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 내 눈동자의 뒤편이다 -「달의 뒤편」전문 리기다소나무에서 “겨드랑이 사타구니 가리지 않고 돋아나는 거웃”을 본다든가(「리기다소나무」), “거봉포도를 껍질째 씨앗째 우걱우걱 씹다가 문득 순하디순한 짐승의 눈망울을 씹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거나(「순하디순한 짐승의 눈망울을」), “비닐하우스 같은 신생아실 노란 참외가 줄지어 누워 있다”며 갓난아기를 표현한다든가(「산부인과에서」) 하는 등 사소한 발견과 발상은 활주로에서 긴 이륙 준비를 마친 시인의 노련한 솜씨 덕분에 힘차게 구름 위로 우주로 날아오른다. 시인이 단순히 견자의 입장을 취했다면 시는 벽에 걸린 그림처럼 숨을 쉬지 못했을 터, 다행히도 겪어내는 생활인으로서의 시를 고집하는 까닭에 장옥관의 시는 타고난 마라토너의 폐처럼 건강하고 활기차다. 죽음이나 삶의 비애 같은 어두운 침묵도 대낮의 밝은 소란으로 옷 바꿔 입힐 줄 아는 재주, 그것은 오로지 장옥관만의 타고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