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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원정(園丁) 이파리 위의 생 지하 신전 바람 소리를 듣다 불면증 귀 청어(靑魚) 별이 빛나는 밤에 적벽가 폐가(廢家)의 사랑 사기 - 숲의 역사 굵은 비 내리고 ●제2부 수유리(水踰里)에서 옥탑 일기 김밥 마는 여자 무서운 속도 백일홍 울고 있는 사내 시시때때 못 시월 독 우물 나무로 돌아가네 벚나무 아래서 메타세쿼이아가 있는 거리 ●제3부 비석 일식(日飾) 잠자는 수련을 두고 - 죽은 연호에게 악어 청평호에서 소리들 콩나물 가릉빈가 거미 장대비 흔들리는 풍경 뿔 태백행 발바닥 복숭아 자전(自轉) |작품 해설| 권혁웅(시인) 나무로 돌아가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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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장만호의 첫 시집을 펴낸다. 총 3부에 42편의 시를 나누어 담은 이 시집은 간신히 100페이지를 넘겼을 만큼 전반적으로 시 한편마다 말을 아낀 편이다. 그렇다고 더할 말이 있어 아쉬움이 남아 있던가. 아니다. 그는 못내 더 지우지 못해 전전긍긍한 자였으니까. 시집을 다 읽고 난 뒤 한 편 한 편마다 시의 잔상으로 오래 가물거렸다. 무서운 각인이다. 무서운 그늘이다. 그의 시집 『무서운 속도』를 말함에 있어서다.
장만호의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늘지만 끈끈한 그 실을 타고 꽃들이 내려갈 것이고 더는 내려갈 수 없는 곳으로 꽃들은 네 옷 위로 피어나겠지만’(「불면증」)이라는 부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고로 ‘악몽을 꽃이라 하는 시’. 사랑의 악몽인 이별을, 생의 악몽인 죽음을 오히려 꽃이라 부르는 아름답고도 검은, 그 무시무시한 역설에 기대어 있다는 얘기. 어조는 착하디착하며 말수는 적고 그 템포는 느리다. 그러나 위험신호를 핏빛이 아닌 식물성의 녹색으로 타전할 때는 이미 과정이 아닌 결과가 아닌가. 이는 소란이 아닌 침묵이다. 어떤 여지가 없음을 증명하는 바다. 결코 되돌아가거나 되돌릴 수 없음에 대한 절대적인 언도. 그래서 그가 그대로 되고자 한 ‘나무’라는 존재는 절대적이다. 물론 어느 시인인들 제 존재를 나무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장만호에게 ‘나무’는 생성과 소멸의 오감을 바로 우뚝 선 그 자리에서 묵묵히 감내함으로 특이하다. 흔들릴 때마다 떨어지는 이파리의 운명을 그는 묵묵부답으로 껴안는다. 슬픔을 겪을 때 흐르는 눈물의 현재를 보여주기보다는 그 눈물의 농익음으로 차렷 자세로 설 스스로를 일찌감치 선보이는 일. 장만호의 시가 소소한 것 같지만 무시무시한 힘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겨냄에 있다. 불안과 안도가 한 시소 안에 균형을 맞추기가 어디 그리 쉬울까. 장만호의 『무서운 속도』를 말함에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