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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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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목계리
영산호(湖) 생각
흰 연못 위의 달
사람이 보이는 천국
화개(花開)장터
꽃지붕 아래 들다
기억의 다비
두 주막(酒幕)
나의 사십구재
그 눈물은 어디로 갔을까
꽃굿에 들다
향기에도 손이 있다는 듯
구시포에서 태양을 조문하다 2
바다 속 산궁(山宮) 1
208개의 사람 뼈에도 봄눈 내리는 것 보고 싶다
아직도 우주는 텅 비어 있다! 2
봄 섬진강
고사목에 핀 유령
갈비뼈에 꽃불 날 때까지
초승달과 기러기

제2부
다산초당의 무늬를 사다
기도하는 그림을 탁본하다
목백일홍 피는 자리
단종의 검(劍)
그곳에 가서 사약(死藥)을
추사의 식목
수양 삼촌을 향해 앉다
냄새의 울음
명봉역
여름밤
홍련암(庵) 그 뒤뜰
술, 저도 취해서
이슬사다리
향나무 심장에 핀 장미
이사해도 됩니까
들키다
어라연에서 띄운 엽서
재건축 아파트-부지의 변증법적 울음
몽탄역
봄날은 간다

제3부
아카시아 향이 소금을 부를 때까지
우주 돌아가셨다 2
행자 아씨
대보름달옥섬 씨(氏)
가시연꽃
문막에서 새말까지
거꾸로의 산책
마더 테레사
버려진 악기
극락 가는 길
벤치가 된 뿌리
지혜가 잠시
죽어서도 갈 수 없는 곳?
남해금산의 지병
바다 속 산궁(山宮) 2
어떻게 품고 나왔을까
우주 돌아가셨다 1
초록 물고기
너무 늦은 질문
작품해설 유성호(문학평론가)
진성한 존재가 깃드는 언어의 거처

저자 소개1

1951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와 수원대 국문과 석사, 원광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가 당선되어 시단에 나왔으며, 2008년 윤동주상 문학부문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와 산문집으로 『춤추는 남자, 시 쓰는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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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95g | 124*195*20mm
ISBN13
9788959867745

책 속으로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겨우 몇 평의 감자밭 옥수수밭이 보이면
그 둘레의 산들이 먼저 우쭐거린다
제 몸을 가득 채운 것들을 신의 흔적이다,
라고 믿고 살지만
두 눈으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사람의 흔적인 옥수수의 흔들림 감자꽃 향기는
왕산(王山)이 본 것 중 가장 귀한 것이다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차 파는 오두막집이 보인다
그 주인은 이미 산(山)의 일부이면서
바람의 일부일 것이다
적막 속 어딘가에 집 한 채만 보여도
왕산(王山)은 그 기(氣)를 바꾼다
수십만 평의 산을 거뜬히 먹여 살리는 것은
한 됫박쯤 될까 말까 한
몇 사람의 숨소리일 것이다

---「목계리」전문

출판사 리뷰

저도 모르게 죽은 감나무/뿌리 뽑히지 않는 것만으로도/유배의 갈피에 피고 지는/나팔꽃 박꽃 능소화 그녀들의/웃음소리만으로도/발자국 소리만으로도/배가 부르다/무슨 이름으로 살았는지 알아주는/이 없지만/아침 낮 저녁이 있기에/유령의 식사만으로도 족히/배부르다/죽은/육체에서도 잎이 흔들리는 것처럼/감나무/배고픈 자리마다 꽃을 피워내는/나팔꽃 박꽃 능소화/노지일수록 눈부신 유령들의 화력!/수혈받고 싶어 길게 목을 빼는/참 비위 좋은 사람의 피가 밴/과실인가/제 묘지로 서서도/단내에 값을 매기다니
-「고사목에 핀 유령」전문

시인은 그러니까 알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깨끗한 비워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미 태어나고 있는 활발한 낢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 주고도 족히 배부른 것이다. 내가 배고플수록 배부른 영혼들이 세상 곳곳을 밝히고 있으니 만물의 근원인 ‘어머니’로서의 시인은 어찌 기쁘지 않을까.

그러나 시인은 이렇게 생겨나는 존재들의 이름이 맨 땅에서 주워 올린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시인에게는 우주가 있고, 그 우주는 분명 어떤 ‘신성한 것’에서 근원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신성하다는 말이 종교적 의미로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대로 말씀 하소서, 식의 받아들임이 아닌 자기 치유 능력으로 스스로 추구하는 자기 구원의 과정을 능동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허깨비 같은 날/바다를 치는 다원(茶園)에 가면/초록 물고기 떼지어 운다 울어준다/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절정의 순간/잎잎이 제 목을 따는 40만 평의 보성다원/40만 수(繡)의 초록이 되었는지/바다를 이룬 심장이기에 죽음도 어질게 할 수 있는지/저 8*구의 무덤마저 올올이 잎을 문 듯/눈부신 다원/얼마나 많은 저를, 또 얼마나 아득하게 저를,/놓아주었기에 지느러미에 닿는 둥근 죽음의/감촉 이렇게 좋은가/잎의 바다에 누운 저 무덤들마저 여기서는/생사의 경계가 아니다 태아의 시절까지 무사히/헤엄쳐 첫 잎새 머금고 돌아올 수 있다면/내면의 반이 찻잎으로 가득 차서/절반의 몸마저 폭력을 포기할 즈음/초록 물고기가 내 잎으로 우는지/내 잎들이 초록 물고기로/우는지 모른다/모르게 된다
-「초록 물고기」전문

시인은 올해로 등단 16년째를 맞았다. 시 「이슬사다리」를 보면, ‘16년 만에야/서늘한 울음’을 터뜨린 시인이 얼마나 힘들게 입을 열어 여기까지 왔는지 짐작케 하는 구절들로 다리를 쌓고 있다. 시인은 말보다 어려운 침묵 속에서 사람이 아닌 자연에다 마음의 녹음기를 틀어놓은 채 그간 시를 써왔던 것이 분명하다. 존함이 ‘우’자 ‘주’자였던 아버지를, 못내 용서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우주 돌아가셨다」란 시를 통해 그제야 껴안을 수 있었다니, 이슬로 쌓아 올린 그 사다리, 알알이 힘없는 맑음이지만 그 겹겹의 눈물, 용서… 세상 그 어떤 철골보다도 단단함을 알겠다. 그게 바로 시라는 것도 더불어 말이다.

추천평

얼핏, 박라연의 시는 모성과 상처 각각 혹은 그 관계를 파고드는 한국 현대 여성시의 주류에 속한 듯, 안착한 듯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시는 자못 희귀하고 돌올하다. 남녀 가릴 것 없이 한국 현대 서정시의 주류가 농촌적 체험의 세련-도시화인 데 반해 그의 시는 세련된 도시적 감성의 농촌화라는, 거꾸로의 길을 걷는다. 이것은 물론, 젊은 시인들의 하위 문화 감성과 더불어, 주류의 상투성을 극복코자 하는 소중한 대목이고, 박라연의 경우 빛나는 형상화를 동반한다. 가령 이런 구절. “수(數)를 셈하지 않는 꽃잎들은/다비식이 더 눈부시다/나비의 군무이거나/시간의 무릎마다 간을 주는/향 깊은 유색 소금이거나/제 관을 덮는 홍조 띤 흙이거나/호수로 헤엄쳐가는 꽃물고기들이다/사람 마지막 가는 곳도/꽃잎 가는 곳도/같은 품일 텐데 여기엔 곡(哭)이 없다”(「꽃지붕 아래 들다」 앞부분)._김정환(시인)

여기에 이르기까지 박라연의 시세계는 세속의 길을 밝혀온 그녀의 혼불로 환했었다. 그것은 폐허의 현실을 통과하면서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려 염원했던 의지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의 그런 모습은 한층 웅숭깊다. 그러나 지상의 삶으로는 수심(愁心)을 다 메울 수 없기에 ‘산 자만이 겪어내는 서러운 산란’으로 근원에 대한 그리움을 낳고 또 낳는 것이리라. 돌아가고 싶어 더욱 간절해질 때마다 울음주머니가 터진 듯 격정을 삭여내는 이 시적 승화는 마침내 간밤의 폭풍우를 고스란히 견뎌낸 뒤에 올리는 제의(祭儀)인 듯 싱싱한 풀잎들의 아침을 깨워낸다. 속내를 환하게 비추는 정화(淨化)의 이슬방울들을 잎잎마다 그득히 얹어주는 것이다._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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