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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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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사랑도 바람이
달과 전차
반쯤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벚꽃 질 때
비빔밥
부자 서신父子書信
추운 꿈
가을 햇볕
어느 날-애사哀詞 1
금산사金山寺-애사哀詞 2
단풍나무 그늘을 지나다-애사哀詞 3
제비
사랑도 바람이
자갈 파도 바람 소리
소한小寒
불혹不惑
차지

●제2부 마음의 눈금
금단禁斷
빈방
마음의 눈금
귀신고래
강원도 할머이
어느 옛 병실에서
책과 나
복류伏流
거조암居祖庵 오백나한
여름이 온다
지난여름
철조망
인생
꿈에 귓밥을 파다
원효로
녹색의 배경

●제3부 벌교
그 극장에서 듣던 배호
고향의 한 뼘 땅
소고小鼓
늦둥이
돌아가실 때 아버지는
옛집
웬 아버지들이 이렇게 많이 생겨
농협 슈퍼경운기스
사람의 일
론 그라운드
설씨댁薛氏宅 시집살이 노래
벌교 10
나와 아이스께끼
새엄마
서대전西大田

●제4부 도쿄 시편
스미다가와 강변에 다시 와서
꽃을 잡고
안 울었어, 나 독해서 안 울었어……
매우梅雨
밤꽃 냄새 풍기는 밤
늙은 야쿠자와의 밤
나들이
혼자 살아보니
신호등 옆 꽃집
전승傳承-하마마쓰초浜松町에서 고마무라高麗村까지 1
비 내리는 고마 신사神社에 와서
-하마마쓰초浜松町에서 고마무라高麗村까지 2


| 작품 해설 | 황광수(문학평론가)
시적 주체와 일상의 중력

저자 소개

저자 : 고운기
1961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한양대 국문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섬강 그늘』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이 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더불어 『삼국유사』 연구자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등 다수의 관련 서적을 활발히 펴내고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7쪽 | 20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25521343

책 속으로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흙 묻은 자갈이 낮잠 자는 옛길
새로 만든 도시의 사람 드문 골목길
강둑 기슭에는 꽃을 내려놓고 푸르게 움돋는 개나리 잎
뺏길 뻔하다 겨우 살아남은 언덕길

나는 자랑같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좀 흩날리면서

돌아오지 않을 강물과 인사도 나누다가

거슬러 거슬러
입에서 터지는 대로
거슬러 거슬러 가슴에 담은 정이
묵은 대나무처럼 솟구치도록.

--- p.15

출판사 리뷰

고운기 시인의 신작 시집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를 펴낸다. 등단 25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네 번째 시집이다. 평균을 내어보니 근 6년에 한 권 꼴이다. 그리 서둘렀다고도, 그리 게을렀다고도 할 수 없을 적당한 ‘삭힘’ 속에 시라 하니 그 맛 한번 속 깊다. 적당히 익었고 적당히 더 익어가고 있으니 지금 한창 꺼내먹기 좋은 김치라서 밥을 부르듯 시를 부르는 시집. 고운기의 이번 시집을 비유로 말함에 있어서다.

총 60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을 보니 감히 그를 알겠다, 는 말이 불쑥 나오고야 만다. 그러니까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오늘까지의 그를 몰랐다가도 알게 하는 눈이 이번 시집 곳곳에 불을 켜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의 이야기든 지어낸 이야기든 그건 별 상관이 없다 하겠다. 제 삶을 둘러싸고 있는 이력에 가 앉기도 하다가 스치기도 하다가 못 본 척 하기도 하는 바람, 그것이 곧 시인 고운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빗대보고 빗겨도 보는 재미로 시를 좇을 뿐.

올해 바로 내 나이에/아버지는 나를 낳았다/지금부터 나는 늦둥이를 얻은 아버지의 마음이 되어/헤아리기로 한다, 이제야 나는/아버지와 같은 연대年代이다//내 안에는 마흔여섯 살의 아버지와/한 살의 나와/그리고 마흔여섯 살의 내가/함께 살아간다
-「늦둥이」 일부

추석 상 차리고 마주 앉은 형제들/아버지는 지난 추석부터 결석/있는 듯 없는 듯 말년을 보내셨으므로/심중한 공황 따위 처음부터 염려치 않았지만/마음 한 켠 되살아오는 저 억새풀 같은/빈 들판에 흔들리는 주의 사항이/어느새 형제들 가슴 가슴에 앉았더란 말인가/추석 상에 둘러앉은/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들.
-「웬 아버지들이 이렇게 많이 생겨」전문

특히나 이번 시집 속에 그는 아버지를 심심찮게 불러내고 있다. 아버지 나이 쉰 가까이에 본 늦둥이 아들이라 하니 그 거리로부터 가까웠을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하는 연유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결이었을 테고, 그로 그 고즈넉함이라 하면 ‘쓸쓸함’이 맞을 테다. 그래 그 쓸쓸.
그는 지금 가방을 들고 전차역에 서 있는 한 중년 남자를 닮았다. 그의 곁에는 참으로 큰 트렁크가 있다.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도 가벼운 인생이라는 짐이 거기 아마도 고스란히 담겨 있음이 분명한데 그는 열어볼 수 없음으로 그저 어깨가 무겁고 손목이 아프다. 아니 열어볼 수 없음이 아니라 열어보지 않음이라 하겠다. 이는 분명 그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쓸쓸한 단조의 분위기로 우리를 낙엽 지는 가을로 이끌다가도 “가슴에 담은 정이 묵은 대나무처럼 솟구치도록” “자랑같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좀 흩날리면서” 희망찬 장조의 분위기로 우리를 푸르른 봄으로 이끌기도 하니 시소 타는 이 균형 속에 우리는 끝끝내 살아간다, 라고 말하듯 끝끝내 시다, 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말이 아니라 몸이니, 이는 지워지는 글씨가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주름이니 이에 대고 누가 감히 손가락질 할 수 있으랴. 밤 전차를 기다리는 사내가 있고, 그의 귀에 “멀리서 뚜벅뚜벅 전차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니 그는 그렇게 정직하고 정확하게 오늘도 살고 또 쓴다.

추천평

저 세월로부터 오는 것들은 멈출 수 없는 그리움, 혹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흐름들이다. 누군가가 문득 꽃잎과 바람과 달빛들 사이에서 시간을 느낄 때, 오랜 흐름의 와중을 살아온 감정들이 하나하나 실체가 되어 제 목소리로 운다. 시는 그 울음의 말 건넴을 세심하게 다듬은, 말 건넴을 정서들의 그물로 씻어낸 악기이다. 시는 그 오랜 시간의 육체이다. 세상의 세월에 내려앉는 숨결들이 숱한 목숨과 함께 드디어 살아나고, 소멸되고, 다시 흘러가는 육체. “사랑으로 오다가 그리움으로 내려앉는” 눈의 정처를 찾아보라는 듯 고운기의 언어들이 세상 속에서 수런거린다. 수런거리다가 놀라운 발견의 정서를 여는 여린 감정들에게, 저 조밀한 정서들의 계곡에 아득한 그리움을 쏟아 붓는다. 누구도 이 황홀한 쓸쓸함을 비껴갈 수는 없다. 이 시집의 정서는 그런 의미에서 신화적 쓸쓸함이다.
박수연(문학평론가)
이 시집을 읽으며 나는 그가 내내 타관의 전차역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전차가 지날 때마다 우두커니 서서 시간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생生이란 애초부터 정류장 위에 있는 것이라는 듯, “나를 담아간 세월”과 “나를 잡수실 세월” 사이에서 어느덧 중년에 이른 그의 눈빛은 다소 쓸쓸해 보인다. 그러나 “더러 헛디뎌 넘어져도/더러 의아疑訝한 정류장에 내려서서도/나는 찾아갈 어디가 있는 듯 두리번거릴란다/나는 돌아갈 어디를 아는 듯 태연할란다.”라는 구절처럼, 그는 삶에서든 시에서든 특유의 여유와 낙관으로 누구보다도 중심을 잘 잡는다. 그래서인지 복류伏流의 세월 속에서 길어올린 이 시들은 담담한 듯 서늘하고 다정한 듯 소슬하다. 이러한 중용中庸의 묘妙는 생래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고전 문학 연구자로서 현대시를 쓰는 과정에서 얻은 균형감각이기도 하다. 이 ‘반반半半의 미학’에 힘입어 그의 시들은 노래와 이야기, 일상과 신화, 삶과 죽음, 타관과 고향을 넘나들며 한결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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