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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보름달빛

일출
새는 말한다
흔들지 않고 흐른다
가득하다
산에 살던 사람은 산이 되고
내 세상
당신이 오라시면
가자
비 온 뒤 아침 햇살
살랑살랑
세상의 모든 것이고 싶어라
숲가에 서서
가벼움 또는 엄숙함 혹은 고요함
그래도 나는 너를 팔지 않을 수 없다
풀벌레에게 기울다
나, 꿩이지요
낙엽
청설모에게서 잣을 빼앗다
하루 그리고 한 해
그 순간만큼은
차이
가뭄
복잡한 그러나 단순한
그것참
붉은 밤
지금, 그리고
기어이 나도 물결이 되어

나무에 올라 길을 보다
구더기
허공
가뭄 끝에 빗소리
미안하다
강력한 힘과 번쩍 윤이 나는 몸매에 시퍼런 독까지
아아 아아, 앞으로
돼지 잡은 날
두껍아 두껍아
바보 달
흔적
어느 날 아침, 너구리를 잡다
우수수수수
가을, 빗소리
끄덕끄덕
차가운 웃음
눈이 온 다음날
여명
시퍼런 밤
죽어서까지 둥근 몸이어야 했을까
절벽에 붙어선 산양을 보았다
아침
여우
토끼의 뒷다리는 길다
아침에 일어나 쥐를 잡다
애꿎은 꽃 한 송이만 꺾였다
또 무엇을 기다리는가
하얀 죽음
도살장에서
흐름
유월 십오일
산에는 무엇이 무엇이 사는가
칠월 십사일, 비
안개 낀 달밤
꾀가 많아서
삼월 삼일
빈 밭
낙엽송 숲 속에
예년에 비해 한 달 일찍 서리가 내렸다 한다

발정
다가오는 손
칠월
시월 십오일
시월 사일
한낮
나룻배

작품 해설/김춘식(문학평론가)
검은 새 한 마리와 산

저자 소개 1

1960년 충남 서천 출생.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정선 구절리 폐광촌에서 쓴 시 「나의 새」 외 9편이 199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생활을 시작하였다. 등단작인 「나의 새」를 발표하고부터 자연의 모든 것이 자신의 일부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였으며, 이는 이후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자연’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영월의 망경대산 중턱에 정착하여 창작활동을 이어왔다. 그간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딱따구리가 아침을 열다』, 『수컷의 속성』, 『사람도 흐른다』,
1960년 충남 서천 출생.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정선 구절리 폐광촌에서 쓴 시 「나의 새」 외 9편이 199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생활을 시작하였다. 등단작인 「나의 새」를 발표하고부터 자연의 모든 것이 자신의 일부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였으며, 이는 이후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자연’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영월의 망경대산 중턱에 정착하여 창작활동을 이어왔다. 그간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딱따구리가 아침을 열다』, 『수컷의 속성』, 『사람도 흐른다』, 『하늘에서 멧돼지가 떨어졌다』와 수필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 『고향은 있다』, 『수염 기르기』, 『산에 사는 사람은 산이 되고』, 『달밤이 풍성한 이유』 등의 작품집을 발간했다. 『진달래꽃 아래』는 유승도 작가의 첫 번째 동화로, 어린이 독자들을 상대로 ‘자연’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담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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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24*195*20mm
ISBN13
9788925514772

출판사 리뷰

시인 유승도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가 출간된 것이 1999년이니까 햇수로 꽉 채운 8년 만에 나온 것이 바로 이『차가운 웃음』이다. 그 사이 시인은 한 권의 산문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을 펴내었고, 이번 시집과 함께 두 번째 산문집 『고향은 있다』를 동시에 선보였다. 2007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그가 내놓은 이 두 권의 책은 무엇보다 그가 살고 있는 영월에서의 삶, 그 자연을 그 배경으로 한다는 데서 함께 읽어봄직하다.

도시를 사는 시인들의 시에 당연하게 등장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유승도의 시에는 자연이다. 숲도 나무도 청설모도 흑염소도 바람도 그가 부르면 친구처럼 온다. 그러니까 이 자연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시집 속의 자연은 앞선 시집과는 사뭇 다른 자세로 우리에게 온다. 첫 시집 속의 자연이 상처를 치유하는 작은 침묵처럼 고요하였다면 이번 시집 속의 자연은 입을 벌려 웃고 있는 채다. 하지만 그 웃음은 너무도 차다. 또한 숨길 수 없는 적나라함으로 그 빛은 아침에도 어둡다. 이는 무엇보다 자연의 본성인 삶과 죽음, 이 ‘운명’이라는 컬러가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해설을 쓴 평론가 김춘식의 말대로 시인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그다지 관조적이거나 미학적이지 않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자연을 인간적인 친화력이 없는 도무지 인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세계로 그려낼 뿐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대입도 은유도 상징도 낄 틈 없고 오로지 현실만이 시집 전체에 생생하게 담겨서는 우리에게 서늘한 칼 한 자루를 손에 쥐게 한다.

푸푸 머리와 몸통 사이, 끊어진 기도를 통해 세상을 향해 토해내는 돼지의 거친 숨이 내 가슴으로 들어와 코로 입으로 뿜어져도 나는 고기를 씹는 입질만은 멈추지 않는다 쓰러지며 내지르던 소리 없는 날카로운 소리가 내 멱도 따겠다며 덤벼들어도 나는 입질을 멈출 생각이 없다.
-「돼지 잡은 날」 중에서

그 칼이라 함은…… 야만이 아닌 야생의 법칙이다. 우리가 입질을 멈출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고기집이 한 집 건너로 즐비한 도시에서의 우리는 돼지 잡는 일을 야만이라 여기기 일쑤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산양이라든가, 청설모, 흑염소 등등의 동물들과 등가적인 위치에서 싸움을 거는 시인의 모습은 참으로 자연 그 본연을 닮았다 할 수 있겠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잘 안 잡히는 상상력으로 활달한 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시를 거는 유승도의 시집은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의미 깊다 하겠다. 시편들을 따라 읽다보니 산속을 홀로 걷는 느낌이다. 그 속에서 나를 보게 되는 기분이다. 그에 내 언어들은 삶은 얼마나 비대하게 살이 쪄 있는가. 얼마나 속절없는 엄살과 거짓말로 순간을 현혹시켰는가. 유승도의 시에 욕심이 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시의 욕심 없음에 비롯하리라.

추천평

자연 그대로의 수사(修辭)인 한 줄 한 줄의 풋풋한 시구들. 유승도의 이번 시집은 의성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빈농(貧農)을 망가뜨리는 야생과 서로 다투며 살아가는 이 소리로의 공생은 그가 자연과 어울려서 나누는 대화처럼 수수롭게 솟아오른다. 온갖 새소리, 짐승 소리, 풀벌레 소리, 개울물 소리, 바람 소리, 스적이는 나뭇잎 소리, 이 생생한 자연음들은 귀담아 적어내는 낯선 소음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가 자연의 일부였기 때문에 일상어로 받아 적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야성은 척박하지 않다.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의 시편들은 자연의 숨결과 맥박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진솔한 마음의 손으로 시인이 쓰다듬는 풀꽃 한 송이, 심경에서 돋아나는 이름 모를 새소리, 거기에는 손때를 거부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감칠맛이 스며 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시의 무게감, 첫 시집 이래 줄기차게 인위와 거리를 두어온 것이 그의 시편들이지만, 이번 시집은 사람 사는 일 자체로 자연다워지려는 이 시인의 본연(本然)이 첫 시집보다 한결 숫되게 펼쳐져 있다 해야 할 것이다. 그만의 숫기를 더욱 북돋운 바탕은 무엇이었을까.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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